존슨 측근 의원직 사퇴하며 수낵 맹비난… 英 정국 '격랑'

김태훈 2023. 8. 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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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스 전 영국 총리의 핵심 측근이 하원의원 사퇴를 선언하며 리시 수낵 현 총리를 사납게 비판했다.

개각을 앞두고 있는 집권 보수당 내각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존슨의 수낵 총리 흔들기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도리스가 존슨의 핵심 측근인 만큼 존슨이 막후에서 수낵 총리를 흔들며 보수당 당권을 좌지우지하거나, 정계 복귀를 통해 자신이 직접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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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내각에서 문화장관 지낸 나딘 도리스
하원의원직 물러나며 수낵 총리에 "배신자"
보궐선거에서 보수당 패배 시 수낵에 타격

보리스 존스 전 영국 총리의 핵심 측근이 하원의원 사퇴를 선언하며 리시 수낵 현 총리를 사납게 비판했다. 개각을 앞두고 있는 집권 보수당 내각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존슨의 수낵 총리 흔들기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존슨 내각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낸 나딘 도리스가 이날 하원의원에서 즉각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도리스는 이미 지난 6월 사의를 표명하고 2개월간 하원에서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았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의원직 사퇴를 공식 선언한 나딘 도리스. 사진은 보리스 존슨 내각의 문화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모습. AFP연합뉴스
이미 의원직 사퇴가 예상됐던 도리스의 언행이 새삼 주목을 받은 건 그가 수낵 총리를 맹렬히 비판했기 때문이다. 도리스는 사임 성명에서 수낵 총리를 겨냥해 “당신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수낵 총리는 보수주의의 기본 원칙을 포기했고 이제 영국은 좀비 같은 의회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며 여당인 보수당 그리고 의회도 싸잡아 비난했다.

도리스는 존슨의 핵심 측근으로 존슨이 총리이던 시절 보건부 차관(2019년 7월∼2021년 9월)과 문화부 장관(2021년 9월∼2022년 9월)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존슨이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어기고 총리실에서 직원들과 유흥을 즐겼다는 파티게이트 의혹 이 불거진 뒤에도 존슨을 적극 엄호했다. 하지만 존슨은 2022년 9월 결국 총리직에서 사임했고 뒤를 이은 리즈 트러스 및 수낵 내각에서 도리스는 행정부 요직에 기용되지 못 하고 배제됐다.

존슨은 총리에서 물러나며 도리스를 상원의원으로 추천했다. 영국 상원은 작위를 받은 귀족들로 구성되며 그 의원은 종신직이다. 그런데 후임자인 수낵 총리가 이를 거부하며 마찰이 빚어졌다. 수낵 총리는 현직 하원의원이 상원으로 옮기기 위해 물러나면 그 지역구가 공석이 돼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이 경우 자신과 여당인 보수당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를 갖게 되는 점을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궐선거에 패하는 경우 자칫 총리직 사퇴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3월 소형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에 밀입국하려는 불법 이민자들한테 강력히 경고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수낵 총리의 이같은 행동에 추천자인 존슨은 물론 상원의원이 되지 못한 도리스도 강하게 분노했다. 이날 도리스는 사임 성명에서 “수낵 총리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니다”며 “현 내각은 떠돌이 신세”라고 질타했다. 2019년 존슨을 내세운 보수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며 정권을 움켜쥔 이래 제대로 된 선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 사이 존슨에서 트러스로, 다시 수낵으로 총리가 세 차례 바뀌었지만 이는 민의와 무관한 보수당 내부의 의사결정이었다.
도리스는 보수당의 온갖 실정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노동당 등 야당들의 무기력함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야당 지도자 중에는 마거릿 대처나 토니 블레어, 보리스 존슨 같은 자질을 지닌 인사가 없다”며 수낵 총리를 겨냥해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도리스는 오는 9월 소설 형식으로 된 ‘음모: 보리스 존슨의 정치적 암살’이란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2022년 존슨이 파티게이트를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것을 정치적 암살로 규정하며 당시 존슨의 사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수낵 현 총리를 맹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국면 전환용 개각을 앞둔 수낵 총리한테 이번 사태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도리스의 지역구 등에서 보궐선거가 실시되고 그 결과 보수당이 참패하면 수낵 총리는 사퇴 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도리스가 존슨의 핵심 측근인 만큼 존슨이 막후에서 수낵 총리를 흔들며 보수당 당권을 좌지우지하거나, 정계 복귀를 통해 자신이 직접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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