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까 건축일까 [아트총각의 신세계]
전세계의 유명 건물사진 수집해
작가 감각으로 재조립한 콜라주
건축물과 관련한 관점 재해석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만든 나라는 어디일까. 공식적으론 미국이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독일의 암호생성기인 에니그마를 격파한 영국의 콜로서스가 사실상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는 거다.
그럼 현대 지상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차(tank)란 개념을 고안한 나라는 어디일까. 대부분 독일을 떠올리겠지만, 실은 영국이다. 이처럼 영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건 수없이 많다. 그중엔 문화적 창안創案도 있는데, 시각예술 분야가 특히 두드러진다.
가령, 사진 분야엔 브리티시 저널 오브 포토그래피(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 ·1854) 같은 유서 깊은 매거진이 있다. 영국 런던의 리젠트 공원에서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국제미술시장 '프리즈 아트페어(Frieze Art Fair·2003)가' 전세계를 주름잡는 시각예술행사로 발돋움한 것도 영국이 문화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이번에 아트총각이 소개하려는 '건축조각 2023 : UK ARCHISCULPTURE'도 영국의 문화적 가치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다.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트리니티갤러리와 주한영국대사관이 공동기획했고, 지난 7월 15일 막을 내렸다. 이 전시회에서 작품을 소개한 원범식 작가는 자신만의 작품 철학을 개념화한 건축조각(Archisculpture)을 보여준다.
건축조각은 건축(Architecture)과 조각(Sculpture)의 합성어다. 이는 전세계의 유명 건물사진을 수집해 작가만의 감각으로 재조립하는 콜라주(collage) 작업물을 의미한다. 콜라주는 별개의 조각을 붙여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현대적 미술기법이다.
이런 독특한 연작을 통해 원 작가는 국내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일우사진상을 수상했고 영국 사진가 협회상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원 작가의 독특한 기법은 그의 런던 유학 시절에서 시작됐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영국 버킹엄 궁전부터 에든버러의 카페까지 영국의 흔적을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다. 그는 영국 곳곳에서 수집한 건물 이미지를 해체한 뒤 자신의 철학을 근거로 재조합해 하나의 '건축조각'을 설계한다. 보이는 것은 사진이지만 대상은 작가 나름의 철학으로 재정의한 구현체다. 조형 요소가 있지만 최종작품이 사진으로 나왔기에 다매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원 작가는 관람객이 각각의 건축물과 관련한 사회와 관점을 재해석할 수 있기를 바라는 듯하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특성을 모아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낸 다음에 '미美를 인지하는 감각과 기준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말이다.
정형화한 삶이 무료하고 그 삶 속에서 뭔가를 재조합하고 싶다면, 원 작가의 작품을 보길 권한다. 그의 재조합엔 '생명력'이 들어있을 거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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