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꺼내지 않은 ‘그 단어’…박근혜는 “경제발전 중추”라며 치켜세웠다 [대통령의 연설]
한때 해체 위기까지 내몰렸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60년 전 창설당시의 명칭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재출범합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탈퇴했던 4대그룹(삼성·SK·현대차·LG)도 일부 계열사가 회원사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한경협에 복귀하며 과거의 위상을 되찾는 모습인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한경협의 부활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현 정부차원에서 많은 역할이 있었으리란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업인 출신이 아닌 인물이 전경련 회장을 맡는 일이 극히 드문데,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와 인수위원회에서 활약했던 김병준 교수가 지난 반년여간 전경련의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던 덕분이죠.
한경협의 부활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어려운 시기를 맞은 한국경제가 다시 한 번 대기업의 힘으로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하는 동시에, 한경협의 역사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던 정경유착의 폐해가 되살아나지 않길 바라고 있을듯 합니다.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전경련을 언급한 역대 대통령의 연설기록을 되짚어보려 합니다. 워낙 상징성이 큰 단체인 탓에 역대 대통령들도 이같은 상징성과 어떤 궁합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연설이 많이 갈리는 모습이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출이 호조를 보여 금년 말에는 200억 달러 내지 250억 달러 흑자를 낼 수 있습니다”라며 정부관측을 내놓은 뒤 “더 이상 낼 수 있다고도 합니다. 전경련 분들은 500억 달러를 낸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나는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라며 재계 관측을 병렬적으로 소개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에 이어지는 재계 통폐합 과정을 이끈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1999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경련이 자율적으로 협의해서 기업을 서로 교환하는 빅딜을 한 것입니다. 정부는 단 한건에 대해서도 어느 기업은 무슨 종목을 주고, 또 다른 기업은 무슨 종목을 주고 하는 식으로 개입한 일은 없습니다”라 강조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기업 정서가 있다는 세간의 인식을 뒤집기 위해 전경련을 활용한 연설이 있습니다. 2004년 시사매거진 2580 특별대담을 통해 “제가 취임하고 난 뒤에 그동안 전경련 행사 있을 때마다 가서 격려해주고 기업하기 좋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따로 초청도 하고 여러 차례 그런 일 있었지 않습니까, 거기에 끼지 못하는 국민이 봐서는 너무 대기업 총수들만 깍듯이 챙기는 것 아니냐고 섭섭해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반기업 정서를 정부가 만든다고 하면 그건 매우 불공평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회관에 선물했던 휘호인 ‘창조, 협동, 번영’을 활용한 문장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연설에서 국가경제에 기여한 전경련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유독 중소기업과 상생을 강조한 점이 인상 깊은데요. 이런 정책기조는 박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1등공신이기도 했죠. 취임 후 실천됐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좀 엇갈립니다.
다만 이 연설에서만큼은 시대에 맞춰 아버지와는 조금 다른 경제전략을 갖고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 전 대통령과 전경련의 관계가 언급조차 불편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한경협 출범을 통해 이제는 건강한 의미에서 되짚어보는 일은 가능해지길 기대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전경련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대표적인 곳이었습니다”라며 “투명한 기업 경영과 공정한 거래관행을 확립하고, 대기업이 보유한 풍부한 자원과 경험을 중소․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창의적으로 융합해서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주기 바랍니다”라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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