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33) '전통주 연구 매진' 전주대 김지응 교수
"교수는 경험을 나누는 사람…트렌드 반영한 실무 교육 계속할 것"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전통주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입니다. 쌀을 발효해 만들다 보니 곡식 소비도 촉진할 수 있어 '농도'인 전북과 어울리는 술이기도 하죠."
전주대학교 농식품경영학과 김지응 교수가 연구실 벽 한쪽을 채운 주류냉장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냉장고 안에는 전통주의 기본이 되는 씨앗 술을 담은 원형 통이 가득 차 있었다.
김 교수는 요즘 제자들과 함께 전통주를 빚고 있다. 이 냉장고 역시 술 발효를 위해 온도를 기존 10도에서 25도까지 제어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발효 상태를 계속 살펴야 하므로 냉장고를 연구실에 뒀다"며 "씨앗 술이 고루 섞이도록 주기적으로 젓거나 발효 상태에 따라 온도를 미세하게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전통주 제조에 나서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다. 요리사와 커피 전문가, 와인 애호가 길을 걸으며 전 세계의 식음료를 섭렵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연스레 전통주까지 관심이 닿았다.
전통주도 와인만큼 품종이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직접 제조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중독의 마지막 단계는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나서는 것"이라며 "전통주 샘플링 작업을 끝내면 술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도록 농업회사법인 설립도 이미 마쳤다"고 웃었다.
이러한 김 교수의 풍부한 경험은 '취업이 아닌 창업'을 꿈꾸며 대학에 온 학생들을 위한 좋은 강의안이 된다.
김 교수가 학과장으로 있는 전주대 농식품경영학과는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입학하는 여타 대학과 달리 농식품경영학과가 있는 미래융합대학은 회사 재직자나 개인사업자 등만 신입생으로 등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성인 학습자에게 식음료나 외식 경영에 대한 이론은 물론 농산물 가공, 스마트 스토어 개설, 온라인 마케팅 등 실무적인 부분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전북이 농도인 만큼 그의 제자 중에는 농업인도 많다. 김 교수는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특산품으로 제조·가공하는 것은 물론 문화, 체험 서비스 등 6차 가공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늘 강조한다.
쌀 10㎏을 팔면 5만원 남짓 손에 쥘 수 있지만, 이를 술로 만들면 이익금을 100만원까지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과정은 혼자서 하면 힘들기 때문에 먼저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A부터 Z까지 아낌없이 조언하고 있다"며 "경험을 나누는 게 교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연구진과 함께 식품위생의 현황은 물론 이론, 실무를 버무린 '식품위생학'을 펴내기도 했다.
식중독이나 식품오염 같은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하는 식품위생학은 식음료를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모두 기본적으로 배우는 과목이다. 하지만 기존 책들은 너무 어렵거나 대중적이지 못했다.
쉬운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김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신 보도자료 등을 첨부해 책을 썼다. 비브리오균에 대한 이론 설명을 한 뒤 실제 식중독 사례를 붙여 병균의 이해를 돕는 식이다.
많은 사례 덕분인지 이 책은 지난해 2023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 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책에 대부분 2020년 이후 사례들이 실려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개정해야 한다"며 "최신의 것을 따라가는 건 이렇게 번거롭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힘들다면서도 언제나 실무 위주의 교육을 하고 싶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그는 "실무 교육을 하는 교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힘들더라도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류대상을 받은 술을 시음해보고 인기 있는 커피숍은 직접 방문해보면서 지금처럼 이렇게 긴장하며 살려 한다"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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