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터많은 KCC "양궁농구도 가능할까?"
야구에서 도루는 발빠른 선수들의 전유물이다. 이를 입증하듯 도루를 많이 하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야구는 육상이 아니다. 단순히 발만 빠르다고 도루를 잘할 수는 없다. 프로야구 초창기 모팀에서 육상선수 출신을 데려다 대주자로 활용하다 실패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도루를 잘하기 위해서는 투수의 투구폼 특성이나 버릇 등을 비롯 이른바 타이밍을 잘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른바 센스라고 할 수 있다. 발이 빠르지않아도 그런 능력이 좋아 도루 성공률이 좋은 선수도 있다. 농구에서 슈터도 마찬가지다. 아마 무대에서부터 슛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프로에서 슈터로 생존하는 경우는 극소수다. 도루가 발만 빠르다고 되는 것이 아닌 슈터 역시 슛만 좋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총알낭자‘라는 닉네임으로 WKBL의 한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슈터 김영옥(49‧168cm)은 “올스타전 3점슛 대회처럼 일정한 자리를 옮겨다니면서 오로지 슛에만 집중할 경우 높은 성공률을 기록할 선수는 차고 넘칠 것이다. 하지만 농구는 자유투 던질 때 외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공격해야하는 스포츠다. 경기내내 수비의 방해를 받으면서 슛을 던져야 된다. 때문에 슈터로 이름을 날린 선수들은 하나같이 수비를 떨쳐내고 슛 기회를 가져갈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슛이 좋다고 상대팀이 인식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찬스는 사실상 없어진다고 보는게 맞다. 쉴새없이 움직여서 빈틈을 만들어내고 수비수가 반응해서 다가오기 전에 최대한 림을 향해 빨리 던져야한다. 던지는 상황도 다르고 호흡도 불규칙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던져서 성공시켜야하는 것이 바로 슈터다. 때론 개인의 능력으로 때론 팀전술의 도움을 받아 찬스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로 슈터의 역할을 설명했다.
김영옥의 말처럼 프로무대에서 슈터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슛을 잘쏘는 것은 기본 베이스로 깔고가는 가운데 어떤식으로든지 찬스를 만들어내는게 중요하다. 바로 거기서 생존이냐 탈락이냐. 주전이냐 벤치냐 등이 갈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빅맨까지 외곽 체크를 들어갈 정도로 다양한 수비전술과 활동량이 돋보이는 현시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슈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은 역시 포인트가드와 센터다. 넓은 시야와 패싱센스를 겸비한 퓨어 1번이 좋은 타이밍에서 척척 패스를 찔러주고, 슛이 실패하더라도 리바운드를 잡아주는 든든한 센터가 있다면 슈터는 날개를 달 수 있다. 농구대잔치 시절 이상민과 서장훈이 중심을 잡아주던 1990년대 중반 연세대가 대표적 예다.
당시 연세대는 원맨 리딩이 가능한 이상민과 포스트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인 서장훈으로 인해 1, 5번 라인에서는 도움이 거의 필요없는 상태였다. 이에 최희암 감독은 문경은, 우지원, 김훈 등 무려 3명의 스몰포워드를 한꺼번에 코트에 서게하는 파격적 라인업을 가동했다. 셋다 전형적인 스윙맨으로 3점슛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상 슈팅가드, 파워포워드를 생략한 라인업이었지만 이상민, 서장훈으로 인해 그런 부분의 약점은 보이지않았고 외려 3명의 슈터가 쏟아내는 외곽슛 폭격에 상대 수비는 그야말로 죽을맛이었다. 당시 서장훈의 위력이 너무 대단해서 높이의 팀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 득점을 주도한 것은 바깥 쪽의 궁수부대였다.
물론 현재는 그같은 라인업을 짜기는 매우 어렵다. 최고의 패스 마스터와 국가대표 센터가 한팀에서 뛰기도 쉽지않거니와 외곽에서 쌍포를 이룰 주전급 혹은 그에 준하는 슈터가 최소 2명은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수비전술도 당시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외국인선수라는 변수까지 있다. 양궁농구가 제대로만 터지면 무섭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신생팀 소노의 양궁농구가 기대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불어 전주 KCC도 주목해볼만 하다. KCC는 다음 시즌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팀중 하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이승현(31‧197cm)과 허웅(30‧185cm)이 두 번째 시즌을 맞는 가운데 프랜차이즈 스타 송교창(27‧201.3cm)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며 비시즌간 최준용(29‧200.2cm)까지 깜짝 영입했다. 라건아(34‧200.5cm)와 함께할 외국인선수로는 포워드 스타일의 알리제 존슨(27·201cm)이 낙점됐다. 정창영(35‧193cm)은 벤치에서 출격하게 된다.
안정적인 포인트가드, 무게감이 떨어지는 포스트 파워 등 여전히 약점을 지적받고는 있지만 핵심 선수들의 평균 신장만 놓고봐도 무시무시할 정도다. 더욱이 단순히 키만 큰 것이 아닌 대부분이 국가대표에서 활약한 선수들이며 뚜렷한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송교창, 최준용, 존슨 등은 장신이면서도 볼핸들링, 패싱센스 등이 좋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현재 KCC 선수구성은 말그대로 ’잘꿰면 보배‘다. 장단점이 뚜렷한 가운데 핵심 선수들이 KCC에서 다같이 뛰어본적이 없는지라 어떤 색깔의 농구를 보여줄지는 선뜻 장담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재다능하고 BQ좋은 빅포워드들이 많은지라 어떻게 녹여내느냐에 따라 다양한 팀컬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는 양궁농구도 있다. 소노처럼 메인 팀컬러는 아니더라도 양궁농구를 펼칠만한 자원들이 풍부한지라 전술 중의 하나로 만들어질 경우 상대팀들에게 적지않은 부담감을 줄 것이 분명하다. 좋은 슈터는 넘친다. 주전급 중에서는 허웅이, 벤치에는 이근휘(25‧187.9cm)와 전준범(32‧195cm)이 있다.
허웅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국내 최고의 2번중 한명이며 이근휘, 전준범 또한 슈터로서의 재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준범은 한때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차세대 슈터 계보를 이어갈 선수중 한명으로도 주목받은 바 있다. 현 리그 최고 슈터 전성현보다도 먼저 두각을 나타냈으나 갑자기 경기력이 뚝 떨어져버리며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근휘같은 경우 슈터로서의 능력만 놓고보면 전성현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까지 불린다. 한번 터지면 봇물처럼 3점을 쏟아내는 폭발력이 강점이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기복이 심한 편이며 수비에서의 문제점도 쉬이 보강되지않고 있다. 얼마전 막을 내린 제31회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는 미국과의 8강전서 29득점(3점슛 9개)을 몰아치며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슈터로서의 재능만큼은 진짜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송교창까지 돌아올 경우 KCC는 다양한 라인업 구축이 가능하다. 그런가운데 허웅, 이근휘, 전준범 중 둘 혹은 셋을 동시에 투입하는 전술도 기대된다. 셋이 함께 뛴다면 적어도 외곽 화력 하나만큼은 확실해보인다. KCC 빅포워드 라인은 하나같이 시야, 패싱센스는 물론 수비까지 잘한다.
이근휘, 전준범의 부족한 수비력을 채워주면서 찬스를 만들어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 슈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공간 창출, 찬스 만들기 등임을 감안했을 때 송교창, 최준용, 존슨, 이승현 등은 최고의 지원군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허웅에 더해 이근휘, 전준범까지 터져준다면 KCC의 공격전술은 더욱 다채롭게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김동현, 서정현 등 다른 벤치자원의 활용폭도 넓어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시너지 효과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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