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과 성숙의 시간…트와이스 지효, 실존의 증거 'ZONE'

이재훈 기자 2023. 8. 2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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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熟成)과 성숙(成熟)의 시간.

K팝 간판 걸그룹 '트와이스(TWICE)' 리더 겸 메인보컬 지효(박지효)의 첫 솔로앨범인 미니 1집 '존(ZONE)'은 음반을 내기 위해 낸 음반이 아니다.

예상대로 지효가 해당 차트에서 10위를 차지하면, 트와이스는 K팝 그룹 중 처음으로 멤버 두 명이 솔로로서도 톱10에 진입하는 기록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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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연습생 10년·트와이스 활동 8년 합친 18년 결과물
9월2일 자 '빌보드 200' 10위로 데뷔 예상
[서울=뉴시스] '트와이스' 지효. 2023.08.27.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흘러간 내 시간의 의미 / 그대로 아름답길 ♩♬"(지효 '룸(Room)' 중)

숙성(熟成)과 성숙(成熟)의 시간.

K팝 간판 걸그룹 '트와이스(TWICE)' 리더 겸 메인보컬 지효(박지효)의 첫 솔로앨범인 미니 1집 '존(ZONE)'은 음반을 내기 위해 낸 음반이 아니다. 2005년 JYP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입사해 10년 간 연습생 생활을 했고, 2015년 10월20일 트와이스로 데뷔한 그녀는 정확하게 솔로 데뷔하는 법을 안다.

지효가 솔로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타이틀곡 장르를 당연히 발라드로 예상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그건 트와이스 활동과 자연스레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자, 지효의 가창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편이었으니까.

하지만 퍼포먼스에도 방점을 찍는 지효의 선택은 옳았다. 힘의 강약 조절이 인상적인 세련된 그루브의 타이틀곡 '킬링 미 굿(Killin' Me Good)'은 인위적이지 않고, 그녀의 시간을 담아낸 듯 문학적이다. "내 안에 들리는 소리만 듣고 그대로 따라갈래"라는 '디 아시안소울(The Asiansoul)' 박진영의 관능적인 노랫말이 지효의 그런 시간 세공을 돕는다. 미국 가수 겸 작곡가 멜라니 폰타나 등이 뭉쳐 만들어낸 선율은 기술적으로 위태로우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서울=뉴시스] '트와이스' 지효. 2023.08.27.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앨범에 실린 다른 수록곡들 역시 지효의 다양한 그루브 색을 보여준다. 지효가 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미국 래퍼 24케이골든(24kGoldn)이 협업한 '토킹 어바웃 잇(Talkin' About It)'은 강단이 넘치고, 지효가 단독 작사한 노래이자 R&B 팝 장르로 라틴풍 코러스가 가미된 '클로저(Closer)'는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퓨처 R&B 장르의 '위싱 온 유(Wishing On You)'는 청자를 몽환적으로 부유하게 만든다. 지효가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 헤이즈와 협업한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 R&B '돈크 워너 고 백(Don't Wanna Go Back)'은 헤이즈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를 지효다운 성숙함으로 소화하며 애절하면서 맵시 있는 그루브를 만들어냈다. 헤이즈는 '크라이 포 미(CRY FOR ME)', '비하인드 더 마스크(BEHIND THE MASK)'로 앞서 트와이스와 호흡을 맞췄는데 이 팀과 차진 협업을 또 증명했다.

지효가 역시 작사·작곡에 참여한 '룸(Room)'은 이번 앨범 중 가장 근사한 트랙이다. 시외를 여행할 때 더위를 식히는 산들바람 같은 스트링이 인상적인, 목가적인 미드템포의 이 곡은 희망을 노래한다. 그런데 막연한 긍정이 아닌 주체성이 담긴 밝음으로 지효의 지난 시간들이 자연스레 녹아들어있다.

앨범의 트랙 배치가 서사적으로도 완결성을 갖추고 있어 또 문학적이다. 마지막 트랙 '나이트메어(Nightmare)'는 트와이스의 다섯 번째 월드투어 '레디 투 비(READY TO BE)' 개인 무대에서 선공개한 기묘한 분위기의 노래다. 마찬가지로 지효가 작사·작곡했는데 강해져서 흑화한 악몽 속 주인공이 되겠다는 대담함이 돋보인다.

[서울=뉴시스] 그룹 '트와이스' 지효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첫 번째 미니 앨범 'ZONE' 쇼케이스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8.18.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솔로 아티스트로서 대접을 받겠다는 야심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단단하고 확실히 풀어냄으로써, 자연스레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 지효가 이번 첫 솔로 앨범을 통해 이뤄낸 성취다. 현재 글로벌 음악 신에서 유행하는 음악 장르를 어느 정도 따르면서도, 완전히 타협하지 않고 자기 것을 해내는 뚝심. 오랜 시간을 버텨낸 K팝 스타 아이돌이 진정한 솔로로 거듭날 때 애써 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확히 노래를 쓰고 부르면 된다는 걸 지효는 보여준다. 그렇게 지효의 실존은 그녀만의 영역, 즉 '존(Zone)'으로 증명된다. MBC TV 예능 '나 혼자 산다', 가수 김종국의 웹 예능 '짐종국'에선 지효가 평소에 얼마나 쉬지 않고 자신을 단련해나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효의 '존'은 9월2일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10위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트와이스 첫 솔로 주자로 나섰던 나연이 솔로 미니 1집 '아이엠 나연(IM NAYEON)'으로 '빌보드 200' 7위에 오르며 해당 차트 K팝 솔로 여성 가수 최고 순위를 썼다. 예상대로 지효가 해당 차트에서 10위를 차지하면, 트와이스는 K팝 그룹 중 처음으로 멤버 두 명이 솔로로서도 톱10에 진입하는 기록을 쓴다. 트와이스의 해당 차트 최고 순위는 2위다. 이번 주 '빌보드 200' 톱10 결과는 이르면 27일(현지시간) 빌보드닷컴 기사를 통해 예고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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