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뜨린 드론만 수억 원어치…군집드론 연결해 가치 창출할 것"
(지디넷코리아=신영빈 기자)“드론을 비롯한 다양한 모빌리티가 점점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드론이 혼자서 똑똑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연결해 협력하면 훨씬 다양한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드론이 각종 산업현장에서 역할을 키우고 있다. 카메라를 달고 촬영이나 순찰을 하거나, 감시, 측량 업무에도 동원한다. 교통이 불편한 도서산간 지역에서는 배달 시간을 단축한다. 농업 현장에서 약품을 살포하는 등 방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임승한 파블로항공 기술부사장은 수 많은 드론을 연결하고 효과적으로 관제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에서 2013년부터 분산형 군집비행 기술을 연구해왔다. 지디넷코리아는 임 부사장을 파블로항공 대전 기술연구소에서 만나 기술 연구 방향성과 고민에 대해 들어봤다.
■ "실패도 과정…실력과 자신감으로 혁신 이뤄야"
임 부사장은 3년 전 파블로항공에 합류했다. 연구 과정에서의 실패도 과정의 일부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찾아 이곳으로 왔다. 지금은 군집·자율·자동 비행 연구와 시스템 통합, 관제플랫폼 개발 등에 임하고 있다.
파블로항공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벌어진 실패에 대해 문책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임 부사장은 “저도 여기 와서 떨어뜨린 드론만 수억 원어치 될 것”이라 “다만 추락한 원인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분석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회고했다.
파블로항공 기술연구소인 ‘팀 피카소’는 4개 팀으로 구성했다. 플랫폼팀, 모빌리티팀, 스마트팀은 각각 지상 운용 소프트웨어, 드론 군집 소프트웨어, 자율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타워팀은 시스템을 종합하는 역할을 한다.
■ "드론 군집비행이 만든 예술…기네스북 등재되기도"
파블로항공의 드론은 여러 대가 모일 때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아트쇼 영역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파블로항공은 2019년 국내 최초 자체기술로 드론쇼를 선보인 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 세계 불꽃축제에서 드론 511대로 ‘불꽃 드론쇼’를 성공해 세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임 부사장은 “아트쇼는 각 드론이 정해진 패스(경로)를 따라 비행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자동화된 툴 안에서 플래닝을 세우는 일종의 애니메이션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적으로 어렵기보다는 이를 제품화하는 게 더 난이도가 높은 서비스”라며 “비행 중 변수가 생기더라도 서로 조율하면서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군집비행이 드론배송 비용 낮출 수 있어"
파블로항공 드론은 배송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주관하는 ‘2023 드론실증도시 구축사업’으로 강원도 영월군 일대에서 드론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18일에는 교촌치킨과 가평 펜션·캠핑장 일대에서 드론을 활용해 치킨을 배달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파블로항공이 드론배송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군집비행 기술을 활용할 곳을 찾다보니 아트쇼를 하게 됐고, 다음으로 배송에 나서게 됐다. 때문에 파블로항공은 한 대의 드론으로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여러 대를 관제하는 배송 기술에 더 관심이 많다. 물류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 뛰어든 사업은 아니라고 임 부사장은 설명했다.
임 부사장은 “드론으로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만 결국 중요한 건 비용”이라며 “배송에 군집비행 기술을 적용하면 적은 사람이 더 많은 배송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운영 비용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 "소프트웨어로 차별성 키운 뒤 하드웨어 비중 늘릴 것"
파블로항공은 드론 아트쇼나 배송 사업을 위해 전용 기체도 만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타트업인 만큼 매몰비용이 적은 소프트웨어에 우선 집중하고, 향후 하드웨어 비중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임 부사장은 “군집비행 기술 개발로 차별성을 만들고 있다”며 “먼저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이를 더 잘 구동하기 위한 하드웨어까지 개발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파블로항공은 무인모빌리티 통합 관제시스템 ‘팜넷(PAMNet)’을 독자 개발했다. 드론용 지상관제시스템을 넘어 항공 교통관제시스템을 동시 연동해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 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K-UAM(한국형 도심항공모빌리티) 구축에도 나섰다. LG유플러스와 UAM 교통관리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GS건설과 UAM 버티포트 운영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 "군집드론 이론상 무한대 운용 가능…20~50대면 유의미 작업 충분"
군집비행 기술은 드론을 접목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분야 어디든 쓸 수 있다고 임 부사장은 설명했다. 제한된 인력으로 더 많은 드론을 운용해야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군집비행 기술이 향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 부사장은 “자원을 얼마든 투입할 수 있다면 무한대로 군집 드론을 운용할 수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제한이 있다”며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에서 공연을 펼치는 아트쇼의 경우는 약 1천 대 규모가 현실적이고, 이를 넘어가면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용이라면 사용하는 드론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의미 있는 임무장비를 탑재하고, 드론 간 통신하며 협업하는 운용 개념에서는 약 20~50대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드론도 똑같다. 파블로항공은 앞으로도 똑똑해지는 각 드론을 연결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모빌리티가 가진 가능성을 확장하는 일이다.
하늘길은 열렸다. 안전에 대한 논의에 이어 경제성을 본격적으로 따져야 하는 시점이 곧 도래한다. 군집비행과 그 기술이 드론 일상화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승한 파블로항공 기술부사장 프로필
- 1981년 출생
- 2000~2007년,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학사
- 2007~2009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석사
- 2009~2013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박사
- 2013~2020년,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 2020년~현재, 파블로항공 CTO
신영빈 기자(burger@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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