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30만, 식사는 3만’ … 8년 제자리 한도에 외식업계 “숨통 막힌다”

유진우 기자 2023. 8. 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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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상 선물과 식사비 사이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공직자 등이 주고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과 농·축·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은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랐다.

반면 식사비는 기존 3만원으로 동결됐다. 선물과 10배 차이가 난다. 외식업계는 이 법 시행 이후 8년간 제자리인 식사비 한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위원회를 열고 새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농·축·수산물과 농·축·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은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오른다. 명절에는 일시적으로 농·축·수산물과 농·축·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이 현재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오른다.

명절 선물 상한액은 지난해 설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2배 올랐다. 여러 농·축·수산물 관련 협회가 나서 ‘국내 관련 산업을 죽이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결과다.

이 금액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약 1년 반 만에 10만원이 또 올랐다.

김홍일 권익위원장은 “이번 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음을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러나 식사비 기준은 2016년 김영란법 첫 시행 당시 정한 3만원을 8년째 따르고 있다. 3만원이라는 한도는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을 참고한 금액이다. 사실상 20년전 기준이다.

그간 외식업계는 오른 물가만큼 김영란법 상 식사비 상한액을 높여 달라고 수차례 주문했다.

김영란법을 시행한 후 최저임금은 2016년 603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59.5%가 인상됐다. 내년 최저임금은 이보다 더 오른 9860원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법 시행 이후 8년 동안 소상공인 지출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이라며 “시행령이 규정한 금액은 매년 동결돼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시적으로 명절 때 선물 한도를 높이는 것보다 식사비 한도를 올리는 편이 농·축·수산물과 농·축·수산가공품 소비에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명절 선물에 쓰이는 농·축·수산물이 대부분 고급 외식업체에서 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지난 3월 한때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식사비 한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검토했다. 음식값 한도 상향은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 국회가 아닌 행정부 차원에서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달 개정안에서 선물값과 달리 홀로 보류됐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성명에서 “현재 외식업계는 식자재비 인상, 근로시간 단축, 종업원 구인난을 포함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탄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7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외식’ 항목 지수는 117.66으로 2020년 12월 이후 31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31개월 동안 누적 상승률은 17%를 넘는다.

일각에서는 ‘3만원’이 시대착오적인 금액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외식업체는 식사비 한도 3만원 제한에 맞춰 여전히 2만9900원짜리 ‘김영란 정식’류를 판다.

한편 편법을 사용하는 외식업체도 드물지 않다. 식사비 총액만 찍힌 영수증을 발행해 몇 명이 먹었는지 모르게 하거나, 결제 횟수를 나눠서 하는 방식으로 3만원 한도를 인위적으로 맞추는 식이다.

한국외식산업협회 관계자는 “김영란법 발효 이후 식재료비는 물론 인건비, 임대료, 가스비, 전기료, 난방비까지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며 “서울 시내 점심식사 가격이 1만원을 넘은 마당에 술을 곁들이는 저녁자리에서 3만원은 지키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신고하지 않으면 걸릴 일이 없다는 점에서 김영란법 무용론도 매번 제기된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251만여명에 달하지만, 지난해 실제 제재 처분을 받은 공직자는 416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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