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코리안 좀비 그리고 눈물
“이제는 떠날때··· .”
옥타곤은 후끈했고 ‘코리안 좀비’ 정찬성(37)은 뜨거운 눈물로 마지막 경기를 불태웠다.
정찬성은 26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홀로웨이 vs 코리안 좀비’ 맥스 홀로웨이와의 페더급 매치서 3라운드 23초 만에 KO패했다.
지난해 4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와 페더급 타이틀 매치에서 완패한 뒤 은퇴 의사까지 내비쳤던 정찬성에게 홀러웨이가 “꼭 싸워보고 싶었던 선수”라며 도전장을 던지며 둘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자신의 은퇴 경기가 될지도 모를 경기라는 예감과 함께 “1%의 의심도 없이 승리한다”는 자신감으로 훈련에 나섰고, 전날 계체량까지 무사 통과하며 옥타곤에 섰다.
정찬성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더 크랜배리스(The Cranberries)의 명곡 ‘좀비’(Zombie)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여유 있는 표정으로 관객의 환호를 유도하며 등장했다.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을 채운 관객들은 연신 ‘좀비’를 외쳤다.
하지만 홀러웨이의 벽은 역시 높았다. 차분하게 경기를 끌어가며 날카로운 펀치로 견제, 홀러웨이의 공격을 견뎌내 대등한 1라운드를 보낸 정찬성은 2라운드 초반 홀러웨이의 보디 블로와 스트레이트 콤비네이션에 쓰러졌고 홀러웨이가 곧바로 그래플링에 이어 목조르기에 들어갔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했지만, 체력이 크게 소진됐다.
정찬성은 3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배수의 진을 치고 난타전을 시도했다. 서로의 주먹이 안면을 강타했고 더 큰 충격을 받은 정찬성은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홀로웨이는 경기 후 링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코리안 좀비는 레전드다. 코리안 좀비와 UFC, 아시아에 감사하다”라고 예의를 갖췄다.
정찬성은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난다. 나는 챔피언이 목표인 사람이다. 홀로웨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후회 없이 했다”며 “난 3등을 하려고 이것을 한 게 아니다. 톱랭커를 이기지 못했으니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정찬성은 링 위에서 글러브를 벗고 큰 절을 했다. 고개숙인 몸은 한 참을 그렇게 엎드려 있었다. 팬들은 ‘좀비’를 연호했고 마침내 일어선 정찬성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카메라는 떠나는 그를 마지막으로 배웅했다.
전설로 남을 ‘정찬성 드라마’는 최종 17승 8패로 막을 내렸다.
안병길 기자 sas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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