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이끌고 싶은 리더가 기억해야 할 두 가지[김한솔의 경영 전략]
[경영 전략]
늘 해왔던 일을 익숙한 방식으로 하면 편하다. 손에 익었으니 쉽다. 그러다 보니 ‘효율’이 올라간다. 또한 ‘마찰’도 없다. ‘관성’이라는 물리학 법칙대로 일도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을 맡은 리더들은 고민한다.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오래된 드라마의 명대사를 꺼내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늘 ‘조금 더 나은 방식은 없을지’,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은 없을지’ 고민해야 하는 게 리더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리그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빅 클럽 중 하나인 ‘토트넘 홋스퍼 FC’에서 최근 ‘아시아인 최초로 주장’이 된 손흥민 선수의 행동에서 두 가지 힌트를 얻어 보자.
자신이 ‘온전히’ 할 수 있는 일 하기
주장으로서 올 시즌 첫 경기를 치르게 된 손흥민 선수가 바꾼 게 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둥글게 모여 파이팅을 외친다.
그 위치를 바꾼 게 손흥민 주장이 시도한 변화다. 원래는 중앙선 근처 혹은 우리 진영 중앙에서 모였다가 흩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응원하러 온 관중석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원정 경기임에도 먼 곳까지 찾아와 준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이것의 핵심은 ‘내 힘으로 해 낼 수 있는 것’을 알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축구팀의 주장이 됐다고 해서 팀 전술을 바꿀 수는 없다. 선발 명단을 이렇게 짜자고 제안할 수도 없다.
그건 감독의 몫이다.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내야 하는 주장의 역할 ‘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 행동을 찾은 셈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의 상대 평가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자기가 리더를 맡았다고 해서 ‘우리 팀은 절대 평가를 도입하겠다’는 식으로 평가 기준을 바꿀 수는 없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근태 관리 체계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직원들이 원하는 대로 자율 출퇴근을 시행하겠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
리더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타 부서와 연관성이 큰 업무에 대해서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 시작 전 상대팀 선수, 심판진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있는데 그걸 ‘우리 팀은 안 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셈이다. 공통으로 사용하는 양식, 자료 전달 등의 프로세스가 있는데 특정 조직만의 편의를 위해 이를 어겨서는 안 된다.
조직 리더의 권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영향력이 조직 내로 한정되는 일이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변화 주제다. 예를 들면 회식같은 것이다. 늘 해오던 대로가 아니라 회식의 목적인 ‘팀 빌딩’을 더 잘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팀 내 회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도 괜찮은 변화 아이템일 수 있다. 늘 해 오던 주간 회의를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 본다거나 의도적으로 ‘꼭 하지 않아도 될 회의’를 찾아 없앨 수도 있다. 부서 내 자료 공유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메일로만 주고받기보다 공용 저장 공간을 만들고 유형별로 자료를 쌓아 두도록 하는 식이다.
바꾸고 싶은 게 많겠지만 리더인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주의 일을 찾자.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도 리더에겐 중요하다.
목적을 명확히 하기
손흥민 선수가 주장으로서 ‘경기 전 모이는 장소’를 바꾼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팬을 위해서다. 첫 경기가 원정에서 이뤄졌는데 몇 만 명의 타 팀 홈 관중들 사이에 소수로 모여 있는 우리 팀 원정 응원단에 가까이 다가가 준다는 것 자체가 팬들에겐 고마운 일이다. 손흥민 선수는 결국 팬을 위해 새로운 행동을 제안한 셈이다.
조직에서 리더가 변화를 이끌 때도 이 같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조직 전체의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향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팬들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호응을 얻어 내는 게 팀 차원에서도 나쁠 게 없다. 함께 뛰는 선수들도 큰 응원을 받아 낼 수 있으니 당연히 좋다. 리더인 자기 마음대로가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의 관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직은 ‘소통 활성화’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 조직만 ‘회의는 가능한 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어떨까.
물론 회의 외적인 소통을 늘리겠다는 리더의 의도가 있을 수는 있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저 팀은 모이지 않아도 괜찮나’라는 식으로 예상하지 않게 ‘튀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구성원 간 자료 공유를 좀 더 자주 하자’는 변화는 어떨까. 일반적인 상황에선 좋은 시도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우리 팀이 신생 조직이어서 혹은 서로의 업무 파악도 잘 안 된 상태에서 ‘일단 자료 공유라도’ 많이 하라고 한다면 오히려 개인의 업무가 더 복잡해지고 괜한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
상위 조직이 지향하는 바에 맞는 변화인지, 조직 구성원들의 현재 상황과 맞는 것인지를 따져보고 적절한 변화 주제를 찾을 필요가 있다.
바꾼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다. 다만 그 변화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혹은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인식한다면 그 힘듦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변화를 이끌려는 리더는 목적을 고민하고 이를 알려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팁이 더 있다. 손흥민 선수는 이 아이디어를 경기장에서 즉흥적으로 떠올린 게 아니었다. 경기 전날 밤 자신의 아이디어를 부주장에게 보내 의향을 물었다. 긍정적 반응을 얻은 뒤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여기서 챙겨야 할 게 리더로서 ‘힘 빼기’다. 너무 잘하려다 보면 자연스레 힘이 들어간다. 특히 ‘신임’ 리더가 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너무 ‘강’하면 꺾이기도 쉽다.
손흥민 선수가 부주장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미리’ 물은 것처럼 우리 조직 구성원 중 자신과 ‘먼저’ 상의할 만한 직원이 없을지 생각해 보자. 해 보지 않았던 것일수록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더 큰 힘을 발휘할지 모른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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