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불황도 비껴가는 ‘신'의 직장?…하반기에도 '이자장사' 문제 없다[머니뭐니]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올 상반기 기준금리 동결에도 16조원 가까운 이자이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은행권이 하반기에도 ‘이자장사’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금조달 비용 하락세가 예상되는 데다, 한국은행의 고금리 구조가 이어지는 것과 반대로 가계대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는 불황이 없다’는 말이 빈 말은 아니라는 얘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9조18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8422억원)과 비교해 3.8% 늘어나며, 역대 최고 순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순이익은 6조3380억원에서 6조8550억원으로 8.1% 증가하며 그룹의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이 또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이다.
애초 은행권에서는 올해 실적을 부정적으로 점쳤다. 기준금리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시장금리가 연일 하락세를 보인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가계대출 감소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다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 요구가 거세지고 금리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이자장사’로 인한 견조한 순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는 단지 기우에 그쳤다. 특히 일부 은행들에서는 되레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NIM은 1분기 1.79%에서 2분기 1.85%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한은행 또한 지난해 4분기 1.67%에서 올해 1분기 1.59%로 하락했지만 2분기에는 1.64%로 상승 전환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2분기 NIM(1.61%)이 전분기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지만, 전년 동기(1.59%)와 비교해서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NIM(1.59%) 또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0.01%포인트 높았다.
이는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위주로 견조한 성장률을 유지한 데다 가계대출 하락세도 예상과 달리 소폭에 그친 영향이다. 4대 은행의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638조677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22조594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감소세는 절반 수준인 11조4860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16조6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NIM이 본격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상당기간 고금리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통상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대출 수요가 감소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가계대출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고금리 ‘이자장사’에 긍정적 신호가 켜진 셈이다.
여기다 상반기 NIM 하락을 유발했던 예대금리차 축소 압박에도 숨통이 트였다.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지자,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 제한을 검토하는 등 관리에 나섰다. 가계대출 관리가 1순위인만큼 가계대출을 자극할 수 있는 금리 인하 조치는 힘들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돌입하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여파가 은행권의 대출 축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근본 원인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따른 대출 수요 증가에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 수요가 주담대 위주로 몰리고 있는데, 당국 조치에 따라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꾸준히 인상되면, 오히려 그보다 낮은 은행권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3분기부터는 은행권 조달비용 감소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채권시장 혼란 여파에 따라 은행들은 최대 5%가 넘는 정기예금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25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금리는 3.65~3.85% 수준이다. 1년 만기가 대부분인 특성상, 하반기부터 조달금리 재산정 효과가 반영돼 조달 부담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7월부터 조달 리프라이싱으로 인한 NIM 하락압력이 직전 구간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며 “10월부터는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 및 정기예금금리가 모두 전년 동기에 비해 낮아지며, NIM 상승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은행권의 연체율 상승이 실적 악화를 불러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4대 금융은 이미 상반기에만 1조3826억원 규모의 보수적인 충당금을 쌓으며, 손실흡수능력을 끌어올린 상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은행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최고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올해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16조364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5조7312억원)과 비교해 4%가량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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