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번화가 까르푸가 '텅'…"中, 진짜 문제는 내수야!"
[편집자주] 'G2' 중국 경제가 위태롭다. 부동산을 동력 삼아 달려왔지만, 부동산에 발목이 잡혔다. 부동산발 금융 위기론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시장이 보다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내수 체력'이다. 부진한 소비가 발목을 잡으며 디플레이션의 늪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까.
매장은 작은 출입구만 열려있을 뿐 대부분 노란 테이프와 바리케이드로 엉성하게 막혀있다. 제품들이 버려진 듯 바닥에 뒹굴었다. 아직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베이징에 마지막 남은 까르푸 매장이 이 지경이 된 지는 벌써 한 달이 다 돼간다. 까르푸가 사실상 매장 영업을 포기하면서 북적이던 건물 전체에 인적이 끊기기 시작했다. 상가를 관리하는 부동산 기업은 패닉 상태다.
2019년 까르푸 중국법인 지분 80%를 인수한 쑤닝닷컴은 까르푸 사업 중단을 공식 언급하진 않은 상태다.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귀띔을 한 분위기다. 이 현장 관계자는 "선불카드를 충전한 고객들이 선불금을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매장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고, 나도 그 업무 때문에 여기 나와있다"며 "곧 중국 내 모든 까르푸 매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침체의 분위기가 읽히는 건 소매판매 현장뿐 아니다. 북경 시내 대표적 랜드마크이자 오피스 빌딩 중 하나인 왕징소호의 공실률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같은 날 만난 현지 부동산기업 관계자는 "경기가 너무 안 좋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오피스 빌딩들도 30~40%는 비어있다"며 "사무실을 찾는 수요가 줄었고 그동안 많이 오른 월세 등이 모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발 쇼크가 중국 경제 전체를 흔드는 가운데 중국 내 경제전문가들은 여기 얽힌 내수경기 부진에 더 주목한다. 중국 7월 소매판매는 3조6761억위안(약676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 늘었는데, 예상치인 4.5%를 크게 하회했다. 기대치의 절반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은거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보다 0.3% 내렸다. 2년 5개월 만의 역성장이다.
중국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으니 물가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며, 경제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내수와 물가 동반 침체는 디플레이션(장기물가하락에 따른 경기부진)의 가장 직접적인 신호다. 중국 CPI는 1월 2.1%를 기록했지만 4월까지 계속 내려갔다. 결국 7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올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높아지는 건 저축률뿐이다.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2008년의 함정을 경계하다 또 다른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거다. 당시엔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의 에너지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각종 지표가 성장 에너지의 약화를 가리키고 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인구의 고령화와 청년실업률, 기형적으로 높은 저축률에 따른 가계 가처분 소득의 감소, 첨단산업 육성 부진 등 나쁜 신호만 가득하다.
중국의 '마이웨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크다. 하지만 중국과 국제 사회가 이 간극 안에서 디플레이션 출구 전략을 함께 모색하기도 요원해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의 정치적 갈등은 갈수록 커진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본격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던 주변국들의 경제 전망은 덩달아 어두워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4일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올해 대중국 수출 감소액이 396억달러(약 48조원)에 달할 수 있고 이는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재중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유동성을 확보한다 해도 부동산보다 첨단산업 등에 먼저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당장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정책 방향인 만큼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중국향 수출 감소 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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