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 베네수엘라·이란 vs '감산' 사우디·러시아… 국제유가 향방은?

김태욱 기자 2023. 8. 2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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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거대 산유국들의 최근 행보는 '동상이몽'으로 요약된다. 사진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거리 모습. /사진=로이터
거대 산유국들의 최근 행보는 '동상이몽'으로 요약된다. 반미 거대 산유국인 이란·베네수엘라, 러시아가 연일 의견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증산을 외치는 반면, 우크라이나와 전쟁중인 러시아는 감산이 절실하다. 오랜 석유 동맹을 자랑하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도 연일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러시아와 함께 감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사우디의 행보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유가가 지속됐음에도 지난해 미국의 셰일산업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증산에 실패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비축유를 풀고 앞서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고 선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를 찾아갔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보란 듯 감산을 늦춰달라는 바이든의 요청을 묵살하고 감산에 나섰다. 미국·사우디의 70년 오일 동맹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사우디도 할 말은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야심차게 진행중인 네옴 프로젝트를 위해선 감산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 프로젝트의 핵심인 '더라인' 건설을 위해 유가 인상이 필요하다. 더라인은 총 길이 170㎞, 높이 500m의 대형 유리벽 도시다.


'반미' 베네수엘라·이란, 바이든 돕는다


'반미'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을 돕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특히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관계 회복은 최근 공식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행정부가 공정한 선거를 보장할 경우 제재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원유 매장량 1위를 자랑하는 베네수엘라가 국제시장에 복귀할 경우 국제유가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물론 베네수엘라는 방대한 원유 매장량과는 별개로 일일 생산량은 75만배럴에 불과하다. 오랜 제재 탓에 자국 원유 생산 시설이 낙후한 탓이다. 이는 사우디의 일일 원유 생산량인 900만배럴의 8.3% 수준이다.

그럼에도 '미국·이란 대화'와 달리 '미국·베네수엘라 대화'가 제재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가하락을 바라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고무적이다. 미국이 이란핵합의(JCPOA) 복원 과정에서 이란의 마리반과 투르쿠자바드, 바라민 지역 사찰과 우라늄 농축 제한 등을 요구한 데 반해 베네수엘라에는 '공정한 선거'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EU는 이미 베네수엘라의 지난 2021년 지방선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표명했다. 마두로 행정부와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퇴로를 마련해 준 셈이다.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에 미국 오일 업계 큰손인 셰브런이 깊이 개입돼 있다는 점도 주효하다. 베네수엘라가 빠른 속도로 증산에 나설 수 있는 비결이다. 셰브런은 이미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와 합작법인 4개사를 운영 중이다. 베네수엘라는 외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 시 합작법인 설립을 의무화한다.

셰브런은 이미 지난 5월 베네수엘라에서 일일 13만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셰브런 측에 6개월 사업권을 부여했기에 가능했다. 셰브런이 베네수엘라에서 추가 유정 시추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베네수엘라는 이르면 내년 말까지 일일 생산량 100만배럴도 도달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증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JCPOA 탈퇴 직후 일일 220만배럴까지 떨어졌던 원유 생산량은 현재(8월) 330만 배럴까지 늘었다. 이란 석유부에 따르면 다음달 말에는 이란의 일일 생산량은 340만배럴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340만배럴은 미국·이란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2018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란의 값싼 원유는 주로 미국의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중국과 인도로 향한다.

김태욱 기자 taewook970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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