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에 구매한 호신용품…자칫 처벌될 수도[알고보니]

일부 가스 스프레이·전기충격기, 경찰 허가 없이 사용시 형사처벌
호신용품 휘두르다 상대방 다칠 경우 정당방위 인정 안 될 수도

[편집자주] 뉴스1은 격주마다 '알고보니'를 연재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궁금할 법한, 그러나 논쟁이 될 수 있는 법률적인 사안을 풀어 쓰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알고 나면 손해 보지 않는 꿀팁'이 되도록 열심히 취재하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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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흉악범죄가 급증하자 불안감에 호신용품을 알아보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생각에 호루라기보다는 삼단봉이나 전기충격기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괜히 사용했다가 가해자로 몰리면 어쩌지'하는 생각에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신림동 흉기 난동부터 최근 관악산 살인 사건 등 올해 들어 이상동기 범죄가 급증하면서 개인용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단 자신을 보호할 '무기'를 갖고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 호신용품을 구매하는 시민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

하지만 일부 호신용품의 경우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호신용품을 사용하다 오히려 가해자가 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 허가 없이 구매했다가 형사처벌 될 수도

우선 일부 호신용품은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입한 뒤 경찰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가스 스프레이의 경우 '압축가스'에 의해 발사되는 제품은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정신 병력과 범죄 경력 조회를 거쳐 허가된다. 누르는 압력으로 발사되는 제품은 별도의 허가가 필요 없다.

'전압'이 높은 전기충격기도 허가 대상이다. 얇은 옷 정도 뚫을 수 있는 위력을 가진 1만~2만 볼트(V)의 전기충격기는 누구나 소지할 수 있다. 그러나 3만~6만V 제품은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경찰의 허가 없이 호신용품을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앞으로 호신용품 소지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신림동 성폭행 살인 피의자 최윤종(30)이 범행 당시 인터넷 쇼핑몰에서 호신용 너클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호신용품' 소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호신용품 구매자에 대한 신상을 등록하는 '구매자등록제'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엄격한 정당방위 요건…자칫 가해자 될 수도"

호신용품을 사용할 때도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정당방위를 기술하고 있는 형법 제21조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다만 그간의 판례를 종합해보면 정당방위를 인정받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 2020년 4월 인천의 모 공원에서 흉기를 들고 덤빈 친구를 때려 다치게 한 40대 남성 김모씨가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당시 재판에서 김 씨는 재판부에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사건 경위 등을 고려해 김 씨에 대한 형은 면제했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려면 상대방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보다 더 많이 다치게 해선 안 된다"며 "방어하는 정도까지만 인정되며, 그 이상으로 대응해 상대방이 다친다면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를 든 상대방에 맞서기 위해 자신도 호신용품을 드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나, 호신용품으로 인해 상대방이 다친다면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호신용품'이 반드시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일반인들은 호신용품을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은 만큼, 역습당해 호신용품을 빼앗길 수 있다"며 "이 경우 자신의 호신용품이 흉기로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단봉이나 너클 같은 호신용품보다는 호루라기 등 시간을 버는 용품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장 좋은 건 그 자리에서 빠르게 도망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