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이 헛스윙, 더 느려진 커브로 더 강해진 류현진..숙제도 남았다

[뉴스엔 안형준 기자]

또 한 번의 호투가 나왔다. 하지만 숙제도 남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은 8월 27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경기에서 호투했다.

이날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5이닝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5+이닝 동안 70구를 던졌고 4피안타(2피홈런) 5탈삼진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25가 됐다.

수비의 도움이 아쉬운 경기였다. 류현진은 5회까지 솔로 홈런 2개를 내줘 2실점했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5회까지 투구수가 60개에 그친 만큼 부상 복귀 후 첫 퀄리티스타트를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닝 선두타자 콜 칼훈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후속타자 두 명에게 연속으로 병살타성 땅볼을 이끌어냈지만 3루수 맷 채프먼, 유격수 산티아고 에스피날이 연속 실책을 범했다. 결국 류현진은 6회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고 비자책 1실점까지 추가됐다.

비록 퀄리티스타트에는 실패했지만 류현진의 피칭은 이날도 날카로웠다. 류현진은 1회 호세 라미레즈, 5회 타일러 프리먼에게 각각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5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쳤다. 올시즌 전면에 내세운 커브가 또 맹위를 떨쳤다.

류현진은 이날 '더 느리게' 전략으로 클리블랜드를 상대했다. 체인지업을 제외한 모든 공의 구속이 낮아졌고 특히 등판을 거듭할수록 더 느려지는 커브는 이날 또 속도가 떨어졌다. 시즌 첫 등판에서 평균 시속 71.2마일이었던 커브 구속은 두 번째 등판에서 70.2마일, 3번째 등판에서는 69.7마일, 지난 등판에서는 68.8마일이 됐다. 그리고 이날은 시속 67.4마일까지 평균 구속이 낮아졌다. 타자들이 타이밍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커브의 구속을 떨어뜨린 류현진은 포심 구사를 올시즌 최저 수준(41%)으로 줄이며 체인지업과 커브를 적극적으로 섞었다. 1회 오스카 곤잘레스를 체인지업 3개와 커브 1개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맞대결에서는 단 5개 밖에 던지지 않았던 커터의 구사도 늘리며 클리블랜드 타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2회 좌타자 안드레스 히메네즈를 스트라이크 존에서 살짝 달아나는 커터 2개를 활용해 삼진처리한 것은 이날 커터 사용의 백미였다.

최저 시속이 64.6마일까지 떨어진 커브에 클리블랜드 타자들의 배트는 연신 허공을 갈랐다. 이날 커브의 헛스윙 유도율은 57%. 커브에 배트를 내면 절반 이상이 헛스윙이었다. 클리블랜드 타자들은 1,3,5회 안타 한 개씩만을 기록했을 뿐, 좀처럼 류현진의 공을 안타로 연결하지 못했고 류현진은 투구수를 줄이며 가볍게 이닝을 이어갔다. 7탈삼진을 기록한 지난 신시내티 레즈전보다 오히려 더 효율적인 피칭이었다.

다만 불안요소도 드러났다. 구위가 부족한 만큼 실투나 '노림수'에 당할 경우 큰 타구를 허용한다는 것. 구위가 약한 투수들의 가장 큰 약점이다. 1회 호세 라미레즈에게 허용한 홈런은 패스트볼을 한가운데 던진 실투였고 5회 타일러 프리먼에게 허용한 홈런은 커브 노림수에 당한 것이었다. 프리먼은 초구 한가운데 커브로 허를 찌르려는 류현진의 전략을 간파했고 초구 커브를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9월 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3연전 첫 경기가 될 전망이다. 콜로라도 원정, 즉 쿠어스필드 등판이다. 이날 드러난 불안요소가 극대화 될 수 있는 환경인 만큼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조금의 아쉬움은 남았지만 류현진은 이날도 전체적으로 효과적인 피칭을 펼쳤고 순항을 이어갔다.(자료사진=류현진)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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