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칭화대를 이길 수 있을까?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글에서는 중국 정부가 과학계를 대하는 태도가 한국 정부와 다르며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과학기술 성장을 견인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연구비 지원·최신 장비 도입 등 연구자에 대한 전폭적 지원 △연구자들의 열기 등을 성장 이유로 들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과 중국 인재들의 이공계 열기를 생각하니, 앞으로 과학기술에서 서울대가 칭화대를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중국이 연구개발 예산을 계속 늘려가는 반면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 주요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을 약 13.9%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도 눈에 띈다. 'R&D 카르텔'을 깨고 구조조정하겠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글로벌 기술경쟁 시대인 지금 예산 삭감은 신중해야 할 문제다.
중국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되자 과학기술 육성의지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연설에서 △과학기술은 최고의 생산력 △인재는 최고의 자원 △혁신은 최고의 원동력 △과학교육을 통한 국가 부흥 정책, 인재강국 전략, 혁신구동형 발전전략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시진핑 3기(2023~2028년)의 핵심 아젠다다.
중국의 GDP 대비 R&D 비중은 높으나 그렇다고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021년 이스라엘의 GDP 대비 R&D 비중이 5.56%으로 가장 높았고 한국이 4.93%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R&D 투자는 전 세계 최상위권이다. 그 뒤로는 대만이 3.78%로 3위, 미국이 3.46%으로 4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R&D 비중은 2.55%로, 지난해까지 국내총생산(GDP)이 18조달러로 성장하면서 R&D 투자 규모도 덩달아 급증했다.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 투자도 살펴보자. 2022년 중국 정부 예산 중 과학기술 지출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1조23억위안(약 18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상응하는 한국 정부의 R&D 총 예산은 29조8000억원이었다. 2013년부터 한중 양국 정부의 R&D 투자를 보면 중국이 한국의 5~6배에서 움직이다가 최대 8.4배를 찍고 6배 수준을 기록 중인 걸 알 수 있다.
반면 지난해 서울대 예산은 약 1조6000억원으로 칭화대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세계 일류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필자가 2009년부터 상하이교통대 박사과정에 다닐 때도 중국 교육부의 해외유학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박사과정에 입학한 중국 동기 중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장학금을 받고 1~2년간 미국 대학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뛰어난 연구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한국과 중국의 온도차가 크다. 칭화대에서 대형 국가과학연구프로젝트(國家科硏項目)를 따내는 연구팀은 수천만 위안(약 50억~8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지원받는 등 중국은 잘나가는 연구자를 아낌없이 밀어준다.
특히 반도체, 양자기술 등 중국이 핵심기술 분야로 정한 분야에서는 연구비가 천문학적 숫자로 뛰어오른다. 중국에는 '차보즈(??子)' 기술이라는 말이 있다. 차보즈는 목을 조른다는 의미로 외부의존이 심해 중국의 기술자립을 막는 핵심 기술을 일컫는다.
중국 과학원이 규정한 35개 차보즈 기술은 노광(Photolithography) 장비, 포토레지스트(감광재), 핵심 산업용 소프트웨어, 로봇 핵심 알고리즘, 항공기 설계 소프트웨어 등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중국은 노광장비를 차보즈 기술 가장 앞에 넣었다. 이런 핵심 분야에서 국가급 프로젝트를 따는 연구팀은 수 백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인재의 높은 이공계 열기도 우리나라와는 딴 판이다. 중국 수능인 까오카오(高考) 성(省) 수석이 칭화대 공대에 합격했다는 뉴스는 자주 나오지만 의대에 진학했다는 뉴스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처럼 중국 최고 인재들은 과학입국과 입신양명의 꿈을 안고 칭화대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로 몰리지만 우리나라 최고 인재들은 의대로 쏠린다.
제도적 차이도 중국 인재들의 이공계 열기를 부추겼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공공의료기관 위주로 의료시스템이 형성돼있어 의료진에 대한 경제적 처우 수준이 한국보다 훨씬 낮다. 14억 중국 인구 중 가장 뛰어난 인재들은 칭화대 공대에 갔을 때 의사를 하는 것보다 크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
과학기술에서 서울대가 칭화대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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