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았다 일어날 때 ‘핑그르르’··· 4050 여성 괴롭히는 질환 ‘이것’ [생활 속 건강 Talk]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 2023. 8. 2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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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0만명 매년 이석증 진단
어지럼증 원인 30~40% 차지
40·50대 이상 여성에 발생 많아
운동 안하면 발생위험 2.6배 증가
한쪽으로 자는 습관도 위험 높여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서울 역삼동에 사는 김영현씨(52)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 서는 순간 갑자기 세상이 ‘핑그르르’ 도는 듯 극도의 어지러움을 느껴 자리에 주저 앉았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속도 매스꺼워 금방이라도 구토를 할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 쉬니 가라앉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같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누울 때와 누웠다 일어날 때 어지럼이 특히 심했다.

김 씨가 겪은 증상은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중년의 어지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드물게는 청소년이나 젊은 층에서도 생길 수 있지만 40~50대 이후 특히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매년 약 40만 명이 새로 이석증 진단을 받는데, 어지럼의 30~40%는 이석증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석증이란
이석증은 평형 기관의 하나인 반고리관 내의 이석이 이탈해 생기는 질환이다. 반고리관은 사람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며 주로 움직임을 감지한다. 이석은 반고리관 주변에 위치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고 중력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물질이다.

정원호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내부의 액체 속에서 흘러들어가거나 특정 위치에 붙어 있게 되면 머리를 움직일 때 자세를 느끼는 신경이 과도하게 자극된다”며 “이로 인해 주위가 돌아가는 듯한 심한 어지러운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증상은 경미한 어지럼증에서부터 공포를 일으킬 정도로 심한 경우까지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정 교수는 “증상이 심하다고 하더라도 보통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수 분 이내로 짧게 지속된다”며 “어지러운 동안 속이 메스꺼운 느낌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구토를 유발할 수 있고, 가슴 두근거림이나 식은땀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원인과 예방법은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오는 원인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외부 충격, 스트레스, 바이러스 감염, 약물 부작용, 메니에르병, 귀 수술 등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누워있어도 이석증이 잘 생긴다.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나이 들어 전정기관이 노화하면 이석증 역시 잘 생기게 되는데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 이석증의 발생위험이 2.6배 정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평소 3~4층 정도의 계단은 걸어서 올라가는 등 운동을 습관화하고,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이 있어도 이석증이 잘 생긴다. 이석증이 중년 이후의 여성에서 흔한 이유가 늘어나는 골다공증의 빈도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여성 호르몬 분비량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운동 부족까지 겹치면 골다공증이 급속하게 진행한다”며 “이석증이 자꾸 반복되는 경우 반드시 골밀도 검사를 받아야 하고 비타민 D, 칼슘, 여성 호르몬 등의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자신이 골다공증이라는 것을 아는 여성은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쪽으로 머리를 베고 자는 습관을 가진 경우에도 이석증이 생길 수 있다. 오른쪽으로만 머리를 베고 자는 경우 오른쪽 귀에, 왼쪽으로 베고 자는 경우에는 왼쪽 귀에 이석증이 잘 생긴다. 따라서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있다면 양쪽으로 번갈아 머리를 베고 자는 게 좋다. 수면무호흡증도 이석증의 위험도를 높인다.

교통사고 등을 통해 발생한 머리 충격으로도 이석증이 생길 수 있다. 머리의 순간적 충격으로 제자리 있던 이석이 튕겨나가는 것이다.

킥보드나 자전거 등을 탈 때는 머리 보호를 위해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이밖에 귀의 각종 세균·바이러스성 질환 후유증으로도 이석증이 생길 수 있다.

고막 천공과 고름이 발새하는 만성 화농성 중이염의 경우에도 염증이 전정기관에 번져 이석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안 교수는 “잠을 잘 자고, 가벼운 운동을 일주일에 3회 이상 꾸준히 하며,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함께 손을 자주 씻고 하루 8잔 이상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석증 진단·치료는
어지럼은 이석증이 아닌 다른 질병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다양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정원호 교수는 “이석증 검사는 이석증 환자가 어지럼을 느끼게 되는 특정한 자세를 취하게해 어지럼을 유발시켜 보는 것으로 이를 통해 확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진단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신경 기능과 균형을 잡는 기능의 이상 유무에 대해 확인하며 청력검사, 평형기능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영상의학 검사를 추가로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어지럼이 발생하는 또다른 질환으로는 메니에르병이 있다. 둘 다 어지럼이 발생하는 것은 같지만, 메니에르병은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다른 귀 증상들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이석증은 심한 어지럼·구토 등이 발생하지만 귀의 증상은 발현되지 않고, 어지럼이 특정 자세를 취하거나 자세를 바꿀 때 매우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이석증은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수주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일상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치료 방법은 반고리관 안으로 흘러 들어간 이석을 원위치로 되돌리는 물리치료가 많이 사용된다. 반고리관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 머리를 움직여 이석을 빼주는 치료를 시행하는데, 이를 이석정복술이라고 한다.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이 들어갈 수 있는 반고리관은 좌우에 각각 3개씩 있으므로, 총 6군데에서 이석증이 발생할 수 있고 어디에서 이석증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이석정복술의 방법이 달라진다”며 “이석증이 의심되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이석증이 발생한 위치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이석정복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개 한 두 번의 이석정복술로 대부분의 이석증은 쉽게 치료되며, 간혹 회전성 어지럼이 없어진 후에도 약한 어지럼이 한두 달 정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 또한 서서히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김성헌 교수는 “이석기관에 있는 수많은 이석은 언제든지 제자리를 이탈해 반고리관으로 흘러갈 수 있으며, 치료가 잘 되더라도 약 30%에서 재발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재발된 경우도 이석정복술에 의해 대부분 쉽게 치료되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석증은 합병증은 거의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드문 경우 이석증으로 인해 구토를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탈수증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어지럼증이 심할 때에는 균형을 잡기 어려워 낙상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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