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설업체 94% "최근 3년간 인력난에 시달려"
2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중소 규모의 종합건설업체는 앞으로 10년 내에 대리·과장급 공사 직무 직원 부족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건설협회와 건산연은 지난 6월 20일부터 7월3일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시공능력평가 200위 이하 중소종합건설업체 203곳을 대상으로 직급별·직무별 채용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전반적인 현장 기술인력 채용 여건이 '매우 어려웠다'는 응답이 41%(83개사), '어려운 편이었다'가 53%(108개사)를 차지하며 설문에 응한 기업 94%가 현장 기술인력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현장의 구인난은 최근 3년간 심화됐으며 중소종합건설업체는 모든 직급의 채용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채용이 가장 어려웠던 직급은 건설현장 실무자이자 업무 숙련도를 갖춘 대리·과장급으로 '매우 어려웠다'는 답변이 60%에 달했다. 동일한 응답이 사원 직급의 경우 56%, 차장·부장 직급은 46%로 직급과 관련 없이 전반적인 채용이 쉽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직무별로는 안전·공무 직무의 채용이 힘들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나 그 외의 직무도 채용이 '매우 어려웠다'는 응답 비중이 40%를 넘기며 사실상 거의 모든 직무가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61%) 공무(61%) 공사(53%) 품질(49%) 본사기술직(44%) 현장소장(41%) 등 순이다.
향후 5~10년 뒤 가장 부족해질 기술인력은 대리·과장급(46%)과 공사(35%)를 수행하는 이들일 전망이다. 공사는 현장 전반의 시공 상황을 관리하는 핵심 직무로 역량을 갖춘 공사 담당 인력의 확보가 건설현장 전반의 관리수준 상향으로 이어진다. 현장소장은 공사 직무의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춰가기에 공사 직무 인력의 부족은 추후 역량 있는 현장소장의 부족, 나아가 건설산업 역량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건산연은 내다봤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건설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고용난 해소를 위해 여러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48%(96개사)는 고용 지원사업이 건설현장기술인력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고용 지원사업에는 ▲일자리 안정자금 ▲청년내일채움공제 ▲고용유지지원금 ▲고령자 고용장려금 등이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만 15세 이상부터 만 34세 이하인 미취업 청년의 중소기업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의 사업으로 청년 인력 유입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공제 기간의 만료 후에는 이직을 선택하는 일이 잦아 청년 인력의 지속적 고용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이 건설현장 인력 확보를 위해 추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는 임금성과급인상(78%)과기업 내 복지혜택 확대(41%) 등이 제시됐다. 더 나은 임금을 제시하는 기업으로의 이직이 당연시되고 있으며 기업은 임금이나 성과급 인상이 효과적인 방법임을 인지하고 있다. 성유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공사원가 상승의 압박이 큰 여건 속에서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충분한 임금 인상과 복지혜택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채용 기준을 낮추거나 계약직 채용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함꼐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사업 중에선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응답은 32%(64개사)였으며 건설기업의 대응 방안에도 동일한 응답을 남긴 이들은 10%(19개사)였다. 성 연구위원은 "만연화된 중소종합건설기업 현장관리자의 부족은 국내 건설산업이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인구구조와 성장 환경에 들어섰음을 의미하므로 건설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수반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설기술인력 부족 원인으로 지목된 ▲양적 관리가 전부인 기술자 활용구조 ▲도제학습과 연공서열에서 벗어나지 못한 직무·직업 ▲직업 전망과 비전의 사라짐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건설기술인력 수급 정책과 관리 시스템 부재 등의 해결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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