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검찰원'된 금감원, 환매 중단 펀드 또 파헤쳐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임수정 채새롬 오지은 기자 =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1년이 지나면서 금융권 비리 및 불공정거래에 대한 성역 없는 검사와 거침없는 발표로 주목받고 있다.
민감한 내용의 공개를 꺼렸던 금감원의 관행을 깼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검경과 협력을 토대로 금감원의 영역을 넘어서 '금융검찰원'이 됐다는 일부 지적도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4일 이복현 원장 지시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라임 사태와 관련해 다선 국회의원 등 일부 유력인사가 환매 중단 직전 투자금을 돌려받았다고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금감원에서 기존에 해왔던 일반적인 금융사 검사나 현안 브리핑과 차원이 달랐다.
이들 3대 펀드는 이미 검사를 진행해 판매사 등에 제재까지 했던 사안이라 추가 검사를 한 것도 이례적인 데다 금감원이 국회의원을 특혜성 환매로 적발해 공개까지 하는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사자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환매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지난 25일 금감원 1층 로비에서 이복현 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김 의원이 투자한 펀드는 환매가 불가능했는데도 환매가 이뤄졌기 때문에 특혜라고 맞섰고 이복현 원장은 이날 김 의원을 만나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전 정권에서 '봐주기 의혹'이 일었던 3대 펀드 사건을 이복현 원장이 취임 후 다시 파헤치면서 금감원이 졸지에 정쟁의 한복판에 서게 된 셈이다.
금감원의 추가 검사 결과를 놓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며 펀드 사기 실체를 밝히라고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금감원이 야당 중진에 악의적 흠집 내기를 한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항의성 방문을 하고 간 적은 간혹 있지만 국회의원이 금감원 로비에 앉아서 몇시간씩 농성하는 경우는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취임 후 대외 행보에 소극적이던 금감원을 검경과 신속하게 공조하면서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꿔놨다. 그러다 보니 검찰에서 발표해도 될 사안이 금감원에서 공개되는 경우도 있어 '금융검찰원'이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금감원 특성상 검사 후 제재가 이뤄질 때까지 검사 내용을 공개하기 쉽지 않고 민감한 조사 내용의 경우 검경에 이첩하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복현 원장은 취임 후 시급한 현안이라고 판단될 경우 금감원에서 직접 발표하도록 하고 검경과 함께 현안을 주도했다. 금감원에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금융권의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 정권의 비리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획 조사를 통해 공매도 연계 불공정 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고의적 무차입 공매도를 최초로 적발했고, 가상화폐 차익거래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16조원 규모의 금융권 해외 송금 사건도 적발해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금감원은 사모 전환사채(CB)와 관련해 14건의 중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숨은 그림자였던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도 수면 위로 올라와 애널리스트 선행 매매 혐의와 관련한 증권사 압수 수색,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SM엔터테인먼트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 대한 압수 수색 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금감원은 지난달 출범한 서울남부지검의 가상자산합동수사단에 참가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 행위에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하는 등 검경과 협력 체제를 강화해 금융사들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도 긴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이 취임한 뒤 금감원이 검경과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나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파헤치고 있어 금융사들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긴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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