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난항에 '한화 등판설' 솔솔
한화그룹, 새 인수 후보로 거론…기존 사업과 시너지 뚜렷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3년 가까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면서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제3자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제3자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방산과 백화점, 호텔 등 기존 사업을 감안하면 한화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집행위원회)은 이달 3일로 예정됐던 심사 종료 기한을 10월로 미뤘다. 당초 이달 초 합병 승인이 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경쟁제한이 우려된다"는 결론을 냈다. 이후 대한항공이 경쟁제한 우려를 없애겠다고 대안을 제출했지만 EU 집행위원회가 부정적인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법무부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제한하기 위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국외 경쟁당국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시장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제3자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상황도 제3자 매각설에 무게를 실어주는 모양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월 27일 산업은행에 5020억4천만원, 수출입은행에 1979억6천만원 등 총 7천억원을 상환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수혈을 받은 이후 대규모 자금을 한 번에 상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상황 이후 단기차입금 규모는 2조5560억원에서 1조8560억원으로 줄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는 "보유 자금을 활용한 금융비용 절감과 재무건전성을 강화 목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지난해부터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최근 차입금 상환을 단순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으로 볼 수 있냐는 분석도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 일각에서는 제3자 매각시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근 차입금 상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도 동종업계 기업 간 결합보다는 이종업계 결합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동종 결합은 이종 결합보다 당연히 독과점(경쟁제한성) 우려가 큰데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동일 국가 1.2위 항공사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그런 우려가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각국 경쟁당국이 독점 이슈 해소를 위한 전향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제3자 매각설에 대해 산업은행은 "기업결합이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제 3자 매각을 준비 중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심사 기한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제 조건을 달긴 했으나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올해 6월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 기자간담회)는 산업은행의 전망과 달리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례를 감안해도 제3자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그룹)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추진했지만, EU 경쟁당국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합병을 불허했고, 지난 2022년 양사의 인수합병이 최종 무산됐다. 이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합병이 승인됐다.
이런 이유로 시장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다시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시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호텔·리조트 분야 계열사 및 항공기 엔진·부품을 제작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협업해 공동 마케팅과 고객군 확대 등 시너지가 가능하다.
항공업에 대한 한화그룹의 관심도 '한화 등판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화그룹은 2017년 LCC 에어로케이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면서 항공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에어로케이가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지 못했다. 지난 2019년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을 때 SK그룹, CJ그룹과 함께 인수후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인수를 위한 검토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강원'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수 조원을 투입한 한화그룹이 다시 수 조원을 추가로 투입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인수를 위해 2조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이 2조5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경우 추가 자금 소요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 측은 "플라잉강원 및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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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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