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재로 협의체 규정 강화했는데… 홈쇼핑 방송 중단 속출 우려
정부, 대가검증협의체 자동 운영 기준 마련
사업자, 협의 중단 이후 중단 통보하면 무용지물
정부 “송출 수수료 협의 중단 일방적이었나 살필 것”
TV홈쇼핑사와 유료 방송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협상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미 방송 송출 중단을 결정했거나 중단을 검토하는 홈쇼핑 업체들이 늘면서 정부가 지난 3월 대가검증협의체를 자동으로 운영하게 만든 규정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 중단 등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놓고 유료 방송 사업자들과 올해 송출 수수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와 계약 종료로 오는 10월 1일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현대홈쇼핑도 LG헬로비전과 방송 송출 중단을 포함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CJ온스타일과 GS샵 역시 채널별 방송 매출과 수익성 등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면서 유료 방송 사업자들과 송출 수수료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TV홈쇼핑 업계에서는 롯데홈쇼핑이 딜라이브에 방송 송출 중단을 결정한 것에 대해 별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TV 시청자 수와 시간이 줄면서 홈쇼핑 방송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유료 방송 사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송출 수수료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주요 홈쇼핑 업체 4개 사(CJ·롯데·GS·현대)의 영업이익 총합은 12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15억원 대비 40%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2572억원으로 약 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의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90% 줄어든 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현대홈쇼핑은 259억원으로 58%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V홈쇼핑 업체가 유료 방송 사업자에 지급하는 송출 수수료 규모는 지속해서 증가해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3년 7개 TV홈쇼핑 사업자가 지급한 송출 수수료 규모는 9645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조906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TV홈쇼핑 업체들이 지급하는 송출 수수료의 매출액 대비 비중도 28.3%에서 65.7%로 증가했다.
유료 방송 사업자의 매출 중 홈쇼핑 송출 수수료 매출의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올랐다. 2013년 전체 유료 방송 사업자의 방송사업 매출 대비 홈쇼핑 매출은 28.4%였으나, 지난해 33.5%까지 늘어났다.
한 TV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케이블TV는 가입자 수가 줄고 있고 IPTV 역시 가입자 수가 늘지 않고 있다”라며 “방송 매출과 수수료를 저울질할 텐데, 유료 방송 사업자가 양보하지 않으면 중단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다른 TV홈쇼핑 업체 관계자도 “방송 중단 결정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유료 방송 업체에 내야 하는 송출 수수료가 매출이나 수익과 비교해 큰 상황이라면 TV홈쇼핑 업체들이 중단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3월 계약 기준을 개정해 TV홈쇼핑 업체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가검증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했지만, 이 역시 효용성이 크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TV홈쇼핑 사업자와 유료 방송 사업자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협의를 중단하고, 홈쇼핑 방송 송출이나 채널 제공 중단 의사를 서면으로 분명하게 밝힌 경우 대가검증협의체를 운영하지 않고도 방송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롯데홈쇼핑과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의 사례 역시 개정된 계약 기준대로라면 대가검증협의체가 운영되어야 했으나, 롯데홈쇼핑이 협의를 중단하고 방송 송출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 협의체 운영 없이 방송 중단이 결정됐다.
계약 기준에 따르면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과 관련한 갈등 해결을 돕는 기구인 대가검증협의체는 기본 협상 기간(5개월) 및 추가 협상 기간(3개월) 이후에도 합의가 되지 않거나 사업자 중 일방이 협의 종료 의사를 밝힌 경우 자동으로 운영된다.
한국TV홈쇼핑협회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대가검증협의체는 이전에도 열린 적이 없다”면서 “별 대책 없이 송출 중단이 이뤄진다면 홈쇼핑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중소 협력 업체들은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롯데홈쇼핑과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에 대해 대가검증협의체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두 사업자 간 협의 중단이 일방적이었는지를 놓고 업체 간 의견이 다른 상황”이라면서 “협의에 불공정한 부분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문제가 있으면 대가검증협의체를 열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