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도권 위기론 속 ‘4선 중진’ 권영세·나경원 구심점 될까

민영빈 기자 2023. 8.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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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공식 석상 나온 나경원
尹정부 초대 내각서 여의도 복귀한 권영세
與 조강특위, 수도권 사고 당협 ‘무주공산’ 여전
전문가들 “총선서 ‘빅샷’ 인지도 무시 못 해”
일각에선 ‘올드보이 귀환’ 부정적 시선도

여의도를 떠났던 수도권 중진 의원들의 복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도권은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역할을 할 내년 총선의 승패를 가를 핵심지다. 그러나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 안팎에선 수도권에 마땅히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진들의 복귀로 분위기 반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거물인 이른바 ‘빅샷’의 움직임이 선거 전 분위기를 예열하고 총선 승리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올드보이의 복귀’로는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대중의 표심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할 거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뉴스1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 출신 4선 중진 국회의원인 나경원 전 의원과 같은 4선 중진인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이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국회사무처 소관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 포럼에서 모습을 보였다. 3·8 전당대회 이후 약 5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나선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 사단법인의 이사장을 맡았다.

나 전 의원은 당에서 요청이 오면 역할을 수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당 사람들) 모두가 합심하는 것도, 각자 자기 영역에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인으로서의 책임은 늘 다하겠다”고 했다. 수도권 총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날 포럼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참석해 나 전 의원을 돕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 대표는 3·8 전당대회 당시 이른바 ‘김나연대(김기현·나경원 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보수당의 아이콘이고 최고의 리더인 나 전 의원이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이끌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포럼을 발족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런) 역할을 하려면 (국회의원) 배지가 필요하지 않겠나. 계급장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PACT)' 포럼 창립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이었던 권영세 의원도 여의도로 복귀했다. 윤 정부 초대 내각에 참여한 정치인 출신 장관 중 여의도에 복귀한 인물은 권 의원이 처음이다.

권 의원도 지난 24일 나 전 의원의 포럼 행사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행사 축사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은 총선에서 항상 어려우면서도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라며 “수도권에서 우리 당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승리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직을 수행하느라 약 1년은 지역 활동을 많이 못 했지만, 최근 열심히 다니고 있고 (민심도) 괜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의 지역구는 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의 행보를 국민의힘이 직면한 소위 ‘수도권 위기론’과 ‘인물난’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본다. 당 관계자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사고 당협 조직위원장을 임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10곳을 제외한 26곳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며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는 서울 9곳·인천 3곳·경기 14곳 등을 포함한 사고 당협 36곳 중 10곳의 조직위원장만 정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광진을(오신환 전 의원) ▲경기 용인 병(고석 변호사) 등 2곳은 조직위원장을 확정했다. 하지만 ▲서울 강서을 ▲서울 마포갑 ▲경기 성남 분당을 ▲서울 서대문을 등은 보류 지역으로 남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사진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빅샷’의 움직임이 총선 분위기를 예열하고 우세한 쪽으로 이끄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것으로 본다. 전국구 선거에서는 인지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효과를 톡톡히 보려면 전제 조건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성과라고 말한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 교수는 “중진급 정치인들은 인지도와 호감도 모두 괜찮다는 걸 증명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의 국정 성과에 따라 내년 총선의 판도는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도권 선거는 정권 평가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나 내보내면 안 된다”며 “수도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선수가 높은 사람들은 선거판을 짤 줄 아는 조직력이 있기 때문에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 선거에서 당선되면 그게 모여서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드보이’의 복귀로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대중의 표심 공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판에 구시대 인물들이 많아지면 혁신의 기회는 줄어들고, 경쟁 구도에서 공천만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수도권 위기론은 단순히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아니라 외연 확장·중도층 확보까지 아우를 만한 포인트가 없다는 의미”라며 “정부와 당에 쓴소리도 할 줄 알아야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있는데, 그걸 못 하는 게 올드보이들의 한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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