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위인데 증권은 10위권 밖... 현대차證, 연 3.65% CMA 금리로 고객 유치 사활

정현진 기자 2023. 8. 27.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월 신규 계좌, 4월 대비 93% 늘어

현대차증권이 리테일 고객을 모으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5월 새로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선보인 데 이어, 업계 최고 수준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를 내세우면서 개인 투자자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차츰 성과도 나오고 있다. 업계 최고 금리를 제공하면서 현대차증권의 CMA 신규 개설 계좌 수는 두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증권은 1955년 설립된 신흥증권이 전신이다. 2008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 인수 당시만 해도 현대차그룹이나 증권가에선 현대차증권이 빠른 속도로 리테일 기반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성장은 더뎠다. 이 때문에 기업금융에 무게를 두다가, 올해 들어 시장이 악화하면서 다시 리테일 쪽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이다.

현대차증권 제공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디지털RP형 CMA 금리는 연 3.65%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RP형 CMA 중 두 번째로 금리가 높은 미래에셋증권(3.55%)보다 0.1%포인트(P) 높다. 주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RP형 CMA 확대에 열중하고 있는데, 주요 중소 증권사들보다 현대차증권이 제공하는 금리가 더 높다. SK증권은 3.40~3.50%, 다올투자증권은 3.45%, IBK투자증권이 3.40%의 금리를 제공한다.

CMA는 증권사가 운영하는 수시 입출금 통장이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은행 예금이나 증권사 예탁금 이자율보다 이율이 높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기 때문에 잠시 목돈을 맡길 곳이 필요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끈다. 특히 지난 7월까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상승세가 최근 시들해지자, ‘갈 곳 없는 자금’이 늘어나며 CMA 잔액이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0일 국내 CMA 잔고는 지난 2022년 2월 이후 약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70조원을 돌파했다.

CMA는 투자(운용) 대상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발행어음형 등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통상 가장 금리가 높은 것은 발행어음형이다. 발행어음은 1년 이내 단기금융 상품으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한다. 이에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 4곳만 취급할 수 있다. 현재 NH투자증권이 제공하는 금리(2.8%)가 제일 낮고, 한국투자증권(3.6%)이 제일 높다.

서울 여의도 현대차증권 사옥./현대차증권 제공

현대차증권이 제공하는 3.65%의 디지털RP형 금리는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형 CMA 금리보다도 높다. 증권사는 RP형 CMA로 들어온 자금을 오로지 RP에 투자하는 데만 사용한다. 최근 RP 금리는 3.5~3.6%대에서 횡보 중이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RP형 CMA 금리보다 RP 금리가 낮아지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역마진을 본다.

현대차증권이 역마진 우려 속에서도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리테일 고객 유치를 위해서다. 현대차증권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증권사에 비해 기업금융(IB) 부문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와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토큰증권 등 새 먹거리가 나오면서 개인투자자들 중심의 리테일 시장이 중요해졌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상반기 주식 거래 수수료로 281억원을 거뒀다. 전체 영업수익(8085억원)의 3%에 불과하다. 주식 등 지분증권과 채권, 파생결합증권 등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59%에서 2022년 1.52%, 올해 1분기 1.29%로 낮아졌다. 시장 점유율만 따지면 국내 증권사 중 10위권 밖이다.

현대차증권 측은 역마진 우려에도 신규고객 유입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마진은 RP형 운용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역마진 우려가 있지만) 신규자산 유입에 따라 주식거래와 금융상품 가입이 증가하고, 회사 브랜드가 홍보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기준 현대차증권이 디지털RP형·RP형 CMA를 통해 낸 수익은 7억4123만원, 6월 말 기준 잔액은 186억원이다.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현대차증권은 지난 5월 기존 MTS를 재단장한 ‘내일’을 오픈했다. 3.65%의 디지털RP형 CMA 금리도 ‘내일’을 통해 신규 혹은 추가로 디지털RP형 CMA 계좌를 개설하고 100만원 이상을 납입한 고객에 한해 제공한다. 향후 기준금리나 증권사 사정에 따라 적용 금리는 변경될 수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디지털RP형 CMA 상품 출시 전인 4월 대비 6월에 신규 계좌 개설 수가 약 93% 늘었다”면서 “또 휴면 고객의 자산이 재유입돼 유효고객으로 재활성화되는 등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금리를 한동안 유지할 것”이라면서 “오는 9월 ‘롯데멤버스’와의 제휴 등으로 리테일 고객 확보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