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칼럼니스트가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18kg 감량 후 가진 의문[PADO]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2023. 8.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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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오젬픽(위고비)이나 몬자로에 대한 이야기를 진즉 들으셨을 겁니다. '기적의 다이어트 약'만큼 믿기 어려운 게 없을 텐데 (적어도 지금까지의 사례에 따르면) 소문은 사실이고 앞으로 사회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신세대 다이어트 약은 모두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인데(한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삭센다가 여기에 속하나 최근 약제들에 비해 효과는 떨어집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커버로 이를 다뤘고 한 국내 증권사는 아예 GLP-1 계열 약제에 대한 특집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회사들을 갖고 있는 미국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미국은 약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반대로 그런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바이오-제약 회사가 발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론 '사회적 질병'이라고도 부르는 비만의 사회적 측면에 이들 신약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됩니다. 문제는 이들 신약의 가격이 비싸(미국에서는 1년치 2000만원 가량) 비만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계층이 신약의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겁니다. 신약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면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에디터이자 칼럼니스트인 루스 마커스는 본인이 직접 오젬픽을 사용해 큰 효과를 보고 나서, 여성으로서 외모에 대해 늘 의식해야 했던 자신의 삶에서 출발해 미국 공중보건의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는 비만 문제까지 아우르는 유려한 칼럼을 2023년 6월 6일 기고했습니다. '기적의 다이어트 약'을 둘러싼 모든 이슈들을 망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체험에서 시작해 사회적 문제까지 톺아보는 훌륭한 에세이의 전범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노보노디스크의 당뇨 치료제 오젬픽. /그래픽=PADO /사진=로이터=뉴스1
"제가 처방을 해드리면 환자분이 제가 지금까지 처방한 사람 중 가장 마른 사람일 겁니다."

'가장 마른' 이란 표현은 누군가 나더러 하는 것으론 익숙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뚱뚱하진 않았지만 아슬아슬했다. 키 152cm에 몸무게는 69kg, 체질량지수(BMI)는 29.7로, 의학적으로 비만으로 간주되는 30에서 약간 모자란 정도였다.

문제는 2021년 10월 담당 의사에게 메일을 보낸 그날, 내 상황은 절망적이었다는 거다. 옷이 맞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불운한 순간을 맞고 나면 사진 속 내 모습을 보기가 고통스러웠다. "살찐 돼지"라는 독자 댓글이 적잖이 보였고 애써 떨쳐내려고 해도 그 말은 내게 상처였다. 이 에세이의 슬러그는 '뚱뚱한 칼럼니스트'(fat columnist)인데 이는 이제 내가 뚱뚱했다는 사실을 쾌활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가 됐음을 뜻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나는 깡마른 아이였다. 그런데 중학교 때 가정 과목을 맡았던 휘트먼 선생님은 예지력이라도 있었는지 비품 보관함에서 초콜릿 칩을 몰래 가져가려던 나를 잡아내선 이런 식습관을 갖고 있으면 언젠가 큰일날 거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정말 큰일이 났다. 사춘기는 힘들었고, 임신 기간은 고약했으며 갱년기는 더욱 끔찍했다.

몸무게는 평생의 고민이었지만 대체로 시급한 문제는 아니었다. 내 체중은 늘 원하는 것보다 많이 나갔지만 마음만 먹으면 한동안은 보기 좋을 정도로 살을 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늘 처음을 기억한다는데, 나도 내가 농담조로 물어본 말에 당시 10학년이었던 남자친구가 던진 충격적인 독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다들 알 걸. 너 살 좀 빼야 하는 거." 그날부터 나는 늘 몸무게를 걱정하는 사람이 됐다. 하지만 내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그 이후로도 계속 나타났다.

글쓴이 루스 마커스의 1970년(왼쪽), 1994년, 2000년(오른쪽) 모습. /사진제공=Ruth Marcus


오랫동안 최면 요법도 받아보고 자몽도 많이 먹었다. 스카스데일과 슬림패스트 다이어트를 하면서 내가 먹는 칼로리를 계산하며 탄수화물도 줄여봤다. 대학 가면 첫 학년 때 살이 찐다더니 실제로 그랬다. 그래서 살을 뺐다. 십여 년 뒤 지금의 남편을 만났을 땐 꽤 말랐고, 결혼식 때도 드레스를 입기 적당할 정도였다. 아이들을 갖게 되자 살도 같이 갖게 됐다. 살도 아이들마냥 내게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다. 웨이트워처스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다이어트 방식으로 (애들 말고 살을) 떼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 체중계 눈금이 슬금슬금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 후에도 그만큼 다시 내려가게 할 수 있었다. 팬데믹 기간에 재택근무를 하려고 주방에 사무실을 차린 것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안 됐다.

예순셋의 나이에 내 살은 그대로였고 행복하지 않았다. 내 주치의 베스 호로위츠에게 이제는 식욕도 통제가 안될 것 같다고 했다. 베스의 또 다른 환자인 내 절친은 심각한 비만이었다. 우리가 친구가 된 후 근 40년 동안 이 친구는 액체만 먹는 다이어트에 위장절제술까지 안 해본 게 없었다. 무엇 하나 효과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효과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런데 '오젬픽'(Ozempic)이라는 당뇨 치료제를 쓰면서 친구는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걸쳐 천천히 총 34kg를 감량했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저한테도 효과가 있을까요?" 베스에게 물었다.


며칠 후 나는 파란색 오젬픽 펜의 포장을 뜯고, 얇은 바늘을 끼운 뒤 다이얼을 돌려 0.25로 맞췄다. 바늘 끝에 투명한 액체 방울이 작게 맺혔다. 나는 복부에 바늘을 찔렀다. ('주사'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이다. 아주 작은 부위에 통증 없이 살짝 찌르는 정도다. 처방을 받을 정도로 체지방이 많다면 하나도 안 아플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총 18kg, 무려 체중의 4분의 1이 빠졌다. 지금 내 몸무게는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로부터 고약한 말을 들었던 그 시절보다 적게 나간다. 아직 체중을 더 줄이고 싶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 목표는 순전히 허영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날씬했던 시절의 옷들--지퍼를 올릴 수가 없어 몇 년째 옷장에 처박아둔 바지들--이 이제는 지퍼를 채워도 몸에서 흘러내린다. 체력도 늘었다. 군살이 다 빠지고 나니 몇 년 전만 해도 벌받는 것 같던 하이킹이 지난 여름에는 수월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달라진 내 모습에 대해 말하다가 잠시 멈칫하고는 혹시 중병에 걸린 건 아닌지 묻는다. 하긴 이젠 그럴 만한 나이긴 하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히 언급해야 할 게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TV 광고("오, 오, 오, 오젬픽!")에서 1분 동안 성인이 최대 6kg을 감량했다는 내용을 세 번이나 언급하고, 의사들은 자유롭게 오젬픽을 오프라벨 처방함에도 불구하고, 제조사 노보노디스크는 오젬픽이 체중 감량용으로 허가되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사실 오젬픽은 새로운 비만 치료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제는 동일한데 투여량은 더 많고 가격도 비싼 위고비(Wegovy)를 승인했다. 또 다른 당뇨병 치료제 티르제파타이드(시판 브랜드명은 '몬자로')의 평균 감량율은 22.5%로, 15%였던 위고비와 비교했을 때도 놀라운 결과를 입증했으며, FDA가 이를 비만 치료제로 사용을 정식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이야말로 (비만 치료의) 전환점인 것 같습니다. 위장절제술과 동일한 효능을 보이는데 수술은 하지 않으니까요." 비만 연구의 권위자 조지 A 브레이 박사의 말이다.

미국은 성인의 40%가 비만이고 30%가 과체중으로, 비만 문제가 특히 심각한 곳이다. 그리고 위장절제술보다 덜 과감한 요법들이 지속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치료제들의 개발은 획기적인 발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는 복합적으로 얽힌 도덕적, 과학적, 경제적 문제가 따른다. 그 중 몇 가지를 정리해 보자.

비만은 당뇨병, 뇌졸중, 심장질환, 증가하는 암 발병 위험과 연관성이 있어 엄청난 개인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그러나 치료제의 가격은 매우 비싸다. 연 1만5000달러(2000만원) 이상이 들 수 있다. 비만이 만연한 현실을 고려할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만 치료제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사회가 비용을 지원해 줄 방법은 없을까?

저소득층과 소수자 집단은 비만이 더 심한 편일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 약값 전액을 부담하지 않을 경우(그럴 때가 많다) 자기부담금을 지불할 능력도 부족하다. 지금의 격차를 공고히 하거나 늘리는 대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기간 사용 시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환자가 치료제 사용을 중단하면 빠른 속도로 다시 살이 찐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오젬픽과 위고비의 핵심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2012년에 개발돼 약 11년 동안 당뇨 치료에 널리 사용되었지만 뚜렷한 불안 요소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 치료제를 장기간 사용해도 되는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FDA가 지난 12월 12세 이상에 대한 위고비 사용을 승인하고 미국소아과학회가 "건강행태 및 생활양식 치료의 보조약으로" 비만 치료제 사용을 권장하면서 이 문제는 점점 간과하기 어려워졌다.

원격 의료와 온라인 상거래의 시대에, 어떻게 하면 적절한 사용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대거 신약을 오남용할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어떤 약을 상당수의 인구가 복용하면 희귀한 부작용도 크게 부각될 것이다. 비만 전문가들에게 현 상황은 1990년대 중반 기대를 모았던 다이어트 약 펜펜(fen-phen)이 나중에는 판매 중단에 이르렀던 참사를 떠올리며 불안을 자아낸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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