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해부] 아이마켓코리아, 삼성 따라 간 美서 산업단지 신사업
연 매출 3조원 대의 국내 최대 산업자재 유통(MRO) 전문기업 아이마켓코리아(IMK)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대규모 부지를 사들였다. 본업인 MRO 사업은 안정적이지만, 성장 폭이 크지 않아 산업단지 개발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이마켓코리아가 개발할 산업단지에는 이르면 2025년부터 텍사스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외 반도체·전기차·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입주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지난 2000년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9개 계열사가 함께 출자해 만들었다. 2010년에는 구매대행사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한다는 비판이 일자 2011년에 아이마켓코리아를 그래디언트(옛 인터파크)에 매각했다.
◇ 인터파크, 커머스·여행·엔터 매각 후 그래디언트로
아이마켓코리아의 모회사는 그래디언트다. 그래디언트는 옛 인터파크로, 작년에 핵심 사업이었던 커머스, 여행, 엔터 부문을 물적분할해 야놀자에 지분 70%를 2940억원에 매각했다. 인터파크라는 이름도 넘겼다. 존속법인은 그래디언트로 이름을 바꿨다.
그래디언트는 핵심 사업부 매각 자금으로 신사업을 하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와 손자회사를 통해선 B2B(기업 간 거래) 유통업을 하고 테라펙스와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를 통해선 바이오 사업을 하고 있다. 테라펙스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는 오가노이드(유사장기)를 연구한다.
테라펙스의 옛 이름은 ‘인터파크바이오’다. 작년에 인터파크가 매각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인터파크바이오의 오가노이드 연구 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회사가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그래디언트가 지분 43.11%를 보유하고 있다. 출자자였던 삼성그룹 계열사는 8.7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 연결 자회사로는 안연케어(의약품 유통), 큐브릿지(사무용품 유통), 아이로지스틱스(물류), 아이엠테크놀로지(산업용 테이프 제조), 밸류포인트(광고물 제조) 등이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그래디언트 대표이사인 이기형 회장, 남인봉 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그래디언트 주식 29.98%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이고 그래디언트와 아이마켓코리아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남 사장은 인터파크 출신으로 그래디언트와 아이마켓코리아 사업을 총괄한다.
◇ 물류 넘어 IT 산업단지 개발
아이마켓코리아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6만5000㎡(약 5만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했다.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향후 20년 동안 2000억달러(약 267조원)를 투자해 오스틴시에 2개, 테일러시에 9개의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스틴시는 텍사스주의 주도(capital city)로, 테일러시는 오스틴시와 인접해 있다.
지난 3월에는 테일러시에 69만4000㎡(약 21만평) 규모의 부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현지 조사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텍사스 진출 수요는 높지만, 인허가 취득과 현지 규제·환경 조사 관련 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윌리엄슨 카운티, 테일러시와 지난 4월 업무협약을 맺었다. 테일러시 산업단지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입주를 시작한다. 매출은 입주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산업단지를 운영하면서 입주 기업에 물류 서비스와 산업자재 유통(MRO) 등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산업단지 사업이 안정되면 미국 장기 출장자를 위한 ‘리로케이션 서비스’도 운영한다. 항공권 예약, 비자 신청을 대행해 주고 숙박과 셔틀 등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아이마켓코리아 관계자는 “테일러시 산업단지 조성은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동시에 MRO와 물류사업의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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