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C 대표선수 와비파커, 올버즈, 캐스퍼가 추락하는 이유[티타임즈]

이재원 기자, 박의정 디자인기자 2023. 8.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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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유통업계의 대세는 '다이렉트 투 컨슈머'(Direct To Consumer·D2C)였다. D2C는 브랜드가 전통적인 유통 방식인 도매와 소매점을 거치지 않고 자체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구조이다.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처음 판매를 시작하는 '온라인 브랜드'이고, 다양한 상품 보다는 특정 영역에 한정한 제품 한두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D2C는 합리적인 가격과 맞춤형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기존의 복잡한 유통 과정에서 나오는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가격 거품을 쳐낼 수 있고, 웹과 앱을 통해 수집한 순도 높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맞춤형 광고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창업이 쉽다는 장점이 있어 수많은 D2C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여기에 나이키와 같은 업력이 긴 회사들도 아마존이나 ABC마트와 같은 유통업체에 납품을 중단하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물건을 판매하는 D2C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D2C는 유통업계의 대세가 됐다.

특히 쇼핑몰이 문을 닫았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같은 D2C 유행이 가속화한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9년 767억 달러 규모였던 D2C 판매액은 2021년 1300억달러를 거쳐 2023년 올해를 기준으로 2배가 넘는 175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D2C를 이끌었던 세 브랜드의 몰락
D2C 트렌드가 팬데믹 기간에 확 주목받기는 했지만 최근에 등장한 모델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던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쭉 이어져 왔고, 팬데믹을 계기로 완전히 개화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D2C 트렌드를 초기부터 선도했던 세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와비파커, 올버즈, 그리고 캐스퍼이다.

와비파커는 2010년 창업한 안경 회사이다.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을 5개까지 선택하면 무료로 배송해주고, 마음에 드는 안경이 있으면 시력검사 결과만 입력하면 2주 안에 맞춤 제작한 안경을 보내주는 판매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안경점을 통하는 유통구조를 건너뛴 덕에 미국 평균 안경 가격인 5분의 1 수준인 95달러에 안경을 판매했다.

올버즈는 친환경 소재와 편안한 착용감으로 주목받은 신발 스타트업이다. 면이나 합성섬유 대신 유기농 양모(울)를 이용한 신발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실리콘밸리 IT 회사에 근무하는 이들이 이 신발을 선호해 '실리콘밸리 유니폼'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친환경 철학을 전달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한 D2C 판매를 고집했다.

마지막으로 캐스퍼는 2014년 창업한 침대 매트리스 회사이다. 압축 기술을 적용해 기능 손상 없이 소형 냉장고 크기의 박스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든 매트리스로 인기를 끌었다. 일반 택배로도 매트리스를 배송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매트리스를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었다.

세 회사 모두 D2C 브랜드의 정석을 보여주며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3200억원)를 돌파해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고, 모두의 주목 속에 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이 세 회사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주가로만 봐도 주당 40달러에 상장했던 와비파커는 상장 직후 58.34달러를 기록한 뒤로 계속 추락해 올해 3월 최저가인 9.97달러를 기록했다. 지금도 1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올버즈도 상장 직후에는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계속해서 주가가 빠지더니, 올해 8월7일을 기준으로는 공모가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1.3달러를 기록했다.

캐스퍼는 마지막 투자 유치 시점의 기업가치 11억달러를 지키지도 못한 3분의 1에 불과한 3억4600만달러로 초라하게 상장했다가 결국 2021년 11월 사모펀드에 매각되며 상장폐지됐다.

D2C는 왜 몰락했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D2C 회사들이 고전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경쟁이다. D2C 브랜드는 다른 기업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소비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안경, 매트리스, 신발은 물론 샴푸, 화장품, 생활소품류가 대부분이다. 허들이 낮다 보니 '잘 먹히는' 아이템 하나가 발견되면 곧바로 경쟁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박스형 매트리스 스타트업만 해도 캐스퍼의 등장 이후 200곳이 넘는 유사 브랜드가 난립했다.

경쟁에 내몰린 기업들은 제품군 확대를 선택했다. 신발로 성공했던 올버즈는 속옷, 패딩, 골프화, 골프복을 내놨다. 매트리스 회사 올버즈는 경쟁이 격화하자 '종합 수면 솔루션 회사'를 표방하며 온갖 제품들을 출시했다. 이불, 베개는 물론 수면등과 수면 유도 의료기기 시장에까지 손을 뻗었다. 아무 호응을 얻지 못하고 모두 시장에서 철수했다.

온라인 광고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늘어난 것도 추락의 원인 중 하나이다. D2C 브랜드는 대부분 SNS 온라인 광고를 통해 고객에게 접근한다. 문제는 제품 판매와 광고가 거의 1대1의 교환비를 갖는다는 점이다. 제품 하나를 팔기 위해서는 꼭 하나의 광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D2C 브랜드의 광고는 '제품에 관심 있는 소비자' 하나하나의 SNS를 파고들어 광고를 한다. 목표가 된 소비자 딱 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광고이다. 만약 광고를 본 소비자가 링크를 타고 들어와 구입한다고 해도 광고는 거기서 끝이다. 다른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광고비를 집행해야 한다. 여기에 광고 단가가 높아진 문제도 있다.

※ D2C 브랜드의 추락과 생존을 위한 변화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티타임즈TV'에 오시면 더 많은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원 기자 jaygoo@mt.co.kr 박의정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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