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관계 개선' 바이든, 대선 앞두고 중동외교 성과 얼마나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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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미국과 이란 간 수감자 석방 및 동결 자금 해제 협상의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핵협상 재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예상되는 장애요인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對)이란 제제를 복원했다. 이로 인해 2010년부터 한국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계좌를 개설하고 석유 대금을 받아왔던 이란은 자금이 동결됐다. 이란은 동결 조치가 부당하다며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국과의 핵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결자금 해제를 핵협상과 연계시키며 해법을 모색했지만 양국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오만, 카타르, 스위스 등의 중재로 양국 간 수감자 석방과 동결 자금 해제를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미국 측이 동결 자금 해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자 이란도 수감자 교환 협상에 호응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타결되자 이란 동결자금은 스위스에 있는 은행으로 이체돼 유로화로 환전됐고 향후 카타르 내 이란 계좌로 송금될 예정이다. 자금이 송금되는 데까지는 약 5~6주나 소요되는데 원화 가치가 급락할 것을 우려해 순차적으로 환전과 송금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자금 송금이 모두 완료되면 미국과 이란은 모두 상대 측 수감자 5명을 송환할 계획이다.
동결이 해제된 자금은 카타르 내 계좌에 예치돼 의약품이나 식량 등 인도주의 목적의 물품 구매에만 사용된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동결해제된 자금은 식량과 의약품,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없는 의료 기구 구입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며 미 재무부 차원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고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미국 입장에선 중동 관련 정책에 내세울 만한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최소한의 성과를 얻어낸 셈"이라며 "이번 일을 디딤돌로 다음 단계에서 '미니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인 교수는 "이란도 내년에 미국의 정권이 교체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베팅을 해서 얻어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에도 포괄적인 협상으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니 잃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핵협상 결렬 이후 미국 등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2019년부터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들을 잇달아 나포해 마찰을 빚었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이 상업용 선박을 나포하자 수륙양용 공격함 등 전함과 함께 F-35, F-16 전투기를 파견하고, 민간 선박에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또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드론 등 무기를 지원하면서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이 상호 수감자 석방에 합의한 것은 양국 간 긴장을 빠르게 완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감자 교환 합의는 올해 상반기 오만에서 진행된 양국 간 비공식 합의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합의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60% 이하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고농축 우라늄의 비축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협조, 시리아와 이라크 내에서 미군 공격을 중단하는 조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자 교환과 함께 동결 자금 해제가 타결된 것은 양국이 이같은 비공식 합의를 준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속도를 늦추고 고농축 우라늄 농도까지 희석한 것은 기존 핵합의 복원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바바라 슬라빈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란이 부분적으로는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헨리 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감자 교환은 올해 말 공식적으로 핵 협상 재개를 노리는 미국과 이란이 긴장을 낮추는 핵심 단계"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란과의 마찰을 피하고 부진했던 중동 지역에서의 외교 성과가 절실하다. 특히 독자외교 노선을 걷는 사우디가 중국의 중재 하에 이란과 관계를 회복하자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은 코너에 몰린 셈이 됐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한편 이란 핵협상 재개를 통해 중동에서의 영향력과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음 달 열릴 유엔(UN) 총회에서 미국·이란 정부 관계자가 핵 협상 재개 여부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과 관계를 개선하고 핵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현재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쟁에서도 유용하다. 과거 핵합의 하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낮은 수준에서 묶어둘 수 있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합의 탈퇴와 이란 제재 복원 이후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개발로 돌아서면서 핵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우려한 사우디는 자국 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해 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적 실책을 부각시킬 수 있다.
핵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협상 자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화당이 요구하는 수준의 합의는 이란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의원들은 궁극적으로 이란이 핵무기 보유를 추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란을 적대시하면서 조성되는 중동의 군사적 긴장은 무기 판매 등을 통한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여긴다. 그만큼 핵협상이 진전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란 역시 오랜 세월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적대감이 누적됐다.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경험 때문에 미국을 신뢰하기 어렵다. 카림 사자드푸르 카네기재단 중동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미국에 대한 이란의 적대감은 혁명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의 핵심"이라며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전략적이고 지속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변수도 만만치 않다. 극우화된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을 적대시하고 있으며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 강력 반대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핵 인프라를 해체하지 않는 이상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결자금은 이란이 후원하는 테러단체 자금으로 제공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스라엘의 이란 핵개발 우려와 반발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미국이 지원하는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개선에도 이스라엘의 이런 반감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남식 교수는 "미국과 이란이 기존의 핵합의로 돌아가 포괄적 행동계획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내 여론과 공화당 등의 반발이 격심하고, 이스라엘이 분명히 개입할 것이기 때문에 불안 요소가 커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이 일단은 '원샷딜'로 서로 만족하고 탐색하는 형태의 기간을 좀 갖고, 안정이 확인되면 조금씩 수위를 높여가며 원샷딜을 미니딜로 바꾸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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