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곤지암' 이어 '치악산'까지..영화 제목 잔혹史[★FOCUS]

김노을 기자 2023. 8.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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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노을 기자]
/사진제공=영화 '치악산' 포스터
이번에는 '치악산'이다. 내달 개봉을 앞둔 영화 '치악산' 측과 '진짜' 치악산이 자리한 강원 원주시가 갈등을 빚은 가운데 영화 제목 잔혹사(史)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9월 13일 개봉 예정인 '치악산'(감독 김선웅)은 1980년대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발견된 이후 사건의 잔혹함으로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괴담을 재해석한 스릴러로, 배우 윤균상, 김예원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일명 '치악산 토막살인 괴담'을 재해석했지만 이는 괴담에 불과할 뿐, 실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원주시는 치악산의 이름을 그대로 표기한 영화 제목과 내용 등을 우려했고 결국 제작사 측에 '실제가 아닌 허구다'라는 문구 삽입을 요구하는 등 지역에 타격이 없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국내 명산 중 하나인 치악산국립공원이 이미지 타격을 입을 경우 국가적인 손실, 지역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원주시 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치악산'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는 24일 공식입장을 내고 "본의 아니게 원주시와 지역 주민분들께 불편을 끼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작사 측과 원주시 측은 23일과 24일 양일간 만나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원주시는 제작사에 ▲실제 지명인 '치악산'이 그대로 사용된 제목 변경 ▲영화 속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을 삭제 또는 묵음처리 ▲영화 본편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하였음을 고지 ▲온라인 상에 확산된 감독 개인 용도의 비공식 포스터 삭제 등을 요청했다.

/사진제공=영화 '치악산' 스틸
하지만 원주시의 일부 요청은 반영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첫 번째 요청의 경우 사실상 재촬영을 진행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고, 또한 주요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 중이기에 재촬영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제작사는 "영화 본편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하였음을 고지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본편 내에 이미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및 단체 그 외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라는 문구가 기입되어 있는 점을 안내했다. 해당 문구가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 부분에 위치해 있어 보다 많은 관객 분들께 노출될 수 있도록 본편 상영 이후 바로 등장하도록 재편집을 진행하는 방향 역시 함께 고려 중"이라고 원주시의 세 번째 요청을 수렴하려는 태도를 강조했다.

/사진=영화 '곡성', '곤지암' 포스터
지역 사회를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 전 갈등을 빚은 사례는 '치악산' 전에도 있었다. 2016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哭聲)'은 한 마을에 외지인이 찾아오면서 의문의 연쇄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과 무속인이 목격자와 함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역명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 제목으로 인해 마치 전남 곡성군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룬 것처럼 인식돼 지역 사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곡성군은 '곡성' 제작사와 논의 끝에 영화 포스터에 곡성군 한자 지명인 '谷城'이 아닌 '곡하는 소리'라는 뜻의 '哭聲'을 병기할 것과 영화 상영 시 자막으로 '본 영화 내용은 곡성 지역과는 관련이 없는 허구의 내용'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해 개봉에 이르렀다.

2018년 개봉해 입소문을 타고 호평을 받은 정범식 감독의 영화 '곤지암'도 제목에 대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곤지암'은 실제 동일명의 경기 광주 소재 정신병원을 소재 삼은 영화다.

당시 경기 광주시는 영화 제목이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할 것을 우려해 제목 변경을 요구했다. 또한, 건물 매각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병원 소유주가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해 예정대로 개봉됐다.

특정 지역을 언급한 영화 등이 끊임없이 작품명으로 구설에 휘말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예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기우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작품명이 지역명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혐오감이 조장되거나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개봉을 한 달 여 앞두고 암초를 만난 영화 '치악산'도 앞선 두 영화 '곡성'과 '곤지암'처럼 예정대로 개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노을 기자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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