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인생 내비게이션’···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화제의 책]
나이를 불문하고 시도 때도 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있다. ‘대학은 꼭 가야 할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돈은 얼마큼 벌어야 하지?’ ‘결혼은 꼭 해야 할까?’ ‘지금 당장 회사를 관두면 할 일은 있을까?’ 같은, 바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그러한 선택의 기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생은 쉼 없이 흘러가고, 문득 주변을 둘러보면 ‘나’만 빼고 모두 잘 살고 있는 듯한 찜찜한 기분에 빠져들곤 한다.
10년 전,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회사에서 제법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 살던 김소담 작가도 그랬다. 삶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수없이 쏟아냈다. 그러고는 회사를 그만두고 헬프엑스 여행가가 됐다. 헬프엑스 여행은 여행자가 숙식을 제공받는 대가로 요리나 목공 등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한곳에 2~3주 머무는 방식의 여행이다.
그렇게 한곳에 머물며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작가는 자연스럽게 ‘나’를 더욱 깊이 탐색해 갔다. 자신만의 삶의 키워드가 더해질수록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의 의미는 더 넓어졌다. 그 질문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묻는 것이었고, 무엇에 우선의 가치를 둘 것이냐는 물음이기도 했으며, 또 어떨 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필사적으로 주목해야 할 사회문제를 의미하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나’답게 살고 싶어 여행을 떠나던 작가가 이번에 선택한 여행지는 사뭇 이색적이다. 바로 사람이다.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김소담 지음 / 책이라는신화)에서 작가는 ‘인생 키워드를 좀 안다’는 청년들을 만나고, 그들의 입을 통해 ‘경로를 이탈해도 더 괜찮은 인생을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들려 준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전업주부 아빠 ‘몽키’가 삶의 주인이 되는 노동을 말한다. 2장에는 인생의 반은 농사짓고 반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제주도에 소농 공동체를 꾸린 ‘비나’와 ‘솔’이 나선다. 3장에선 서울 아가씨 ‘심바’가 부산 영도에 자리 잡고 누군가와 연결된 삶을 만들어 나간다. 4장에서는 청년 대장장이 ‘숫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열정을 지속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5장에는 남성 페미니스트 ‘견과’가 나와 대한민국에서 성평등 교육 활동가로 사는 삶을 말한다. 6장에선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상에서 누구보다 기쁘게 노력하는 ‘오한빛’을 만날 수 있다. 7장에서는 비건이자 아프로댄서인 ‘초’가 몸에 관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8장에 등장하는 활동가 ‘미어캣’은 사회의 부조리와 고통받는 약자, 일상을 디자인할 권리를 말한다. 9장에서는 생활경제상담사 ‘미스페니’가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경제력 쌓기’ 비법을 전한다. 끝으로 10장에선 작가 자신이 그동안의 여행으로 다양한 삶을 접하며 찾아낸 행복의 루트를 알려준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유명인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다. 그러나 그들이 저마다 삶의 키워드를 품기까지의 과정은 우리에게 빛나는 통찰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오롯이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노동을 고민하다가 전업주부를 선언한 아빠,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불안 앞에 버티고 서서 지속가능한 열정을 고민하는 청년 대장장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건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채운 족쇄였음을 깨달은 비건 댄서…. 이들은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며 걷기 위해 과거의 자신을 버렸고, 과감히 경로를 이탈했고, 때로는 온갖 걱정과 선입견에 맞서 싸웠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방향을 찾고, 앞으로 나아길 길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즉 이 책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퇴사를 고려하는 사람, 내 길을 찾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 등에게 용기를 주는 특별한 인생 지도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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