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자의 시선] 지역신문 민완기자가 CP사로 옮기는 이유
[미디어오늘 김명래 경인일보 인천본사 기획취재팀장]
수도권 지역신문에서 일 잘한다고 두루 인정받던 후배 기자가 있었다. 각 부서를 고루 돌며 지역 현안 취재 경험을 고루 쌓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지역에 애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갈등을 부추기면서 먹고 사는 언론'이라고들 하지만 지역은 조금 다르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사이 벌어진 틈을 무작정 헤집어 놓고 방치하기보다 봉합을 지향한다. 갈등이 터져 나오는 선거 국면에서도 어느 한쪽을 편들지도 않는다. 이런 태도가 어정쩡하고 부적절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실제 지역에 밀착한 기자에게 '감시'와 '유착'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균형 잡기가 어렵다. 이런 고민 속에서 지역신문 기자는 연차를 쌓아 간다. 그랬던 후배 기자가 어느 날 이직을 선택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사의 지역 주재기자 자리였다.
언론계에서는 이직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급여를 포함해 근로 조건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누구든지 자리를 옮긴다. 후배 기자가 이직하고 한참이 지나 설명한 주된 이직 사유는 급여 상승에 있지 않았다. 지역신문 기자로서 균형 잡기의 어려움도 아니었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기사를 써도 묻혀버리는 현실이 힘들었다”라는 이유였다.
네이버를 중심으로 포털의 뉴스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지역신문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실시간 뉴스 전송의 필요성이 내부에서부터 제기됐다. 현장을 확인하고, 당사자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충분히 취재해 그 다음 날 지면에 반영한 그간의 제작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했다.
뉴스 통신사들은 자사의 모든 기사를 포털을 통해 실시간으로 뿌렸다. 전국일간지는 지역신문보다 앞서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날 지면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면 뉴스 아닌 구문(舊聞)이 돼 버렸다. 뒤늦게 온라인 뉴스 대응을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포털은 일부 지역신문을 제외한 나머지의 진입을 제한했다. 지역신문 단독 기사를 전국일간지가 그대로 베끼다시피 해 온라인 뉴스로 내보내는 일도 적지 않았다. 어렵게 포털에 진입해도 콘텐츠 제휴(CP)가 아니면 뉴스 유통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CP 계약 여부에 따라 기사 노출 빈도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몇 년 전부터 언론사 지망생도 CP를 기준으로 응시 우선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는 말도 들린다. CP에 올라타지 못한 지역신문은 마땅한 대응책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대 포털 네이버, 카카오의 입점과 퇴출을 결정하는 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가 지난 5월 중단됐다. 지금 몸담은 회사는 제평위가 지난해 실시한 '지역매체 특별심사'에서 탈락했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적·물적 자원이 열악한 지역의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콘텐츠 제휴(CP)를 결정하는 1회성 심사였다. CP 입점에 실패한 뒤 기자 여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직 사유는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이 옮겨간 자리가 CP사였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뉴스 산업 측면에서 지역은 포털의 하부기지로 이미 전락했다. 포털에 기사를 보내는 언론사 상당수는 조회수를 의식한다. 정확성보다 속도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휘발성이 강한 기사가 주로 노출된다.
포털에서 수도권 지역 뉴스는 사건·사고, 부동산 분야로 치우쳐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지방의회의 활동, 지역의 주거·교육·환경 현안, 소외 계층의 목소리 등 공동체에 필요한 뉴스는 이전보다 더욱 희미해졌다. 지역에서 각 분야를 경험하며 비교적 호흡이 긴 기사를 취재한 민완 기자들이 하나둘씩 CP사로 이직하는 것이 지역저널리즘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형 언론사는 탈 포털 전략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독자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인다. 지역신문도 탈 포털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있지만 그 정도의 투자 여력이 있는 지역신문은 드물다. 또 CP에 진입조차 못한 대다수 지역신문 처지에서 탈 포털은 어불성설로 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평위 법제화는 바람직한 대안이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관제 제평위는 소모적 논란만 유발하고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 중단된 제평위가 이른 시일 내에 재가동 되길 바란다. 그간 많은 전문가들이 말한 대로,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퇴출도 자유롭게 하는 방향으로 제평위가 운영돼야 한다.
클릭 장사에 눈이 멀어 포털 뉴스창을 어지럽히는 주체에 CP사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포털 뉴스 생태계에서 지역신문은 늘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역신문의 위기는 '지역 뉴스 사막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제평위든 아니면 다른 형태의 자율규제기구든지 간에 포털과 지역저널리즘의 상관 관계를 깊이 따져보고 대안을 만들어 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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