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기습 키스' 논란 스페인축구협회장에 90일 직무 징지 징계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선수에게 기습 키스를 해 논란이 된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에게 90일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다.

FIFA는 26일(한국시간) "호르헤 이반 팔라시오 징계위원장은 징계규정 51조에 의거해 이날부터 축구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의 권한을 잠정적으로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FIFA는 "이번 조치는 스페인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FIFA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스페인 여자 대표팀의 제니퍼 에르모소에게 당분간 접근하지 못하도록 추가 명령을 내렸다. 제3자를 통한 접촉도 마찬가지로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이번 조치는 스페인축구협회를 포함해 유럽축구연맹(UEFA)에도 통보됐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UEFA 부회장도 겸임 중이다.

논란의 장면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FIFA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한 뒤 나왔다.

그는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우승에 기뻐하는 선수들에게 축하를 건네다가 결승골의 주인공 에르모소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입을 맞췄다.

이후 에르모소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밝혔고,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이 성폭력에 해당하는 신체접촉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내 행동은 완전히 틀렸다. 실수를 인정한다"고 고개 숙였지만 비난은 가라앉지 않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까지 나서 "사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페인 축구가 망신을 당했다"며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스페인 여자축구리그도 "루비알레스 회장이 월드컵 우승을 더렵혔다"며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퇴를 거부한 채 문제의 행동 전에 에르모소의 의사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퇴 의사가 밝히자 스페인 축구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발표 이후 자신은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그와 나눈 대화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에르모소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어떠한 직장에서도 이런 동의 없는 행동으로 인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여자 월드컵 챔피언에 올랐던 스페인 여자 대표팀 23명도 풋프로를 통해 성명서를 내고 '보이콧'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 외 66명의 선수들이 루비알레스 회장 체제 하에서는 스페인 대표팀으로 뛰지 않겠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스페인축구협회는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했던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다며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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