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반격하다…할리우드서 시작된 전쟁의 결과는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김선호 2023. 8. 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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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 AI가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이야긴 이미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콘텐츠, 창작물 분야에선 이미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AI는 기존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뚝딱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창작자들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죠.

당연히 생계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AI의 일자리 침공에 인간도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인간과 AI의 첫 전선이 할리우드에서 형성됐습니다. 벌써, 100일을 훌쩍 넘겼는데요. 김지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할리우드 전선 이상 없다'…AI에 맞선 인간의 첫 전쟁 / 김지선 기자]

[기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온 할리우드 영화·드라마 작가들.

미국작가조합이 펜을 내려놓은 지 100일을 넘긴 가운데, 배우조합도 넷플릭스 등 대형 제작사를 상대로 한 파업에 가세했습니다.

이들이 동반 파업을 벌이는 것은 1960년 이후 63년 만으로, 경제적 손실이 5조원 이상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업계의 AI 활용에 따른 권리 침해 문젭니다.

AI가 작성한 대본 초안에 수정만 하도록 지시받는 일이 잦아지면서 작가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추세.

배우들은 자신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AI에 입혀 공짜로 쓸까봐 우려하고 있습니다.

<니콜 콜란 / 할리우드 작가> "기업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적은 비용으로 우리가 동일한 작업을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2의 직업을 가져야 하고, 집세도 못 내고 건강보험도 가질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들은 OTT 업체에 제대로 된 수익 분배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유선방송에서 스트리밍 시대로 넘어가면서 갈수록 열악해지는 처우와 맞물려 AI에 대한 방어심리는 한층 강하게 작동하는 모양샙니다.

언론사, 뮤지션 등 다른 콘텐츠 분야 종사자들도 전열을 정비하면서 곳곳에서 그야말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오히려 AI 투자에 속도를 내는 분위깁니다.

엔터테인먼트사의 96%가 생성형 AI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

최근 연봉 12억원을 내걸고 머신러닝 연구원을 뽑겠다고 나선 넷플릭스의 구인공고는, 배우·작가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 김지선입니다.

#인공지능 #AI #할리우드

[이광빈 기자]

누구나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 똑똑한 AI의 학습 과정과 생성물도 저작권 사각지대일 수는 없을텐데요. 서형석 기자가 전문가와 AI 커버곡을 만들어 보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누구나 만드는 AI 커버곡…저작권 사각지대? / 서형석 기자]

[기자]

요즘 인터넷 상에서는 AI로 만든 커버곡이 유행인데요. 오늘은 전문가를 모시고 직접 AI 커버곡을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준비물은 인터넷에 연결된 노트북 한 대. 그리고 생성AI 일종인 목소리 변환 프로그램입니다.

<조동근 / 유튜버 조코딩> "(어떤 노래를 어떤 식으로 바꾸는 건가요?) 뉴진스의 디토라는 곡을 이제 10cm의 목소리로 부르면 어떻게 되는지 그걸"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실행을 하게 되면 이런 UI 화면이 나오게 되는데요. 이 화면을 가지고 모델을 선택한 다음에 오디오 파일을 올려서 변환을 할 수가 있습니다."

<AI 10CM 목소리-Ditto 커버곡 / 뉴진스 MV> "I don't want to Walk in this 미로 다 아는 건 아니어도 바라던 대로 말해줘 Say it back oh say it ditto I want you so, want you So say it ditto"

딱 10분, 노래 파일을 간단히 마우스로 끌어다가 업로드하는 것만으로 커버곡이 완성된 겁니다.

원하는 목소리를 학습시키는 것도 음성 파일만 있으면 되는데 정교한 작업을 위한 학습에는 하루 정도가 걸립니다.

"그냥 공개된 모든 사람의 목소리 데이터만 있으면 누구나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로 변환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전혀 전문가가 아니어도 코딩 하나도 몰라도 그냥 (버튼)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AI에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직업과 시장이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위협을 느끼며 반격에 나선 것도 사실입니다.

일부 해외 언론은 AI가 무단으로 학습용 데이터를 긁어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까지 검토 중입니다.

AI 커버곡의 경우 저작권 문제와 수익 배분을 놓고 일부 양성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반대하는 가수들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동근 / 유튜버 조코딩> "지금 아무런 규정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떤 사업을 하기는 굉장히 불안한 시기고요. 명확한 규정들이 생겨서 그 규정에 따라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과 사회 통념 사이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 역시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연합뉴스TV 서형석입니다.

#뉴진스 #권정열 #10cm

[코너 : 이광빈 기자]

AI가 실용성 있는 서비스가 되려면 일단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갖추는 게 중요하지만, 많은 학습 데이터가 들어가야 AI가 훈련될 수 있습니다. 정보만 많이 들어간다고 신뢰성 있는 AI 서비스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뉴스와 학술 정보 등에서 양질의 데이터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AI가 인터넷 게시물 등 웹에서 학습할 수 있는 많은 콘텐츠를 섭렵하면서 어두운 내용까지 학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이로 인해 AI는 한마디로 '나쁜' 언어를 배우게 됩니다. 폭력적이거나 유해한 콘텐츠를 인간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AI가 학습해 내놓을 수 있는 유해 콘텐츠들은 인간이 걸러내고 있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챗GPT의 경우 유해 콘텐츠를 정화하는 작업을 아프리카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맡고 있다고 합니다. AI가 생성한 텍스트와 그래픽 등 콘텐츠들을 인간이 일일이 검토하고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매일 수많은 유해 콘텐츠를 접하다 보니 트라우마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케냐에서 이런 노동이 많이 이뤄지는데요. 케냐 노동자들이 받은 시간당 평균 임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2천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찌 됐든 AI로 인해 인간이 저임금 노동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게 된 셈이죠.

AI가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하지 못하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또 있습니다. 최근 AI 업체들은 창작자와 콘텐츠 제공업체에 사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저작권을 우회하기도 하는데요.

원본 자료를 가져와서 통계적 변수 분포와 상관관계 등을 모방한 합성데이터를 대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을 수 있고, 만들어내기 쉬운 다양한 합성데이터로 AI 모델을 고도로 훈련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합성데이터에 사용된 자료가 허위 사실일 경우 어떻게 될까요. 허위 위에서 새로운 허위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여기에서 다시 새로운 허위 데이터가 생성됩니다. 허위 합성데이터끼리 혼합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 2월, 호주 모내시대학의 데이터과학자 제이선 섀도스키는 합성데이터를 사용한 AI를 '합스부르크 AI'라고 불렀습니다. 과거 한 때 유럽을 호령하기도 한 합스부르크 가문이 수백 년 동안 이어진 근친혼으로 인해 주걱턱 등 각종 유전병에 시달린 것에 비유한 것인데요. 섀도스키는 합성데이터를 기괴한 특징을 가진 근친교배 돌연변이가 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느덧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AI가 100명의 그림을 학습해서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냈다면 이 그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그 전에, 다른 사람의 그림을 학습하는 과정 자체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일까요?

생성형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러한 물음에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습니다. AI와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을 장효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생성형 AI 시대, 풀리지 않는 '저작권' 논쟁 / 장효인 기자]

[기자]

AI와 저작권 문제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텍스트나 이미지, 음악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AI입니다. 저작권 문제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단계에서 등장합니다.

현행법상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을 때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데, AI 학습이 여기에 해당하는지가 모호하다보니 해석의 여지가 큽니다. <손승우 /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복제된 부분이 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라든지 이런 판단 기준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사실 법원에서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죠."

논쟁을 해소하고자 AI 학습과 빅데이터 분석에 쓰이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해주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콘텐츠 제작자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논란 속에서 계류 중입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마땅한 규정이 없는 상태라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만든 초안을 이용자가 수정·보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떤 가이드라인이 생길지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다만 서비스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생긴다면 AI 산업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같은 논쟁 속에서 시름이 깊어지는 것은 AI와의 '밥그릇 싸움'에 직면한 창작자들입니다.

창작자들은 저작물이 무단으로 도용됐는지 알 수 있게끔 학습한 데이터 목록을 공개하고, 데이터 활용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황선철 /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업2국장> "면책 규정을 만들기에 앞서 저작자들에 대한 피해나 반대로 이것을 만들어주지 않았을 때 AI 회사들이 입게 될 피해가 경제적으로 분석이 됐으면…현재는 이에 대한 분석 없이 그냥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생성형 AI 기술이 상전벽해처럼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업계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숙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장효인입니다.

#AI #인공지능 #생성형AI #저작권

[클로징: 이광빈 기자]

AI는 인간의 영역을 위협할 수 있고 인간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AI 시대에 아무리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해도, AI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 수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또, AI로 인해 소득이 늘어나는 창작자보단, 줄어드는 창작자들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규제만 할 수는 없는데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참 어려운 말입니다. 그런데도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이제 발돋움하는 국내 AI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생산적 갈등 능력과 상상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마침 국내에서도 며칠 전 네이버가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 출시했습니다. 더 이상 저작권 등 콘텐츠의 AI 활용 문제에 대한 논의를 미루지 말고 생산적으로 조율해내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생성형AI #AI와의전쟁 #AI저작권

PD 김선호 AD 이영은 송고 이광빈2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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