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BIC 빛낸 추천 인디 게임 5선
9년 만에 벡스코에 입성한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이하 BIC)' 풍경이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외부 천막에서 개최해 인디 스피릿을 한껏 내뿜었던 그동안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마치 리틀 지스타에 온 듯한 풍경은 BIC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행사 규모가 커진 만큼 출품작들의 퀄리티도 덩달아 상향됐다. 인디 게임 중에 재미있는 작품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성공작은 손에 꼽는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개발 자원이 풍족하지 않아서 인디 게임이라는 색깔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흔히 볼 수 있는 유명 게임사들의 작품보다 퀄리티가 떨어지니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장르의 획일화도 기대감을 낮추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인디 게임 행사 출품작을 살펴보면 추리, 로그라이크, 퍼즐, 횡스크롤 슈팅 비중이 매우 높다. 도트와 로그라이크 장르는 접근하기가 용이해 수많은 인디 게임사가 도전장을 내민다. 테마는 서로 달라도 장르와 디자인이 비슷하니까 차별성을 느끼기 어렵다.
아울러 마케팅이 한정적이니까 게이머들의 입소문을 제대로 타지 않는 이상 대중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 BIC는 이전과 확실히 달랐다. '산나비'와 같이 이미 인증된 게임 외에도 "이게 인디 게임이야"라고 놀랄 만한 퀄리티를 자랑한 게임이 많았다. 같은 장르라도 그래픽, 연출 퀄리티를 끌어올려 비주얼적으로 압도하는 작품도 여럿 보였다. 한국 인디 게임 산업도 꿋꿋하게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이 체감됐다.
게임톡은 BIC 현장에서 최대한 많은 게임을 즐겼다. 원석처럼 은은하게 빛난 게임들이 정말 많았다. 어려운 장르를 도전하는 작품도 돋보였다. 대표적으로 '피자 밴딧'이다.
밀리터리 슈팅 액션 게임인 피자 밴딧은 화려한 액션과 독특한 성장 방식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최적화와 완성도에서는 아직 미흡하다. 하지만 최적화와 그래픽 요소를 다듬고 콘텐츠 볼륨만 풍성하게 만든다면 언제 출시해도 괜찮을 만큼 멋진 퀄리티를 자랑했다.
또 눈길을 끈 작품으로는 '루미네나이트', '피오', '프로젝트 타키온', 헤일링 프롬 어비스'가 있다. 그동안 흔히 볼 수 있었던 추리 어드벤처, 리듬 액션,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하지만 완성도에서 엄지를 들어줄 만하다. 특히 루미네나이트는 검은 방, 회색 도시 등을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했다.
■ 루미네나이트 "입소문 자자할만한 고퀄리티 추리 게임"
- 스피카소프트 '루미네나이트'
스피카소프트 '루미네나이트'는 1950년대 미국의 가상 도시 서머셋을 배경으로 형사 켈빈 포스터와 그의 딸 자칭 탐정 셀렌 포스터가 10년간 비밀에 부쳐진 미제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추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루미네나이트는 고증에 충실한 유려하고 깔끔한 아트워크, 단조롭지 않은 추리 시스템, 다양한 상호 작용 등 흠잡을 곳 없는 완성도를 갖췄다. 텍스트 속도 조절 등 유저 편의성, 체감 난이도를 보조해주는 기회나 힌트 시스템도 적절하게 제공한다.
■ 헤일링 프롬 어비스 "4키 리듬 게임에 액션을 끼얹다"
- 비아스튜디오 '헤일링 프롬 어비스'
비아스튜디오 '헤일링 프롬 어비스'는 리듬 게임과 액션을 결합한 어드벤처 리듬게임이다.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잠든 주인공은 꿈 속에서 과거의 지인들과 혈투를 벌이게 된다.
4키 리듬 게임은 흔하지만 액션과 결합하자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작품 내 등장하는 현란한 색감의 픽셀 아트는 키치한 느낌을 한껏 살렸다. 이 게임만의 고유 트랙이 있다는 사실도 리듬 게임 마니아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만 하다. 다만 노트와 음악의 싱크, 타격감 등은 개선할 여지가 있다.
■ 프로젝트 타키온 "스토리 덕후 자극하는 로그라이크 플랫포머"
- 스튜디오엔나인 '프로젝트 타키온'
스튜디오엔나인 '프로젝트 타키온'은 시간 여행자 특수 요원이 거대한 적에 맞서 싸우는 로그라이크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다. 폭주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기계 군단과 변이체 무리에 점령당한 도시, 주인공인 타키온 요원 시그마는 전투를 반복하며 멸망을 막을 방법을 찾는다.
네온과 글리치 위주 사이버틱한 그래픽과 디자인, 세계관에 잘 녹여낸 로그라이크 장르 특유의 시스템, 몰입을 돕는 고퀄리티 사운드 트랙,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등 데모 버전임에도 불구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다소 어색한 조작감만 개선된다면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듯 싶다.
■ 피오 "주사위 기믹 활용한 독창적 전투 시스템"
- 별의별 '피오'
별의별 '피오'는 밟고 있는 지형을 탄환으로 사용하는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다. 탄환을 많이 사용할수록 지형이 좁아져 섬세한 콘트롤을 요구하지만 그만큼 적에게 강한 대미지를 줄 수 있어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
오리와 눈 먼 숲을 연상케하는 동화 풍 아트워크와 OST, 고유의 주사위 발판을 이용한 전투 시스템은 흥미롭고 독창적이다. 주사위 이외에도 다양한 기믹의 특수 발판으로 스타일리시한 재미를 살렸다. 발판을 의도적으로 제거하거나 남겨두는 등 뇌지컬적 요소도 꽤 중요하다.
■ 피자 밴딧 "완성도 준수, 발전 기대되는 FPS"
- 조프소프트 '피자 밴딧'
조프소프트 '피자 밴딧'은 낮에는 피자 바를 운영하면서 밤이 되면 시공간 이동 비행정에 탑승하는 현상금 사냥꾼의 모험을 그린 3인칭 몹막슈팅 게임이다.
스팀 딥락갤럭틱과 비슷하게 코옵 플레이를 전제로 한 슈팅 게임이다. 총 쏘는 맛도 좋고 에임도 깔끔하다. 피자 바 주인이라는 콘셉트답게 흥겨운 미국 서부 개척시대 풍 BGM도 인상적이다. 단조로운 몬스터 종류나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오브젝트 배치 등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suminh@gametoc.co.kr
Copyright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