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읽지?” 세계 최대 부자가 지어준 아들 이름, 무슨 사연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8. 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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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Æ A-Xii.’

한 미국인의 이름입니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X를 엑스라고 발음하는 것은 알겠고요. 그 다음부터 좀 머리가 아픕니다. 이름 가지고 장난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이 좀 듭니다.

X를 맨 앞에 뒀으니, X가 좀 중요해 보이긴 합니다. 이 이름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2020년에 태어난 아들 이름입니다.

머스크는 아들의 이름을 읽는 방법에 대해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X는 그냥 알파벳 X, Æ는 ‘애쉬’라고 발음하고, A-Xii에서 A는 대천사(Archangel)라는 뜻이고, Xii는 숫자 12(Twelve)로 읽으면 된다.” 즉, ‘엑스 애쉬 아크엔젤 투엘브’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이죠.

‘X’로 이름을 바꾼 트위터 본사 전경.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여하튼, 가장 사랑하는 아들의 이름에 ‘X’를 붙여줄 정도로 머스크의 X 사랑은 남다릅니다.

화성을 식민지로 개척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내걸고 2002년에 창업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도 이름에 X가 붙어있죠. 지난달에는 자신이 인수한 SNS인 트위터의 이름과 회사명도 ‘X’로 바꿨습니다. 로고도 ‘X’로 바꿨죠. 2006년부터 쓰이던 파랑새 로고는 사라졌고, 이제 검은색의 시크한 로고 ‘X’만 남았습니다. 트위터의 X 사랑 이유는 무엇일까요? 머스크는 트위터의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요?

핀테크 역사를 열어젖힌 인터넷은행 ‘X.com’
지금의 일론 머스크가 세계 1위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자본의 원천은 바로 전자 송금 서비스로 유명한 ‘페이팔(Paypal)’ 매각에서 비롯했습니다. 1998년 페이팔의 전신인 e메일 기반 전자 결제 서비스 ‘컨피니티(Confinity)’가 있었죠. 펀드매니저 출신인 피터 틸이 이 회사를 만들었고요. 페이팔 창업자로 알려진 바로 그 피터 틸입니다. 컨피니티는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두면 언제든지 e메일을 통해 송금할 수 있는 전자 결제 서비스를 처음으로 내놨죠.

이때 비슷한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던 경쟁사가 머스크의 ‘X.com’이었습니다. 송금방식이 컨피니티와 똑같았고, 시장 점유율을 양분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두 회사는 2000년 50대 50 합병을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페이팔이 탄생한 것입니다. 머스크는 페이팔의 공동 CEO였죠. 페이팔의 이름을 사실 ‘X’로 관철시키려고 했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페이팔을 함께 만들었던 피터 틸(왼쪽)과 일론 머스크. 2000년 초 페이팔에서 동업하던 시절의 두사람.
그 이후 상황은 우리가 아는대로입니다. 페이팔은 2002년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이베이가 15억달러(1조7000억원)에 인수했고요. 페이팔의 성공으로 막대한 돈을 손에 쥐게 된 머스크는 곧장 매각 대금으로 우주항공 회사 스페이스X를 차렸죠. 이때가 2002년 얘깁니다.

당시 머스크에게는 원대한 꿈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서 통용되는 은행을 만들겠다가 꿈이죠. 실제로 지난해 머스크는 한 컨퍼런스에서 이에 대해 밝혔습니다.

“22년 전에 구상한 X.com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2000년 7월 나는 상품 계획까지 써 놓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금융기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그 계획을 실행할 겁니다. 누구도 하지 못한 놀라운 계획입니다.”

2017년 머스크는 페이팔로부터 다시 680만달러(약 73억3000만원)을 들여 ‘X.com’ 도메인을 사들였습니다. 당시에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초창기 창업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목적으로 머스크가 돈을 썼다고 생각했죠.

2022년 8월 트위터 인수 계약을 진행할 당시에도 ‘X.com’에 대한 계획과 집착을 보여줬죠. 트위터 인수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계획이 있냐는 한 유저의 질문에 그는 “X.com”이라고 답했습니다. 머스크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X.com’이라는 도메인이 “그 자체로 훌륭한 감성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테슬라나 스페이스X 웹사이트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 꿈꾸는 슈퍼앱...“SNS·금융·쇼핑 다 되게 하겠다”
머스크는 ‘X’를 슈퍼앱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슈퍼앱은 앱 하나만 들어가면 SNS와 메신저, 금융(결제), 쇼핑 다 이용할 수 있는 앱이죠.

슈퍼앱은 중국의 위챗(Wechat)이 대표적입니다. 2011년 중국 기술기업 텐센트가 내놓은 위챗은 중국 14억 인구 전부가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슈퍼앱입니다. 그냥 슈퍼앱을 넘어선 ‘초슈퍼앱’이라고 할만합니다. 메시지 전송, 음성통화, 영상통화, 쇼핑, 결제, 뉴스, 게임, 택시호출, 영화예매, 기차표·항공권예매, 데이트 등 우리가 떠올리는 모바일 앱의 전부를 한 앱 안에 모았다고 보면 됩니다. 위챗 안에 각각의 기능에 따라 개별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고요.

중국의 슈퍼앱인 ‘위챗’. 위챗 안에서는 서비스에 따라 각각 인터페이스가 다르다.
메신저로 시작해 점차 서비스를 늘려왔죠. 모바일 결제 시장이 성숙하지 않을 때 위챗페이로 시장을 침투하면서 순식간에 중국 내 압도적인 앱으로 자리매김하긴 합니다. 메신저에 금융을 붙이는 게 가장 폭발적으로 기타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입니다.

메신저로 시작해 서비스를 늘려온 회사는 우리에게도 익숙하죠. 카카오가 실제로 이런 방식이죠. 카카오 안에서 문자를 보내고, 쇼핑을 즐기고, 웹툰을 보고, 배달도 하고요. 송금도 하고, 친구에게 선물도 합니다. 이게 바로 하나의 슈퍼앱이죠. 카카오 2대 주주가 실제로 위챗을 만든 텐센트라는 점도 텐센트의 성공방식이 어느정도 이식됐을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카카오 이외에 토스, 네이버 등 대안들이 있죠. 하지만 중국은 위챗의 대안이 없을 정도로 중국인들에게 압도적인 앱입니다. 몇 해 전 방문했던 중국 상해의 길거리에서는 구걸하는 사람조차 QR코드를 보여주면서, QR을 찍어 돈을 송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죠. 중국에서 슈퍼앱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던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억합니다.

머스크는 대놓고 중국의 위챗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한 포럼에서 “우리는 중국의 위챗처럼 좋은 앱을 갖고 않습니다. 제 생각은 위챗을 베끼기만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위터의 현재 월간 이용자 수는 3억6000만 명 수준이니, 사람은 모았죠. 여기에 금융 기능 결제를 붙인다면 이후 송금, 쇼핑, 배달, 택시호출 등 결제가 필요한 영역으로의 확장이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저커버그도 실패한 금융 붙이기...머스크는 기존 제도권 설득할까
물론 애플페이나 구글페이 등 미국 내에서 이미 스마트폰 디바이스를 보유한 곳의 페이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니, 쉽게 침투하긴 어려운 상황이긴 합니다. 결제를 도입한다면 미국 다음으로 트위터 이용자가 많은 일본, 브라질 등 아직 페이로 승부를 볼 여지가 있는 곳들에서 승부를 봐야하는 상황이긴 합니다. 머스크라면 이미 일본이나 브라질 등에서 금융을 도입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미국 의회 청문회장에 나선 저커버그. <사진=매경DB>
미국에서는 제도권을 설득하는 게 관건입니다. 쉽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장벽이 있습니다. 2019년에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주도해 ‘리브라 백서’ 발표가 있었죠. 이 내용은 세계에서 통용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 ‘리브라’를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였는데, 은행을 끼지 않고도 사용자 간 송금과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이었죠.

페이스북이 28억명이 넘는 이용자가 있으니, 페이스북 친구들끼리 손쉽게 화폐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화폐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리브라 프로젝트’였고요. 페이팔, 마스터카드, 비자, 우버, 스포티파이 등 파트너사들과 1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죠.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리브라 반대 멘트를 시작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나서 페이스북에 개인정보 유출 등 이유로 벌금을 물리며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의회까지 나서 저커버그가 물러서도록 종용했고요. 페이스북이 리브라 발행 연기를 발표하자, 이후 리브라 연합은 힘을 잃었죠.

머스크는 다를까요? 머스크는 꾸준히 은행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왔습니다. 올 3월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인수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힌 것에서도 드러납니다. “트위터가 SVB를 인수해 온라인 은행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에 대해, 머스크는 “그런 생각에도 열려있다”고 답했거든요. 기존 제도권을 넘어서 디지털 화폐부터 등장시키는 방식이 아닌 제도권부터 공략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머스크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디지털화폐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것도 이미 보여준 바 있죠. ‘도지코인’을 이용해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시세를 주물렀으니까요.

X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고 있는 일론 머스크.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이름을 X로 바꾸고, X를 금융결제가 탑재된 거대 슈퍼앱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즉흥적인 행보들이 아닙니다. 70억 넘는 돈을 들여 도메인을 사들인 것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수준의 감성적인 행보가 아니라는 겁니다.

20년 전부터 꿈꿔온 금융 제국 건설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트위터를 X로 바꾸는 게 단순히 트위터 브랜드 정체성을 버리는 게 아니라 머스크라는 브랜드로의 재편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머스크 브랜드가 어떻게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 시작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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