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목격자들③] 멸치 대신 쓰레기만 가득‥기후위기 맞이한 죽방렴

김민욱 2023. 8.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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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기후 변화는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입니다.

오랫동안 잡히던 물고기들은 사라지고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물고기들이 잡히는 현상은 이제 우리 바다에서 흔한 일이 됐습니다.

어민들의 삶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곳 경남 사천 남해에서 기후위기를 목격하고 있는 어민을 만났습니다.

◀ 리포트 ▶

바다에 깔대기 모양의 구조물이 설치돼 있습니다.

물이 드나드는 곳에 기둥과 그물을 설치해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입니다.

김정판 씨는 이 죽방렴에서 멸치를 잡습니다.

하루 두 번, 물때를 맞춰 죽방렴을 확인합니다.

죽방렴 안의 폐기물과 부유물들을 다 걷어내자 멸치가 몇 마리 보입니다.

"죽방렴의 멸치가 은빛이 많이 나고 좋은데 워낙 양이 적으니까. <진짜 멸치가 손에 꼽을 만큼 잡히네요.>"

여름철은 멸치 잡이가 한창인 시기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멸치가 아닌 폐기물 수거가 김 씨의 일이 됐습니다.

그나마 오늘은 적은 편입니다.

얼마 전 비가 많이 온 다음 날 새벽에는 그물 안에 들어가서 4시간 동안 쓰레기를 치워야 했습니다.

[김정판/죽방렴 어민] "냉장고, 가구, 의자, 어떨 때는 이제 생활 쓰레기를 싹 모아놨다가‥"

새벽 4시, 물때에 맞춰 다시 죽방렴에 나왔습니다.

여전히 쓰레기들이 많지만 그래도 낮보다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와 새우들이 제법 보입니다.

기대했던 멸치는 없습니다.

[김정판/죽방렴 어민] "<그나마 내다 팔 수 있는 거는…> 보리새우. <11마리, 아까 세보니까 11마리인 거 같은데, 그럼 저거 얼마입니까?> 3만 3천 원 벌었습니다."

제철인데도 멸치를 구경하기 어려워진 건 지난해부터입니다.

어차피 쓰레기뿐이라 다른 죽방렴들은 그물을 그냥 걷었습니다.

멸치가 안 잡히는 이유로 어민들은 가장 먼저 뜨거워진 바다를 꼽습니다.

[강유평/죽방렴 어민] "해수 온도가 높아지고 이러니까 (멸치가) 안 들어요. 없고. 우리 한창 지금 중멸치, 중사리 한창 잡을 때거든요. 한 마리도 없어요."

삼천포 앞 바다의 8월 평균 수온은 해마다 차이가 크지만 약 25도가량입니다.

올해는 지난 21일 일 평균수온이 28도에 육박했습니다.

장기적으로도 우리나라 인근 바다의 표층수온은 지난 50년 동안 1.23도 올랐습니다.

집중호우가 잦아지며 연안에 한 번에 많은 민물이 유입되는 것도 해양환경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뜨거워진 바다, 집중 호우.

모두 기후변화로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전체 멸치 어획량을 보면, 한해 평균 20만 톤가량이던 게 14만 톤까지 떨어졌습니다.

[김정판/죽방렴 어민] "조업을 못하니까 빚이라도 내서 살아야 되고‥ <어업을 계속 하실 수 있을 같으세요 앞으로?> 음,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바다가 달라졌지만 평생을 보낸 바다를 떠날 수는 없습니다.

김 씨는 그물에 걸린 폐기물뿐 아니라 바닷가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도 시작했습니다.

바다가 예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김정판/죽방렴 어민]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아마 안 올 것 같습니다. 심각성을 깨닫고 실천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허원철 / 영상편집 :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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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허원철 / 영상편집 : 류다예

김민욱 기자(wook@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8377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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