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상 이전 논란 확대... 민주당 "저열한 역사 의식" 국방부 "국군 뿌리 배제 아냐"

野 "독립운동가에도 공산주의 프레임"
국방부 "공산주의 활동 전력 기념 부적절"

지난 2018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에서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한 일제 독립전쟁의 영웅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 이회영 선생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고영권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육군사관학교(육사)의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 흉상 철거 추진 논란과 관련해 "이젠 독립영웅들에게도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워 독립운동의 역사마저 지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 활동 전력이 있는 사람을 기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해명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의 저열한 역사 인식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강 대변인은 "독립영웅 흉상은 철거하면서 그 자리에 만주군 출신 백선엽 장군의 흉상 설치를 검토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백 장군은 항일 무장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설립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 복무했고,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판정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독립영웅 흉상 철거는 국군의 정통성과 독립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독립운동마저 이념 갈등의 소재로 끌어들이는 반헌법적 행태를 중단하고, 흉상 철거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국방부는 흉상 이전 추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국군의 뿌리를 부정한다'는 주장은 반박했다. 국방부는 이날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생도교육시설인 충무관 앞 기념물을 독립운동이 부각되는 최적의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면서도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념물 이전을 고려하게 된 이유로는 일부 인물의 공산주의 관련 활동 전력을 들었다. 국방부는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홍범도 장군에게 1927년 소련 공산당 입당 전력이 있는 점을 문제시한 것이다.

이번 논란은 육사가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독립영웅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해 외부로 이전하고, 그자리에 백선엽 장군의 흉상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여기에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논란과 관련된 질의에 "(군) 장교 양성 기관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는 발언이 더해져 논란이 확산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