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안재홍∙멋진 조인성, 작정하고 해냈다 "아이시떼루!" [Oh!쎈 펀치]
[OSEN=연휘선 기자] 완벽한 캐릭터 해석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두 배우가 있다. '마스크걸'에서 작정하고 망가진 배우 안재홍, '밀수'와 '무빙'에서 작정하고 멋짐을 입은 배우 조인성이다. 극과 극의 모습을 달리는 두 연기자가 대중의 마음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 "드럽고 좋더라" 안재홍, 이 정도 망가짐은 '멋'이 된다
안재홍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에서 주오남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여성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주오남은 김모미를 좋아하는 데다 마스크걸의 오랜 광팬으로 소위 말하는 '오타구'다.
더욱이 주오남은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자극하는 분장을 모두 장착한 인물이다. 숱없는 머리, 떡진 오대오 가르마, 기름진 얼굴, 풍만한 살집까지. 또한 애니메이션에서 배운 듯한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아간다.
호감형 외모를 모두 빗겨가는 묘사들이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 안재홍은 10kg 정도 체중을 찌우고, 탈모 분장을 하는 것은 물론 촬영 때마다 2시간에 걸쳐 분장을 소화했다. 안재홍 스스로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힌 주오남 분장은 '마스크걸' 시청자들에게 감탄을 넘어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원작을 아는 시청자들에게는 싱크로 높은 구현에 대한 놀라움을,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 소화력과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이 감격을 선사한다.
강도 높은 분장은 캐릭터를 단단하게 자리잡게 했고 안재홍은 정확한 해석으로 한층 더 캐릭터를 살려냈다. 주오남이 김모미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유독 회자되고 있는데, 회사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김모미에게 사랑을 고백한 뒤 눈을 질끈 감고 "아이시떼루!"라고 덧붙인 씬이다. 캐릭터에 대한 희화화와 동시에 주오남에 대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이다. 소위 '고백 공격'으로 회자되는 이 장면은 안재홍의 애드리브로 탄생한 것이 알려지며 그의 남다른 캐릭터 분석과 이해도로 더욱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오죽하면 배우 김의성은 SNS를 통해 안재홍에게 "드럽고 좋더라"라고 평했다.
# "월남에서 돌아온" 조인성, 이 정도로 멋지면 모든 관계가 맛집이다
그런가 하면 조인성은 강도 높은 멋짐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밀수'에서는 밀수꾼들의 왕 권필삼으로, 디즈니+ 드라마 '무빙'에서는 비행 초능력을 가진 국정원 요원 김두식으로 열연한 것이다. 두 작품 모두 조인성은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멋있기 위해 존재한다는 듯 준수한 비주얼과 액션을 뽐낸다. 조인성의 등장부터 퇴장까지 멋있지 않은 장면이 하나도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
익히 '미남 배우'의 대명사 중 한 사람으로 사랑받아온 조인성이 멋진 캐릭터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싶다. 하지만 '밀수'에서 조인성의 활약은 예상을 상회한다. 그가 보여준 '밀수'의 권필삼은 첫 만남에 조춘자(김혜수 분)의 머리에서 피를 보며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그러나 시나브로 조춘자와 깊어지더니 후반부에는 습격당한 조춘자를 지키기 위해 칼을 들고 '17대 1'의 불리한 싸움도 소화한다.
극단적으로 달라진 캐릭터의 시작과 끝 사이에는 분명한 공백이 존재한다. 흔한 영화에서 이를 남여간의 멜로로 채운다면, '밀수'는 기사도, 동료애와 같은 흔치 않은 감정선으로 채운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듯한 그 감정적 서사를 오직 조인성이 여백 없이 가능하게 만든다.
'무빙'에서도 마찬가지다. 비행 초능력을 갖고 태어나 국정원 블랙 요원으로 살아가던 김두식은 같은 국정원 요원 이미현(한효주 분)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미현은 상부로부터 김두식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오히려 사랑에 빠진다. 물론 역전된 그 관계에는 같은 초능력자라는 동질감, 능력으로 이용당한다는 공통의 비애가 깔려 있다. 동시에 그 와중에도 긴 기다림까지 감내할 한 차원 깊은 사랑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두 배우 특히 조인성의 매력이다.
# 얼굴도 비주얼도 믿고 보는 배우들
망가짐도 멋있게 느껴질 정도로 소화해낸 안재홍이나, 사랑이 아닌 장면도 멜로로 또 사랑이 불가능한 순간도 로맨스로 해석하게 만든 조인성이나 각자의 작품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 이들에 힘입어 '마스크걸'은 넷플릭스 효자 작품이 됐고, '밀수'는 충무로 여름 텐트폴을 안정적으로 열더니 '무빙'은 한국에서 죽어가던 디즈니+를 살려냈다.
'연기파 배우'라는 당연한 수식어가 각광받던 때를 지나 이제는 멋짐도 망가짐도 결국 한 배우의 연기에 달린 시대. 이 가운데 안재홍이나 조인성은 비주얼적인 관심을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호평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자들이다. 이들의 눈 뗄 수 없는 플레이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게 기껍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디즈니+, NEW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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