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한국 찾은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 박신자 “다음엔 다른 선수 이름 딴 대회가 열리길”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 박신자 여사가 26일 청주체육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WKBL 제공

유망주를 점검하는 대회에서 이제는 국제대회로 성장한 2023 박신자컵을 찾은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 박신자 여사가 “목숨을 바칠 정도의 절실함으로 농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 뒤 “다른 선수의 이름을 딴 컵 대회가 열리면 좋겠다”며 여자농구의 발전을 염원했다.

박 여사는 26일 청주체육관을 찾아 2023 박신자컵 개막전을 관전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박 여사는 2015년 박신자컵 서머리그 초대 대회 이후 8년 만에 다시 박신자컵을 찾았다. 박 여사는 “서울이 많이 변했다. 여의도 현대백화점을 갔는데 깜짝 놀랐다. 외국인을 초청하고 싶을 정도”라며 “(유망주가 주로 참여하던) 서머리그 형태에서 해외팀을 초청하는 등 국제대회로 탈바꿈한 건 정말 잘했다. 내 이름을 딴 박신자컵이 있어 정말 영광스럽고 기쁘다. 다음에는 박신자가 아닌, 다른 선수의 이름을 딴 컵 대회가 열린다면 기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퇴 후 주한미군과 결혼한 박 여사는 약 10년 전 미국으로 떠났다. 박 여사는 “한국에서는 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지금은 미국의 시골에서 살고 있어 산책하거나 숲을 즐기며 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미국에 거주하던 박 여사가 다시 한국을 찾은 이유는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조국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 여사는 “지난 10년 동안 친구들이 많이 세상을 떠났다.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을 때 한국에 오고 싶었다.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데, 앞으로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한국 농구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박 여사는 1967년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은메달로 이끌고 자신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2020년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FI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전설인 만큼 후배 선수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박 여사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데, (농구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목숨을 바칠 정도의 절실함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며 “돈을 벌기 위해, 인기를 위해 선수 생활을 하는 선수도 있겠지만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린 나이에 남의 이야기에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 리듬을 갖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강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여사는 박정은 부산 BNK 감독의 고모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박 감독 역시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전설 중 하나로 꼽힌다. 박 여사는 “조카는 아직 못 봤지만, 조카 사위인 배우 한상진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다음 주에 있을 BNK 경기를 보려고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