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영화를 보는 건 누군가의 고백을 듣는 일” (부안 무빙)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이 지난 25일 개막했다.
붉은 노을과 늦여름 바닷가, 그리고 감성을 파고드는 영화가 어우러지는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이 지난 25일 국내서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영화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변산해수욕장 야외 스크린에서 개막작으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변산’이 상영한 가운데 마침 수평선 너머로 지는 붉은 태양과 노을이 곁들여진 풍광이 작품과 어우러지면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준익 감독은 무대에 올라 “지금 이 순간의 경험은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며 “오늘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변산’은 지나간 청춘을 돌아보는 영화”
찾아가는 야외 상영을 기치로 내건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이 25일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해수욕장에서 개막했다. 27일까지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 5편을 상영하는 가운데 첫날인 25일 오후 6시 30분 개막식 이후 ‘변산’이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객석은 빈자리 없이 꽉 찼고, 해변에 돗자리를 펴고 편안하게 앉아 영화의 정취를 즐기는 가족 단위 관객들도 대거 모였다. 이에 이준익 감독과 ‘변산’의 김세겸 작가는 2시간 동안 관객들과 야외 상영으로 작품을 함께 보고,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해 ‘변산’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5년 만에 야외상영으로 ‘변산’을 다시 마주한 이준익 감독은 개봉 당시 ‘동주’ ‘박열’과 묶여 ‘변산’이 청춘 영화로 분류됐지만 그런 구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짚었다. “청춘이라기보다 청춘이 지나간 사람들이 추억하는 청춘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며 “때로는 나이 먹은 사람의 입장에서 과거의 청춘을 돌아보는 영화로, 촌스럽지만 상당히 아름다운 면모를 이 자리에서 다시 보며 느꼈다”고 말했다.
‘변산’을 함께 한 박정민, 김고은에 대한 감독의 이야기
‘변산’은 고향을 떠나 래퍼를 꿈꾸지만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학수(박정민)와 그를 고향으로 불러들이는 선미(김고은)의 이야기다. 배우 박정민, 김고은과의 작업은 이준익 감독에게 여전히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준익 감독은 “박정민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얼마나 치열했는지 영화가 말해주는 것 같다”며 “영화에 나오는 랩의 가사도 직접 쓰면서 배우로서 충분히 어느 정도의 실력에 도달했다”고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김고은에 대해서도 각별한 마음과 믿음을 보였다. 앞서 김고은은 여러 차례 ‘변산’을 촬영하면서 이전에 겪었던 배우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치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준익 감독은 꼭 김고은에만 해당하지 않는, 배우들이 겪는 감정의 ‘희생’에 관해 이야기했다.
“영화 일을 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치르지 않아도 될 감정적인 고통을 겪는 일이다. 그걸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자기 안에 쌓아둔 고통스러운 아픔이 있을 텐데, 이 영화 찍으면서 그게 해소됐다고 말하는 이유는 작품의 이야기에 배우들이 몰입하고 동화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고은의 마음과 선미라는 역할의 일치함에서 치유 받았다는 마음이 든 게 아닐까 싶다.”
‘변산’을 집필한 김세겸 작가는 실제 고향이 변산으로 자신이 겪은 경험과 친구들과의 추억, 가족과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냈다. 이날 이준익 감독과 함께 나선 김세겸 작가는 “어릴 때부터 변산의 친구들은 ‘노을의 자식들’이라고 불렸다”며 변산과 노을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을 설명했다.
김세겸 작가는 ‘변산’에 이어 이준익 감독과 흑백 사극 영화 ‘자산어보’도 함께 했다. 그 경험은 작가를 변화하게 했다. “오랜 시간 시나리오를 써왔지만 ‘변산’과 ‘자산어보’를 거치면서 영화의 본질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김세겸 작가는 “오히려 지금 영화와 사랑에 빠져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보는 건 누군가의 고백을 듣는 일”
노을 지는 해변에서 작품을 연출한 감독과 어우러져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은 야외상영 이후 다양한 질문을 내놨다. 특히 자신을 ‘부안 노을 마니아’로 지칭한 한 남성 관객은 “‘변산’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이준익 감독의 영화에 담긴 “상냥함과 친절함”에도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준익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에 대해 물었다.
이에 이준익 감독은 “무척 어려운 질문”이라면서도 “영화의 의미와 가치,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전혀 할 말이 없지만 같이 작업하는 이들을 대변해 말한다면, 영화는 그 사람의 삶의 무의식을 고백하는 일”이라고 했다. 한 편의 영화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품은 향기와 색깔이 ‘무의식의 고백’으로 작품에 담기는 만큼 결국 “영화를 보는 건 누군가의 고백을 듣는 일”이라고 말했다.
“레드카펫은 많이 봤어도, 오렌지 팔레트 카펫은 처음” 호평
붉은 노을이 장관을 이룬 이날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 개막식에는 권익현 부안군수를 비롯해 정지영 감독,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 도예작가 이능호 등 문화예술 분야 인사들도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프닝은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영화음악 연주, 5대의 패러글라이딩의 역동적인 비행으로 이뤄졌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해변에 깔린 오렌지 컬러의 팔레트 카펫이 단연 화제를 모았다. 영화제에서 흔히 봐왔던 레드카펫에서 탈피한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만의 시그니처다. 오렌지 팔레트를 밟은 이준익 감독은 “레드카펫은 많이 봤어도 오렌지 팔레트 카펫은 처음이다. 세련된 자리에 모인 여러분도 이 자리를 즐기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한편,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은 25일 ‘변산’으로 시작해 26일 배우 차태현과 곽재용 감독이 참여하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 김성수 감독이 참여하는 영화 ‘태양은 없다’ 야외 상영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배우 백승환·김충길의 ‘델타 보이즈’,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의 야외 상영이 진행된다.
iMBC 김혜영 | 사진 김대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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