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홍범도 동상, 소련 공산당 전력으로 이전"…독립투쟁 역사 지우기?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 충무관 중앙현관 앞에 있는 독립운동가 5명(김좌진, 홍범도, 이회영, 이범석, 지청천) 흉상을 이전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재차 밝혔다.
홍범도 장군이 소련 영내에서 활동하면서 공산당에 가입했던 전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홍범도 장군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셈인데 '전 정부 지우기' 또는 '독립투쟁 역사 지우기'로 해석돼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국방부는 26일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기념물 재정비 방안 검토 과정에서 국난극복의 전체 역사에서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광복군 흉상들만이 사관생도들이 매일 학습하는 건물의 중앙현관 앞에 설치돼 있어 위치의 적절성, 역사교육의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 고려시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는 이유를 댔다.
이는 사실상 홍범도 장군의 일생 가운데 소련 공산당 관련 이력을 문제삼은 셈이다. 실제로 그는 1920년 김좌진 장군과 함께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이끈 영웅이지만, 당시 소련 영내에서 활동해야 했던 환경 탓에 소련 당국과 협력하고 공산당에도 입당한 바 있다. 게다가 당시 소련은 약소민족들의 독립운동을 돕는 기조였다.
또한 이는 자유시 참변과 일본군의 연해주 출병으로 항일무장투쟁 세력이 궤멸적 타격을 입고, 이후 스탈린에 의해 1937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까지 당하면서 소련 공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이런 역사적 맥락 때문에 홍범도 장군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2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고, 해군은 2016년 진수된 손원일급 잠수함 7번함의 이름을 '홍범도함'이라고 지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 또한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거듭된 노력 끝에 2021년 8월 카자흐스탄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방부는 "육사 생도교육 건물 중앙현관에서 다른 지역으로 독립군·광복군 영웅 흉상 이전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사관생도들에게 국난 극복의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도록 생도들이 학습하는 충무관 건물 전체에 국난극복의 역사 전체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섭 장관은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능하면 육군 창설이나 군 관련 역사적 인물로 하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번 계획은 한국광복군 총사령관을 맡았던 지청천 장군, 한국광복군 2지대장을 맡으며 미 전략사무국(OSS)과 함께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했고 이후 초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까지 맡았던 이범석 장군의 흉상까지 철거하겠다는 말이 되기 때문에 이 장관의 말은 자기모순적이다.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정부 기조에 맞춰 이 자리에 백선엽 장군 동상이 배치될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가운데, 광복회는 지난 25일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흉상)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며, 우리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어 이를 항의하고 규탄한다"고 밝혔었다.
관련 단체들도 "역사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반 헌법적 처사"라며 "국군의 기원인 독립전쟁의 역사를 뒤집으려는 매우 심각하고 엄중한 문제"라고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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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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