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곳간' 대신 '투자' 선택한 이유

정재웅 2023. 8.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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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
2조원 규모 유상증자…기술·시설 등 선제 투자
'재무 건전성'보다 '미래'에 방점…전망 엇갈려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예상을 빗나가다

한화오션이 2조원의 실탄을 장전합니다. 한화그룹에 최종 인수된지 3개월 만입니다. 한화오션은 최근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에 공모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2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2조원 가량을 투입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건까지 총 4조원을 투자하는 셈입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재무구조가 취약한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오랜 기간 주인 없는 회사로 남아있다 보니 경영비효율 탓에 곳간에 남아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 여파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 빅 3 중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곳은 한화오션이 유일합니다. 최근 유례없는 조선업 호항에도 불구 한화오션만 맥을 못 추고 있는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사실 이번 한화오션의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은 미리 시장과 업계에 알려진 내용이었습니다. 유상증자 규모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업계는 한화오션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취약해진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재무구조 정상화를 약속했던 만큼 대규모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곳간 재정비에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자금 사용처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로 확보할 2조원의 자금을 오롯이 '투자'에 올인키로 했습니다. 투자 내용도 상세했습니다. 초격차 방산 솔루션(9000억원), 친환경·디지털 선박(6000억원), 스마트야드(3000억원), 해상풍력 토탈 솔루션(2000억원) 등에 투자합니다.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 기반한 전략적 투자입니다.

곳간 정비는 언제?

업계는 한화오션의 선택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입니다. 재무 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마당에 투자에 나섰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부채비율이 한때 1860%에 육박했습니다. 한화가 인수하면서 2조원의 인수 자금이 투입돼 현재는 485%로 낮아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경쟁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157.4%), 삼성중공업(303.98%)에 비하면 여전히 높습니다.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공적자금인 신종자본증권 문제도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2조3328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의 상반기 기준 자본총계인 2조3322억원을 넘어섭니다. 물론 만기는 30년으로 길지만 갚아야 할 돈 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한화오션도 이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반면 업계와 시장의 우려와 달리 큰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생각입니다. 부채비율은 이번 유상증자 유입 자금으로 485%에서 261%로 낮아진다는 예상입니다.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입장도 확실합니다. 지난 23일 유상증자 공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우영진 한화오션 재무실장은 "일각에서 제기한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조기상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신종자본증권의 최초 5년간 이자율이 1%이고 그 이후에 스텝업이 되어도 2047년 만기 2%대 후반 수준이다. 자본을 감축해가며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에 상환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

한화오션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이자로 부담하는 금액은 1년에 약 240억원 규모입니다. 현재의 한화오션의 상황에서는 크게 부담되지 않습니다. 만기도 길어 당장 상환노력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한화오션 입장입니다. 조건이 좋은 편이니 미래투자를 선행한 후 체질이 개선되면 차근히 갚겠다는 계산입니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이번 유상증자 자금을 시설과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재무 건전성 확보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게 한화오션 생각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한화오션이 밝힌 세부 투자 계획은 공격적입니다. 수상함 2척을 날씨 영향없이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실내 탑재공장을 신축하는 것은 물론 함정 전용 다목적 조립공장도 세울 계획입니다. 방산 분야 강화를 위해 잠수함 전문 제작 공장도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LNG운반선 4척과 해양풍력설치선(WTIV) 2척의 슬롯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내놨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초격차 방산솔루션 확보를 위한 글로벌 생산 거점과 기술업체 인수입니다. 한화오션은 현재 방산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북미와 유럽을 꼽았습니다. 이중 캐나다와 미국 등에서 야드 인수와 현지 업체 지분 확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이 부문에 대해 한화오션이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엇갈린 시선

한화오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재무 건전성 확보라는 숙제가 있지만 미래를 위한 선제적 투자에 나서는 것이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라는 해석입니다. 특히 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방산 부문과의 시너지나 글로벌 조선업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한 기술 투자는 바람직하다는 의견입니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곳간 정비를 뒤로한 채 불확실한 미래에 2조원 자금을 쏟는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투자자들의 경우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화가 투자에 방점을 찍자 실망한 모습입니다. 

/사진=한화오션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적자가 지속된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쌓아온 해양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성장할 계기를 맞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투자의 회수 시점은 오는 2027년 이후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자금 조달 효과를 고려해 미래가치를 앞당겨 오기에는 먼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한화오션은 재무 건전성 확보보다 미래투자에 더 무게를 뒀습니다. 일단 한화오션이 제시한 각종 투자 계획들은 무척 고무적입니다. 문제는 이 계획들을 얼마나 실천할 수 있느냐일 겁니다. 여기에 잠시 뒤로 미뤄뒀던 재무 건전성 문제가 언제든 돌발 변수가 돼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번 한화오션의 선택은 수 년 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궁금합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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