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 축구 에르모소 “강제 키스 동의한 적 없어”
“지속적 해명 압력에 굴복 안 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스페인 대표팀의 헤니페르 에르모소가 강제 키스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26일 에르모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원치 않는 키스에 단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으며, 자신이 정당화할 수 있는 성명을 발표하라는 지속적인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스페인 대표팀이 여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후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은 시상식에서 두 손으로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했다. 이후 에르모소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밝혔고,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이 성폭력에 해당하는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루비알레스 회장은 문제의 행동 전 에르모소의 의사를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가볍게 키스해도 되냐’는 요청에 ‘그렇게 하라’는 답도 받았다는 게 루비알레스 회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사퇴 거부 선언 직후 에르모소는 현지 선수노조인 풋프로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 없고, 루비알레스 회장이 언급한 대화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함에도 루비알레스 회장은 전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협회 비상 회의가 뒤 “사퇴하지 않겠다”고 4차례나 반복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이번 사태가 ‘거짓된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으로 단정하며 자신의 입맞춤이 상호 간 동의로 나온 행동이라고 밝혔다.
주축인 에르모소를 비롯한 23인의 여자대표팀은 풋프로를 통해 성명을 내고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에르모소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루비알레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성명을 발표하라는 지속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며 “누구도 동의 없이 그런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 스페인 여자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스포츠 성과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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