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골대, 퇴장...모든 게 안 풀린 '10위' 수원FC, 유일한 위안거리는 이승우 부활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보면서도 이렇게 불운할 수 있을까 싶었던 날이었다.

수원FC는 25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8라운드에 1-2로 패배했다.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수원FC는 10위 자리가 또 위태로워졌다.

수원FC 입장에서는 이렇게나 안 풀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를 앞두고 김도균 감독이 수원FC 선수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간결했다. 무고사, 제르소, 에르난데스가 선발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어 리드하는 상황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로테이션을 돌린 인천이 저력을 발휘하면서 수원FC는 전혀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실점 위기를 여러 차례 넘겼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영재는 오반석과 경합 도중 발목 고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교체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영재는 발목이 불편한 듯 보였다.

라스의 음주운전 파문 후, 수원FC에 남은 유일한 주전급 스트라이커 김현은 갑자기 경기장 가운데 푹 꺼져버린 잔디를 밟아 발목을 다쳤다. 경기 후 김현은 "원래 발목이 좀 안 좋았는데 아까 싱크홀에서 빠져서 그런지 더 안 좋은 거 같다.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주전 2명이 부상을 참고 경기를 뛰던 도중, 주전 센터백 신세계는 천성훈과 경합 도중 눈 밑이 크게 찢어져 결국 교체됐다. 신세계는 곧바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할 정도로 상처가 컸다. 부상으로 얼룩진 전반전을 보낸 수원FC는 김도균 감독이 원한대로 전반전을 마무리 못한 채 천성훈에게 선제 실점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팀의 반전을 이끌어낸 선수는 이승우였다. 이승우는 후반 시작과 함께 엄청난 점프력으로 헤더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승우는 최근 4경기에서 3골을 터트리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21경기에서 3골 밖에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이승우지만 김도균 감독의 전술 변화 속에서 살아나고 있다.

이승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가뭄 속 단비다. 라스의 이탈 속 김현은 이번 시즌 득점이 없다. 이승우마저 부진하면 득점원 역할을 해줄 선수가 전무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 이승우가 살아나면서 조금이나마 공격에서는 숨통이 트이고 있다.

김도균 감독도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시즌 초반에 힘들었고, 팀 전체적으로 침체되면서 이승우도 같이 안 좋았다. 지금은 공격의 리더 역할을 해줘야 한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선수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이승우의 동점골 후 수원FC는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 하지만 골대가 말썽이었다. 김현과 이광혁의 슈팅이 연달아 골대를 맞으면서 역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득점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던 수원FC는 로페즈를 투입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로페즈는 6분 만에 김준엽을 팔꿈치로 가격하는 납득하기 힘든 행동으로 퇴장을 당했다.

이는 스노우볼이 되어 돌아왔다. 로페즈가 빠지면서 수원FC는 분위기를 이어갈 수 없었고, 인천이 점점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경기 막판 흐름도 인천이 가져갔다. 경기 종료 직전 코너킥에서 오반석의 극장골이 터지고 말았다. 로페즈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 주전 센터백인 신세계의 공백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승점 1점이라도 아쉬운 와중에 수원FC는 인천보다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패배했다. 이제는 강등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김도균 감독은 "현실적으로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밑을 보기보다는 위를 보면서 가야 한다"며 최대한 10위를 벗어나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