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잃은 러 바그너그룹은 어떻게 될까
러 정부, 바그너그룹의 '아프리카 사업 네트워크'에 관심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면서 그가 이끌던 용병조직 바그너그룹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CNN은 26(현지시간) "대부분의 보안 전문가는 바그너그룹이 프리고진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며 "그룹의 전투원과 무기 및 작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의문들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을 군대로 흡수하려 시도할 수 있지만, 프리고진의 부하들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에식스 대학의 나타샤 린드스태트 교수는 "(바그너가) 다른 어떤 단체나 사람보다 프리고진 개인에게 충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그가 없으면 무너질 것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즉 전통적인 군대에서 볼 수 있는 명확한 지휘 체계가 존재하지 않아 바그너그룹이 프리고진의 부재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며, 이 용병조직의 충성심이 어디로 향할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프리고진의 측근인 드미트리 우트킨과 군수 책임자인 발레리 체칼로프도 추락한 비행기에 탑승해 있었기에 리더십의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에게 계륵 같은 존재
바그너그룹은 용병조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바그너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여러 국가에 배치돼 존재감을 드러냈고, 결정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이들 국가에서 바그너그룹은 이들 국가에서 화석 연료와 기타 자원을 추출하는 매우 은밀하고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러시아의 외교 정책을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솔레다르와 바흐무트 공격을 주도하면서 러시아 내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이후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의 명령에 불복종해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결국 무장 반란을 일으키기 까지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비국가 무장 단체를 연구하는 글래스고 대학의 후세인 알리예프는 프리고진이 사망한 현재,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을 공식적인 체계 밖에 두기를 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해외의 다양한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비등록 민간 군사 회사로 유지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더 충성스러운 친정부 인물을 책임자로 둘 수는 있지만, 바그너의 많은 것들이 프리고진에 절대적으로 집중됐기 때문에 분명히 같은 유형의 그룹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린드스태트 교수도 러시아가 바그너그룹을 완전히 장악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그는 "러시아는 이 문제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을 것이며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러한 유형의 그룹은 일단 분열되면 더 대담해지고 지역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러 정부가 탐내는 것은 바그너의 '아프리카 사업 네트워크'
그러나 러시아 정부조차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바그너그룹의 영향력을 무시하긴 어렵다. 바그너그룹은 시리아 내전에서 악명을 떨친 바 있으며, 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치안 유지에도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리고진은 반란 실패 후 최근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바그너그룹은 2014년 크림반도 불법 합병으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바그너그룹은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등에서 치안 유지를 대가로 천연자원·광물 채굴권 등 이권을 챙겼다.
2022년 7월 CNN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와 수단 군부 지도부는 군사적, 정치적 지원을 대가로 동아프리카 국가의 금광에 대한 접근권을 러시아에 허용하는 등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몇 달 동안 바그너는 수단의 신속 지원군에 미사일을 공급하여 수단 정규군과의 전투를 지원했다.
러시아 정부가 최근 아프리카에서 바그너그룹이 벌인 활동들을 일부 활용하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일례로 유누스벡 예브쿠로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이 리비아를 방문,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를 만나 바그너그룹을 통하지 않고 공식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올루울 오제웨일 안보연구소 중앙아프리카지역조정관은 프리고진의 사망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일련의 경종을 울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안보 분야의 개혁을 위해 외국 용병에 의존하는 것이 큰 위험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아프리카 국가들이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 바그너 그룹의 지원에 의존해 온 기반에 균열이 생겨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크리스토퍼 오건모데 세계정치리뷰(World Politics Review) 외교 문제 분석가이자 부편집인은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바그너의 영향력이 과대 평가된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게다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바그너를 추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리고진이 사망하기 전부터 이미 (추방)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그너그룹의 존재감이 가장 두드러졌던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관심이 이제는 러시아로 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6월 바그너의 반란 이후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 병력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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