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좋은 가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 작가는?

로피시엘=박영복 기자 2023. 8. 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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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조합연합회, '2023 서점의 날' 분야별 책 7권 및 작가 1명 선정, 올해의 작가에 정지아 작가 영예
올해의 책, 종의 기원담-인생의 역사-손을 내밀었다-우리는 왜 쉬지 못하는가-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제철동 사람들-기후를 위한 경제학 선정
11월 10일, '제7회 서점의 날 기념식'서 시상 예정
/사진제공=(사)한국서점조합연합회
(사)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이종복, 이하 한국서련)는 서점의 날(매년 11월 11일)을 앞두고, 제7회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작가'를 선정해 발표했다.

한국서련은 지난 6월 5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국 서점인들에게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작가'를 추천받았다. 서점인들의 추천과 대중 평점을 토대로 1차 정량적 평가 후, 서점계, 출판계, 도서평론가 등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활발한 토론을 거친 후 최종 선정했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은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가진 도서 중 전국 시민들에게 소개.보급함으로 서점인들의 긍지와 가치를 전달 할 수 있는 양서를,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는 올해 출판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 작가나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임 작가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선정된 책과 작가는 오는 11월 10일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열리는 '제7회 서점의 날 기념식'에서 시상할 예정이다.

2023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은 소설, 시/에세이, 유아동/청소년, 인문/교양, 과학, 실용/예술/그래픽노블, 자기계발/경영/경제 총 7개 부문으로 공모해 심사했다.

심사위원들은 '서점 방문 고객이 책 추천 요청 시, 서점측에선 해당 분야의 어떤 이유를 들어 그 책을 추천할 것인가?'를 명제로 뒀다.

아울러 서점측의 추천에 대한 기준은 작품성과 대중성, 현시대와 공명하는 사회적 반향 여부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소설 부문-김보영의 '종의 기원담'(아작)
소설 부문에는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아작)이 선정됐다. 한국 SF 최초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김보영은 「종의 기원담」에서 사물에 내재한 생명에 경애를 담아낸 그녀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의 완결본 출간을 기다린 독자가 많았다. 올해 6월 연작소설집 '종의 기원담'(아작)이 나와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시/에세이 부문-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난다)
시/에세이 부문에는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난다)가 선정됐다. 이 책은 시·에세이 분야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작품이다. 좋은 시를 인용하고, 시에 대해 해설하는 동시에 '인생의 역사'에 대한 에세이를 서술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시를 잘 읽지 않는 독자가 이 책 덕분에 시집을 사서 읽었다는 경험담이 많다. 양서를 소개하고 그 일부를 맛보게 하며, 이를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통찰을 이끌어 내는 독서 에세이의 덕목에 '인생의 역사'는 충실하다.

◆유·아동/청소년 부문-허정윤, 조원희의 '손을 내밀었다'(한솔수북)
유·아동/청소년 부문에는 허정윤, 조원희의 '손을 내밀었다'(한솔수북)이 선정됐다.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해서 심각한 주제를 일부러 피해 가서는 안 된다. 아이들 또한 세계의 일원으로서 지금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접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까닭이다.

예컨대 난민이 그렇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중에서도 난민 어린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업은 한국 아이들에게도 중요한 배움이다. '손을 내밀었다'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아이들의 윤리적인 시야를 확장했다.

◆인문/교양 부문-이승원의 '우리는 왜 쉬지 못하는가'(돌베개)
인문/교양 부문에는 이승원의 '우리는 왜 쉬지 못하는가'(돌베개)가 선정됐다. 쉼의 부재는 현재 이뤄지는 불안과 짝지어진 노동의 문제를 같이 환기시킨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쉼은 그 자체로만 사유 가능하지 않다. 쉼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 구조적 요인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 책은 그 점을 명확하게 짚어낸다. 더불어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고민하여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학 부문-허태임의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김영사)
과학 부문에는 허태임의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김영사)이 선정됐다. 근래에 식물을 직접 키우고 그와 관련된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식물에 관한 전문성과 현장성을 겸비한 이 책은 그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후보작으로 나란히 올랐던 김진옥·소지현의 '극한 식물의 세계'(다른)도 흥미로운 엮어 읽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실용/예술/그래픽노블 부문-이종철의 '제철동 사람들'(보리)
실용/예술/그래픽노블 부문에는 이종철의 '제철동 사람들'(보리)이 선정됐다. 인구 감소의 흐름 속에서 갈수록 서울 중심주의가 공고해지는 요즘, 지역마다 고유한 역사를 포착하고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 책은 포항에서 성장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렸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유사한 문화적 미시사의 복원이자, '응답하라' 시리즈보다 심화된 개인의 성장담을 다뤘다.

◆자기계발/경영/경제 부문-김병권의 '기후를 위한 경제학'(착한책가게)
자기계발/경영/경제 부문에 김병권의 '기후를 위한 경제학'(착한책가게)이 선정됐다. 이 책은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전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생태경제학으로 전환해야 하는가를 체계적으로 역설해 생태경제학의 입문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4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과 쉽지 않은 내용 탓에 독자들이 선뜻 손에 들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생태경제학은 이제 필수 교양이 되었으므로, '기후를 위한 경제학'를 올해의 책으로 낙점했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 부문-정지아 작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 부문에는 정지아 작가가 선정됐다. 지난해 9월에 출간한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로 그녀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빨치산 출신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거듭 소설로 써왔지만, 이번 책은 그야말로 완숙의 경지에 이른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이데올로기 문제와 가족사의 갈등과 화해를 결합시킨 소설을 정지아만큼의 가독성과 주제 의식을 담아 완성도 있게 쓸 수 있는 작가는 찾기 어렵다.

위트가 가미된 진지함을 강점으로 내세워, 정지아는 무언가에 얽매인 채 남몰래 해방을 꿈꾸는 오늘날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한 그녀를 올해의 작가로 뽑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심사위원 허희 문학평론가는 "서점은 책을 사고파는 거래의 공간만이 아닌, 책을 매개로 지성과 감성을 교류하는 향유의 장소로 서점인이 뽑은 책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라며, "서점인은 자신의 안목에 바탕을 두고 책을 큐레이션 하는 수준 높은 디자이너이고, 서점에 오는 사람들의 원하는 바를 만족시켜주는 친절한 안내자인 까닭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서점의 날(11월 11일)'은 한자 '책(冊)'자의 모양을 본떠 제정한 날로, 서점과 함께 하는 즐거운 책 문화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한국서련은 '서점의 날'을 앞두고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작가' 선정뿐만 아니라 '서점 콘퍼런스', 서점주간에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예정이며, 기념식에서는 서점인 상?우수 조합상?장관 표창장 시상 등이 진행된다.

'2023 서점의 날' 관련 내용들은 한국서련 홈페이지 서점의 날 메뉴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로피시엘=박영복 기자 pyoungbok@lofficie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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