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드컵 우승' 스페인 국대, 소집 거부...'강제 키스' 피해자 "거짓 주장, 축협 협박도 있었다"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스페인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루이스 루비알레스가 스페인 축구협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상 경기를 뛰지 않을 생각이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를 비롯한 복수 매체는 25일(이하 한국시간) "헤니페르 에르모소를 포함해 총 56명의 선수가 프로축구선수협회(FUTPRO)를 통해 스페인 축구협회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기 시작한 건 스페인과 잉글랜드의 2023 호주-뉴질랜드 국제축구연맹(FIFA)여자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서 벌어진 강제 키스 논란 때문이었다. 스페인은 잉글랜드를 1-0으로 제압하면서 역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자축했다.
이때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 여자 국가대표팀의 역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시상대에 올랐다. 스페인 선수들과 격하게 기쁨을 나누던 루비알레스 회장은 헤니페르 에르모소가 시상대에 오르자 갑자기 입을 맞췄다.
합의되지 않은 입맞춤에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스페인 언론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지탄했고, 미켈 이케타 스페인 스포츠 장관 역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설명과 사과다"라며 비판했다.
이에 루비알레스 회장은 "내가 완전히 잘못됐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너무 벅차올랐기 때문에 나쁜 의도는 없었다. 그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보였지만 밖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나는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하고 회장으로서 더 신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사과했다.
하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은 논란 직후에도 계속해서 스페인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월드컵 우승을 위한 행사에 꾸준히 자리했다. 이로 인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과에 진심에 담겨있지 않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결국 루비알레스 회장이 이번 사태로 인해서 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5일 "FIFA가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는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오는 금요일 사임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미 주변인들에게 사퇴 결정을 알렸다"라고 보도했다.
놀랍게도 하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퇴를 거부했다. 그는 스페인 축구협회 임시총회에서 " 사회적 암살이 일어나고 있다. 마녀사냥에 굴복할 계획이 없으며, 정의가 실현되도록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며 자신이 잘못된 진실로 인해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짜입니다. 가짜 페미니즘은 정의를 추구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지 않으며, 사람을 배려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처형을 준비하고 있다. 나를 비난하고, 공개적으로 날 처형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난 사임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게다가 루비알레스 회장은 "자발적이고, 상호적이며 동의했다. 그녀도 승낙했다. 나는 모든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매우 사랑스러운 순간을 보냈다. 에르모소가 등장하자마자 나를 끌어안았고, 나는 페널티킥을 잊어버리라고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정말 훌륭했다고 말했다. 그녀도 나에게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런 일이 일어났다"며 에르모소의 동의하에 입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에르모소와 합의하에 입을 맞췄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에르모소는 25일 개인 SNS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녀는 "이런 불행한 사건을 해명하는 루비알레스의 말은 명백히 거짓이다. 그가 만들어낸 조작된 문화의 일부라는 점을 규탄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그가 주장한 대화가 전혀 없었으며 그의 키스는 합의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힌다"며 루비알레스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키스 행위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나는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차별적인 행동의 피해자라고 느꼈다. 축구협회장의 받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성명서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스페인 축구협회의 만행까지 폭로했다.
스페인 축구협회의 압력은 지속적이었다. 그녀는 "루비알레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성명서를 내야 한다는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왔다고 밝힐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페인 축구협회는 다양한 방법과 여러 사람을 통해 내 감정과 거의 관련이 없는 증언을 하도록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마지막으로 에르모소는 "결과를 감수하지 못하는 그러한 무례함과 무능력에 직면하여, 나는 현 리더십이 지속되는 한 국가대표팀에 복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표팀의 부름에 더 이상 응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스페인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에르모소의 성명서를 지지했고, 루비알레스 회장이 존재하는 한 국가대표팀 선수로 뛰지 않겠다는 성명서에 입장을 같이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스페인 정부에서도 직접 나서고 있다.
스페인 정부와 국영 국가스포츠위원회 빅토르 프랑코스 의장은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포츠 행정법원에 서도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코스 의장은 "스포츠 행정법원이 원할 경우, 루비알레스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선수연맹(FIFPRO) 또한 유럽축구연맹(UEFA)에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성명서에는 "루비알레스의 행위에 대해 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축구 산업과 더 넓은 사회에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고 해로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분간 강제 키스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Womens Agenda, Milenio, 엘 파이스, 에르모소 SNS, FUT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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