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양파 등 관행 작목은 귀농인에게 적합하지 않아요" [귀농귀촌애(愛)]

한현묵 2023. 8. 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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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전남 함평 김민수 회장
25일 전남 함평군 엄다면에서 만난 귀농인 김민주(59) ‘김일병 농장’ 대표(함평군 귀농어귀촌협의회 회장)은 ‘돈되는 작목’을 귀농인들이 재배해야 한다고 입을 뗐다. 김 회장은 돈되는 작목이 무엇인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는 돈되는 작목으로 하이드렌티아와 샤프란, 삼백초 등 흔하게 들어보지 못한 작물을 소개했다.  “향신료인 샤프란의 경우 금보다 더 비씨요” 김 회장은 주변에 금보다 비싼 고소득 작목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이란이 주산지로 향신료와 약용으로 사용되는 샤프란의 분말 0.1g에 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추와 양파 등 관행 작목은 귀농인들이 재배하기엔 적합하지 않아요” 김 회장은 귀농인에게 권하지 않는 작물로 누구나 하는 작목을 꼽았다. 이런 작목은 노동 집약적인데다 대규모로 해야 수익이 된다고 했다. 그는 귀농인의 추천 작물로 소량 다품종이 가능한 작목을 예로 들었다.

그가 강력하게 추천한 작목은 하이드렌티아다. 하이드렌티아는 네달란드가 원산지인 수국의 한 종류다. 하이드렌티아는 꽃보다는 잎이 활용도가 높다. 잎을 하루 말린 후 차로 마실 수 있다. 하이드렌티아는 설탕보다 400∼1000배의 당도가 있지만 마셔도 몸에 흡수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이드렌티아 차는 아무리 많이 마셔도 당뇨 걱정이 없어요” 하이드렌티아 차는 다이어트와 살빼기, 피부 미백에 아주 좋은 효과가 있다. 요즘 하이드렌드티아 차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하이드렌티아 재배의 장점은 고가에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이드렌티아는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예요” 그는 화분에 담아 파는 하이드렌티아는 항상 수요가 넘친다고 했다. 아파트에서 화분에 키우면서 잎을 따 차로 바로 마실 수 있다. 때문에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화분 한개의 가격은 3만∼4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데는 하이드렌티아 재배가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기때문이다. 하이드렌티아의 보급 경로는 주로 삽목이다. “하이드렌티아의 줄기로 삽목해 번식하고 있어요” 김 회장은 하이드렌티아 보급 대중화를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김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함평으로 귀농했다. “경기도에 사는 지인이 현재 귀농한 마을 주민였어요” 2013년 그는 지인이 고향으로 이사간다면서 함께 가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전남 완도가 고향인 그는 고교 졸업 후 경기도에 둥지를 틀었다. 이 곳에서 영업과 강연 등을 하며 25년간 도시에서 생활했다.  

김 회장은 이같은 지인의 제안에 바람도 쐴겸 낯선 함평을 따라갔다. 고향에 온 것처럼 평온하고 아늑했다. 얼마 후 이사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마을의 집이 매물로 나왔는데, 구입하면 좋겠다는 말에 곧바로 매입했다. “집과 집에 딸린 대지 990㎡(300평)도 함께 구입했어요” 이 때까지도 그는 귀농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당시 경기도에서 광주로 내려와 살던 그는 틈만 나면 함평의 집에 갔다. 광주에서는 50분 거리로 멀지 않았다. 자주오니 마을과 정이 들었다. 2년 후 그는 추가로 밭을 매입하면서 이 마을로 귀농했다.

귀농 다음해인 2016년 그는 함평군 보조사업자로 선정되는 행운을 얻었다. 당시 함평군에서는 대추 보급이라는 정책사업을 폈다. 대추 농사를 지으면 묘목 지원은 물론 배관 등 70%의 시설비를 지원했다. 이 때 그는 2310㎡(700평)에 대추 180주를 심었다. 김 회장은 귀농인이 소량 다품종을 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대추나무 옆에 샤인머스켓과 무화과 등을 심었다. 
김 회장은 농산물 판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함평군에서 주최하는 나비와 국향축제 기간에 다 팔아요” 그는 함평군에서 열리는 축제 기간에 대추와 샤인머스켓 등 그동안 수확한 농산물을 대부분 판매한다. 김 회장은 친환경으로 농작물을 재배한다. 이날 찾은 그의 밭에는 표고버섯을 재배한 배지가 뿌려져 있었다. 그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가 생산한 대추는 당도가 높아 500g당 1만∼1만 5000에 판매된다. 일반 대추의 2배가 되는 가격이다. 그가 판매하는 배추의 당도는 33브릭스로 일반 대추 20브릭스보다 거의 2배 가깝다.

그도 귀농 초기에 마을 원주민과 갈등을 겪었다. “아무일도 아닌데 괜히 시비를 걸어요” 김 회장은 마을 한 주민이 함평군에서 지원을 받아 설치한 자신의 비닐 하우스 시설이 실은 마을 사업으로 배정받았는데 이를 가로챈 것이라며 억지를 부려 난감했다고 털어놨다. “일부 마을 주민이 길 가다가도 쓰레기만 보이면 왜 안치우냐고 핀잔을 줬어요” 이같은 텃새는 귀농초기에 겪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 과정이 지나면 마을사람과 자연스럽게 이웃사촌으로 지내게 된다. 

김 회장은 초보 귀농인들에게 귀농 전에 반드시 귀농의 집이나 귀농학교에서 재배 작물을 길러보라고 권했다. “무턱대고 귀농초기에 집을 짓거나 땅을 사서는 안 돼요” 그는 준비되지 않는 귀농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그의 귀농 목표는 귀농인들에게 고소득 작물을 발굴해 재배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고소득 작물을 눈여겨 보죠” 김 회장은 회장으로 전국의 귀농인 농가를 찾을 때가 많다. 이럴 때면 어떤 작물이 고소득인지 유심히 살펴본다. “귀농의 성공여부는 고소득 작물을 선정하느냐에 달려있어요”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함평군 귀농어귀촌협의회장에 선출했다. “귀농인이 고소득을 창출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게 저의 역할이죠” 그의 귀농생활은 또다른 귀농인의 소득창출에 있다.

함평=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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