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나선 해병대원들 "수사단장, 2013년 윤 대통령과 닿아 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했다가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수사 정당성 여부가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의해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해병대 예비역들이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26일 박 전 대령의 동기인 해병대사관 81기 동기회는 '공정수사 촉구를 위한 해병대 행동'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81기 동기회는 "박정훈 대령은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철저하게 실행에 옮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정훈 대령의 모습은, 지난 2013년 국정원의 불법 댓글 수사 과정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의의로 수사 외압에 대해 항고했던 대통령님의 과거 모습과 맞닿아 있다"며 "박 대령의 소신 행동에 절차상 일부 잘못이 있더라도, 상관의 명을 이행하던 병사의 안타까운 순직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히면서 선한 의도로 반하였음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박 대령에 대한 보직해임 등의 과도한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본 사건과 어떠한 연계성도 없는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명정대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국군통수권자의 권한으로 즉각 조치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만약 제3의 수사기관에서의 수사가 불가능하다면, 국방부 수사심의위원회 구성에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하여 공정한 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도록 지시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본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사건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중요한 분"이라며 "국가, 민족, 100만 해병대원들의 명예를 위해 용단을 내려 사건의 진상을 숨김없이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해병대사관 동기회 77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해병대는 육군의 군단 정도 규모의 적은 인원으로 대부분 가족까지 교류하며 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병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야 하는 사명감으로 선후배로 지내던 최상위 지휘관들까지 혐의자로 적시하여야만 했을 박 대령의 인간적 고뇌와 해병대 사령부를 압박하는 거대한 압력 앞에 모군의 안위를 걱정했을 그의 고심을 공감하며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박 대령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향후 정의롭고 소신 있는 후배 장교들의 양성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는 바, 우리는 해병대의 내일을 위하여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박 대령에 대한 형사입건 및 보직, 해임 철회 △외압을 한 자들에 대한 수사 △해병대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질책한 국방부 관계자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사건을 정쟁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심의위원회 결과와 관련해 박 전 단장 측은 위원회 심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재심의를 요구했다. 26일 박 전 단장의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11조에 특정 위원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는 '기피신청권'이 규정돼 있어 위원회 개최일 전날인 24일 위원 성명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법무관리관실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위원회 당일(25일) 간사(법무과장)가 갑자기 위원 명단 12명을 보여주면서 이중에 기피 위원이 있으면 지정해 달라고 했다"며 직전에 기피 위원 지정 요청을 하여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소방청에서 추천한 위원 2명에 대해 "소방의 특수 경험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안이 '항명'과 개정된 군사법원법 제2조의 문제이므로 두 분은 스스로 회피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위원회 투표 결과 수사중단 5명, 수사계속 4명, 기권 1명으로 수사중단에 이르지 못했는데 이 중 1명이 소방청 추천 위원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김 변호사는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 1명이 아예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위원회 심의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박 전 단장에 대한 수사 중단 여부가 위원회에서 결정되지 못하면서 국방부 검찰단은 회의 종료 직후인 25일 오후 9시경 박 전 단장에게 오는 28일 14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심의위원회 재심의 신청 및 국방부 검찰단에 기일연기신청을 요구했다. 그는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17조 제2항에 따라 출석 위원 과반수로 위원회 의결을 하는데 의결이 이뤄지지않았고 불참한 권익위 위원의 출석 및 재심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운영지침 제25조에서 '사건담당 군검사는 위원회의 심의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 전제는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 계속이나 수사 중단의 의견을 내야 한다"며 "최종 의견을 다시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국방부 검찰단에 "수사심의위원회 의견이 나온 이후 그 의견을 존중하여 소환 통보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25일 저녁 출석통보서는 운영 절차 지침 위반에 해당하므로 소환 수사 기일 연기를 신청한다"는 내용의 기일연기신청서를 제출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박 전 단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해당 영장 사본에 구체적 사실 없이 단지 '집단항명수괴'라고만 적혀 있어 이를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공개했는데, 위원장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장에는 사실관계가 적혀 있다고 말했다며 "(영장을)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에 위원회에서 박 전 단장에 대한 피의사실 요지를 공개하라고 항의했는데, 위원장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항명 일시도 애초 인지하고 있던 것과 다르게 적혀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당초 국방부 대변인 통해 들었던 일시는 2023. 7. 31. 오후 4시로 특정했고, 어제(25일) 해병대 사령관은 7. 31. 과 8.1. 항명이라고 국방위원회에서 이야기했는데, 군 검찰이 처음 내놓은 피의사실에는 '7. 31. - 8. 2.'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명은 그 일시와 장소가 특정될 수 있음에도 특정하지 않고 있었다"며 "(박 전 단장이) 3일 동안 항명을 했다는 건지 이해 할 수 없는 적시였다"고 지적했다.
항명의 내용 역시 기존에 김 변호사가 인지하고 있던 것과 달랐다. 그는 "대변인을 통해 들은 사실은 '국방부 장관의 이첩보류 지시를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지시' 였고, 국방부 장관도 국회에서 자신이 2번 (이첩 중단) 지시했다고 이야기 했다"며 "그런데 군 검찰이 특정한 방법은 '해병대 사령관이 단독' 이첩보류 지시라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국방부 검찰단에서 출석을 통보한 검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초 압수·수색 영장에는 '구체적인 사실'이 없는데, 이번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구체적인 사실'이 적힌 압수·수색 영장을 제출"했다며 국방부 검찰단 측에서 피의사실 요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에게 마지막 예비역 군법무관 출신으로 보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만의 경우 지난 2013년 군법무관의 증거 조작이 확인되어 군법무관 제도가 폐지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법조인으로 이 사안을 해결하고자 하는데 법무관리관과 검찰단장이 이런 장난(조작)을 치면 더 이상 법조인의 자세를 견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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