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억 들인 '정율성 공원' 논란…'김일성 별장' 떠오르는 이유 [이슈+]
광주광역시가 세금 48억 원을 들여 진행 중인 '정율성 기념 공원'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22일 문제를 제기한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너도나도 참전하면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사업의 주체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들의 지적을 '색깔론'으로 규정하고 '정율성 덕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사업을 완수하겠다고 선포했다.
'정율성 공원'이 정치권에서 이슈가 된 것은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박 장관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시가 올해 말까지 '정율성 기념 공원'을 짓는다고 한다. 이미 광주에는 '정율성로'도 있고 '정율성 생가'도 보존돼 있다"며 "하늘에서 정율성 찬양 미화 작업을 지켜보고 계실 독립지사와 호국, 민주화 영령들이 얼마나 통탄할지 솔직히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영웅 또는 북한 영웅인 그 사람을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열사 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그렇게도 기념할 인물이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뭇매 맞았던 포천시 '김일성 별장' 복원 사업
정치권에서 '반국가적' 인물을 기념하는 사업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비슷한 사례로 꼽히는 것이 지난 2019년 뭇매를 맞았던 포천시의 '김일성 별장 복원' 추진 사업이다.
포천시는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화해 무드' 속에 포천시 명성산 중턱에 김일성의 별장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산정호수 인근에 54억원의 예산을 들여 '소문'으로만 존재했던 김일성의 별장을 복원하겠다는 것으로, '남북 평화 협력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고 지역 관광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명분이 제시됐다.
다만 '김일성 별장' 논란은 사업 주체인 포천시가 문제 제기 이후 "사업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물러서면서 단순 헤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사업이 알려진 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반대 글이 올라온 것은 물론, 포천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포천시가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율성 기념 공원' 논란은 강기정 시장이 강경하게 버티고 있는 데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율성에 대해 국가유공자 서훈까지 추진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논란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정율성이 '기념할 만한 인물이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보훈처는 정율성에 대한 국가유공자 추서 신청을 받고 심의에 들어갔으나 반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보훈처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북한에서 지역 선동부장을 맡고 인민군가를 작곡한 인물을 대한민국 유공자로 추서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출생으로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한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해방 이후에는 북한으로 귀국해 6년간 머물며 조선인민군 구락부장을 지냈고, 6·25 전쟁 때는 중공군으로 참전해 전쟁 위문 공연당을 조직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으로 귀화한 정율성은 중국 공산당을 위한 작품을 쓰다 1976년 중국 혁명 열사 묘에 묻히며 생애를 마쳤다.
○국민의힘 "즉각 철회해야" vs 광주시장 "이미 48억 예산 끝나"
국민의힘에서는 거센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혈세 48억 원을 들여 공산주의 영웅인 정율성을 기념하는 공원을 짓겠다는데,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정율성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 온몸을 바쳤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과 중국 인민군 군가를 작곡한 인물을 칭송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며 정율성 공원 조성 계획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의원도 "어떤 미사여구로 정율성을 치장하더라도 그가 대한민국을 침략한 인간이라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라며 "세상에 어떤 나라가 국민 세금 48억원을 들여 침략자를 기념한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여기에 북한 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일성도 만들지 못한 정율성 공원이 대한민국에 생긴다니 웬 말"이냐며 "정율성은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과 중국, 두 나라 군가를 지은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어 "6.25전쟁 때 북한군은 정율성이 지은 군가를 부르며 남침했고 수백만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 군가가 울리는 속에 목숨을 잃었다"며 "이 세상에 침략군의 군가를 지은 작곡가를 기념하겠다고 공원을 조성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선 강 시장은 "광주가 음악가 정율성 동요제를 이어온 것은 18년째이고, 지금의 정율성 공원은 6년 전에 조성키로 계획되었고, 이미 48억 원의 예산은 집행 끝나 올 연말 완성될 예정"이라며 "더 이상 논란이 없기를 바란다"고 일축했다.
그는 두 번에 걸쳐서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 "광주의 눈에 그는 뛰어난 음악가이고,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이라며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광주 5개 자치구 구청장도 25일 성명을 내고 "정율성 역사공원이 최초 취지와 목적에 따라 순조롭게 조성되기를 바란다"며 "정율성 선생은 항일 운동을 고무하고 격려하는 다양한 작곡을 통해 항일 전선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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