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세상 누구도 안심 못해"…스님이 호신용품 나눠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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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세상입니다. 꼭 읽어보시고 주위에도 알려주세요."
스님은 이날부터 법당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호신용품도 배부하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스님이 호신용품까지 나눠주는 것일까.
윤광 스님은 "이번 사건으로 처참함을 느껴 힘이 빠지더라. 더 늦기 전에 억울한 죽음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고민 끝에 범죄 예방 수칙서와 호신용품을 나눠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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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예방 수칙서 전달…"위험한 순간 호신용품 쓰이도록"
(부산=뉴스1) 노경민 박상아 기자 = "흉흉한 세상입니다. 꼭 읽어보시고 주위에도 알려주세요."
26일 오전 10시 부산 북구 덕천교차로. 행복선원 주지 윤광 스님은 행복네트워크 봉사단체 회원 50여명과 함께 시민들에게 '묻지마 범죄' 예방 수칙서를 나눠주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의 주말인데도 이들은 '폭력 없는 세상 우리가 만들자' 글씨가 적힌 띠를 두르고 행인들에게 묻지마 범죄 예방법을 알리는 데 열중했다.
손에 들린 전단지에는 '나와 우리의 안전을 위한 행동수칙 5가지' 제목에 '자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세요' '위험 지역과 상황을 피하세요' 등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덕천교차로뿐만 아니라 인근 숙등역, 만덕동 일대를 2시간가량 돌며 홍보 활동을 펼쳤다.
전단지를 받아든 김대성씨(25)는 "사고 소식을 듣고 모든 게 한순간에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피해자분이 어떤 이유로 소중한 일상을 빼앗겨야 했을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날부터 법당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호신용품도 배부하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스님이 호신용품까지 나눠주는 것일까.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등산로에서 30대 남성 최윤종(30)이 출근하던 초등학교 교사 A씨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A씨는 4년 전부터 스님이 있는 부산 법당을 방문하면서 인연을 맺어왔다. A씨는 운동을 좋아하는 활발하고 성실한 교사였다고 한다.
스님은 평소 A씨가 커피를 좋아해 이날 아침에도 직접 원두를 내린 커피를 분향소 단장에 올려 놓았다.
윤광 스님은 "이번 사건으로 처참함을 느껴 힘이 빠지더라. 더 늦기 전에 억울한 죽음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고민 끝에 범죄 예방 수칙서와 호신용품을 나눠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단지를 배부해도 아직까지는 반응이 시큰둥한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묻지마 범죄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길에서 사람이 묻지마 범죄를 당하는 요즘이 '전시 상태'가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함께 조금씩 바꾸고자 한다면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호신용품이 정말 위험한 순간에 유용하게 쓰이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날 법당을 찾은 A씨의 고모도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 갔지만 중환자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며 "더이상 우리나라도 안전한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봉사단체 회원 B씨는 "평소 피해자와 알고 있던 지인 관계였다"며 "우리 자녀가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 예방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흉악범 최윤종에 대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과 사형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도 진행하고 있다.
추모 분향소는 다음달 2일까지 행복선원 법당에서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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